케이블에서 <스피드>를 하기에 봤다. 거의 십년만에 다시 보는데, 그간 영화기술이 엄청나게 진보했지만 <스피드>만한 영화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물론 이걸 재미있게 본 건 형편없이 떨어져버린 내 기억력 탓도 있다. 요즘 난 웃기는 얘기를 들을 때, 한번 들은 얘기라 해도 참고 끝까지 듣는다. 왜?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안나니까. 듣고나면 그제서야 "맞아 그랬지"라고 한다 T.T 그러니 <스피드>도 생판 처음 보는 것처럼 볼 수 있었다 (좋은 건가?)

아무튼 영화에서 키애누리브스(잭)은 산드라 블록(애니)를 만나 모험을 하고, 키스를 하는 와중에 영화가 끝난다. 딴지를 좀 걸자면, 잭은 결코 좋은 남편은 아니다.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는 영웅주의, 경찰로서의 탁월한 능력, 신변의 위협을 신경쓰지 않는 강인한 의지, 이런 건 겉으로 보면 참 멋진 부분이지만, 그런 남편을 둔 아내의 심정은 언제나 살얼음을 걷는 것같이 조마조마하지 않을까? 딴지는 이만하고, <스피드>를 보면서 갑자기 퀴즈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 나갑니다.

1. 영화에서 애니가 기사를 대신해 버스 운전을 합니다. 애니는 잭에게 자신의 면허가 정지된 상태라고 말하는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난이도 중)

1) 음주운전                 2) 과속                3) 과태료 미납           4) 미모

 

2. 버스에 장착된 폭탄은 속력이 몇마일 이하로 떨어지면 터질까요? (난이도 중)

1) 40마일         2) 50마일             3) 60마일           4) 70마일

 

3. 애니는 운전을 거칠게 하다가 유모차를 받습니다. 그 유모차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요?(난이도 상)

1) 아기             2) 유모                 3) 음료수 캔           4) 귤

 

4. 아무도 내려서는 안된다는 규칙을 깨고 범인은 딱 한명은 내려도 좋다고 허락을 합니다. 그래서 한명이 내렸는데, 그/그녀는 누구일까요?(난이도 중)

1)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             2) 생후 두달이 지난 아기

3) 버스 기사                             4) 강도 용의자

 

5. 열심히 달리던 버스는 고속도로가 끊긴 부분을 만납니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까요?(난이도 하)

1) 우회해서 간다.                   2) 유턴해서 오던길을 다시 간다.

3) 속력을 높여 날라간다         4) 멈춘다

 

6. 고속도로가 끝난 뒤 잭이 버스를 인도한 곳은?(난이도 중)

1) 국도                      2) 지하철 선로

3) 공항                       4) 경주용 도로

 

7. 영화 중간에 밝혀진 범인의 전 직업은? (난이도 하)

1) 변호사                   2) 군인

3) 백수                      4) 조폭

 

8. 범인은 버스에 장착된 카메라로 잭을 감시하고 있었는데요, 그가 애니에게 '들고양이'라고 부른 까닭은? (난이도 중)

1) 애니가 들고양이처럼 생겨서   

2) 애니가 쓴 모자가 들고양이 모양이라

3) 산고양이라고 부르면 이상하니까   

4) 애니가 나온 애리조나 풋볼팀의 마스코트가 들고양이니까

 

9. 잭은 비디오 테이프를 바꿔치기해 승객을 무사히 구출하는데요, 테이프가 바꿔치기당한 걸 뒤늦게 안 범인은 뭐라고 외쳤을까요? (난이도 상)

1) No!                       2) Yes!          3) Fuck!        4) Shet!

 

10. 범인은 애니를 인질로 잡고 지하철을 탑니다. 뒤늦게 달려온 잭은 지하철에 매달려 문을 열려고 하는데요, 어떻게 지하철 문을 열까요? (난이도 상)

1) 손으로    2) 발로   3) 유리창 깨고       4) 총을 쏴서

 

11. 범인은 어떻게 죽을까요? (난이도 중)

1) 싸우다 총맞아서                     2) 몸에 감은 폭탄이 터져서    

 3) 지하철 구조물에 부딪혀서      4) 금밟아서...

 

* 원래 푸짐한 상품을 걸려고 했는데요, 그냥 하자는 견해가 많아서 안드립니다. 재미로 해보세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02-12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 2-2, 3-3, 4-3, 5-3, 6-3, 7-2, 8-4, 9-4, 10-4, 11-3
제 기억력도 만만찮아 만점은 기대 안 함.
그런데, 그냥 하자는 견해는 도대체 누가? 에에이...뻥이죠~

찌리릿 2004-02-1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 2-2, 3-3, 4-3, 5-3, 6-3, 7-2, 8-4, 9-4, 10-4, 11-2
정말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요. 대학교 2학년 때 첨 본 후 2년전엔가 OCN에서 한번 더 봤는데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
스피드는 첨 봤을 때 정말 대단한 영화였어요. 보면서 그렇게 박진감을 느꼈던 영화는 없었는데.. ^^ 좋은 문제 내주신... 마테우스님.. "대단해요~"

마태우스 2004-02-1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을 두분 다 틀리셨군요. 애니는 과속으로 면허정지가 되었습니다. 빨리 달려야 하는 상태에서 과속으로 정지를 먹었다는 건 좋은 징조라, 리브스가 웃었지요.
2번은 50마일 맞구요, 3번은 음료수 캔, 다 맞추셨습니다. 4번은 총맞은 버스기사가 내렸구요, 5번은 다 아시는 '구라' 장면^^ 6번은 공항 활주로를 돌죠. 두분 다 기억력이 대단하시네요. 전 전혀 몰랐는데. 7번은 제가 문제를 잘못냈네요. 답이 경찰인데...죄송. 다 맞게 해드리겠습니다. 8번은 4)가 맞구요, 9번은 하하.... 다 틀리셨네요. No!라고 두번 외쳤어요^^ 10번, 호호, 저도 믿어지지 않는데요, 손으로 열더군요. 11번은 지하철 위에서 싸우다 구조물에 머리가 날라가 죽습니다. 진우맘님만 맞추셨습니다. 점수를 매겨보면 찌리릿님 7개를 맞추셔서 64점, 진우맘님은 73점입니다.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진우맘님, 뻥인 거 어케 아셨어요???

진/우맘 2004-02-1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케 알긴요...누구나 다 알수 있는 뻥인것을! 잉, 73점...좋은 점수는 아니군요.

sooninara 2004-02-24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번,5번,6번,7번,8번,11번 맞았어요.. 7번은 범인 전직이 경찰인데..이상하다 생각했더니
다 맞게 해주셨군요..참 재미있는 문제네요. 비록 점수는 시원치 않지만..55점인가요?
다음번 문제도 기대하겠습니다

sooninara 2004-02-24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옆에서 텔레비젼 보는 남편에게 문제 풀게 했어요,,
1-1,2-1,3-3,4-4,5-3,6-3,7,8-4,9-4,10-2,11-3..해서 7개 맞았네요..
64점^^
 

 

 

 

 

 

책 한권이 200페이지도 못되는 경우도 있지만,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도 있다. <좀머씨 이야기>처럼 책이 얇으면 다 읽고나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두껍다고 다 좋냐면 그런 건 아니다. 너무 두꺼운 책을 읽고나면 어디 갇혀있다가 탈출한 기분이 들고, 당분간 책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한참 전에 읽은 <비치>가 그랬다. 그 책은 600페이지를 넘는 두꺼운 책인데, 읽는데 정말 힘들었다. 재미있게 쓰여진 책이었기에 두권으로 나왔다면 훨씬 빨리 읽었을텐데, 한권짜리라 어찌나 지겨웠는지! 그러니까 이런 거다. 생맥주를 마실 때 500cc짜리를 시키면 다섯잔을 먹을 수 있지만, 1000cc짜리 잔으로 시키면 두잔도 못먹는다는 것.1000cc를 먹을 땐 500 두잔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리며, 맛도 덜하다.

그래서 책은 300페이지 내외가 적당하다. 하지만 한권으로 나와도 될 책을 무리하게 두권으로 만든 걸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두권으로 하면 아무래도 값이 비싸지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462쪽이나 되는, 존 그리샴 원작의 <불법의 제왕>을 한권으로 묶어서 내준 출판사는 양심적이라고 할만하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일 것이다. 아무리 두꺼워도 하루만에 읽고픈 책이 있고, 얇지만 진도가 잘 안나가는 책이 있다. <불법의 제왕>이 전자의 예라면, 후자의 예로 칼 세이건이 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 있다. 그 책은 그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징그럽게 안읽혔는데, 그 책은 내게 좋은 수면제였다. 그 책만 보면 대번에 잠이 왔으니까. 결국 난 그 책을 석달만에 읽었는데, 그때의 심정은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지겹게 읽은 책 중의 하나가 <월든>이다. 소로우가 지은 명저로 사랑을 받는 바로 그 책, 난 그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최면을 걸어야 했다. "이것만 다 읽으면 너한테 여자들이 줄을 설거야"라는 황당한 최면을. 물론 나 스스로가 그걸 믿지 않아 별 효과는 없었고, 이 책을 읽는데 난 두달 가까운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다 읽어갈 때까지 남들이 왜 이책을 좋다고 했는지 알 수 없었는데, 다만 그가 살았다는 월든 호수는 한번 가보고 싶었을 뿐이다. 하버드대 총장은 <월든>을 졸업생들에게 선물로 주고싶다고 했으니, 내가 그 책의 진가를 깨닫지 못한 거겠지만 말이다. 300쪽 남짓한 책도 나에게 이런 시련을 줄 수 있구나 하는 것이 <월든>이 남긴 교훈이었다.

몇년 전, 이런 생각을 했다. "내공을 좀더 키운 후에 그람시라든지 데리다, 라캉, 김승옥 같은 사람의 책에 도전해야지~ 지금처럼 책을 읽는다면 5년 후면 그렇게 할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도 난 독서내공에 있어서는 그때와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 여전히 난 읽기 쉬운 책만 읽고 있으며, 읽어서 머리아픈 책은 피하고 있다. 그 내공이라는 건 어떻게 생기는 걸까? 무조건 책만 많이 읽는다고 되는 건 아니잖는가? 이런 고민을 방대한 책을 읽어온 친구에게 털어놓았더니, 그 친구가 이런다.
"당연히 안되지. 그런 건 인문학적 베이스가 있어야 하는데, 넌 없잖아!"

그랬다. 난 베이스가 없었고, 그래서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없는 거였다. 잠시 고민했다. 베이스를 갖춘 후 어려운 책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이렇게 살다 말 것인가. 내 선택은 후자였다. 책은 하나의 취미일 뿐인데, 뭐 그렇게 목숨걸고 할 게 뭐가 있담? 인문학적 베이스가 있다고 실험이 더 잘되는 것도 아닌 바, 난 그저 즐겁게 책을 읽을 생각이다. 랄-라라.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haire 2004-02-1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든,은 저두 정말 지겨운 책이였답니다^^ 그런데, 그람시와 데리다와 라캉과 김승옥이 한 줄에 놓이네요..? 김승옥의 문장이 데리다처럼 난해해서는 아닐 테고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 궁금.. 전 김승옥의 단편을 숨막히게 좋아하는 팬이거든요..^^ 참고로 염소는 힘이 세다, 를 추천합니다...

마태우스 2004-02-1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뭔가를 착각했습니다. 김승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인데요...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군요. 어쨌든....이번 일로 민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진/우맘 2004-02-1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교과서가 지겨워지거나(언제나 지겨웠고, 별로 들여다보지도 않았지만^^) 읽어야 할 책이 어렵게 느껴질 때면 집에 있는 세계명작전집 중 <일리야드/오딧세이>를 꺼내서 끙끙거리며 독파를 했습니다. 내용은 다 잊었지만, <위대하고 고매하여 이러이러한 일을 한 누구의 아들이며, 훌륭하고 고상하여 이러이러한 지위에 있는 누구의 형제인 모모씨~>와 같은 어투가 생각나네요. 그 어마어마하고 애매모호한 서사시들도... 그렇게 한바탕 읽고 나면 어렵게 느껴지던 문장들이 수월해지곤 했습니다. 비슷한 용도로 단테의 <신곡>도 응용해 봤는데...도저히 한 시간 이상 읽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지금도, 단테의 신곡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달리보입니다. 존경스러워요.
언문학적 베이스도 베이스지만, 저같은 경우는 성미가 급해서 <어려운 책들>을 못 읽는게 아닐까...싶네요. 그리고 책이란 모름지기 즐거워야 한다! 는 좌우명 때문인지도.^^

chaire 2004-02-1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렇군요.. 단테의 신곡도 정말 지루하지요.. 그런데 혹 김승옥이 아닌, 박상륭이 아닐까요? 박상륭도 만만찮게 어렵고, 지루하고, 난해하고, 복잡하고...

갈대 2004-02-1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라보예 지젝이 쓴 '삐딱하게 보기'라는 책이 있는데 10장도 읽지 못하고 덮었더랬죠.

가을산 2004-02-1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혹시 이름이 비슷한 김용옥씨는 아닌지요?
2. 제가 고생한 책으로는 '이런, 이게 바로 나야!'라는 책을 꼽습니다. 인지이론, 세상과 자신을 보는 다양한 관점, 어느 상태까지를 '나'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인지 등에 관한 다양한 분석을 한 내용입니다. 내용은 꽤 괜찮은 책이었고, 사고실험도 흥미있는 것이 많았는데도 졸렸던 것을 보면, 책 종이에 수면제가 뿌려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인문학적 베이스가 없다'고 했던 친구분 말씀은 필시 농담이었을 겁니다. 베이스가 없다고 시작을 못하면 아무도 새로운 것을 시작 못하게요?
저도 베이스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몇년 전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모여 '머쥐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머리에 쥐나는 모임'의 준말입니다.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는 식으로, 내키는대로 주제와 저자를 정해서 읽고 모이는데, 다른 건 몰라도 컴플랙스 경감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 2004-02-1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우의 '윌든'이라 무척 좋아해서 꽤나 많이 선물한 기억이.... 그 책이 지루하냐 흥미있냐의 차이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는가와 없는가의 차이겠지요. 밥벌이는 최소한의 노동으로 그치고 나머지 시간과 노력을 풍요로운 정신생활을 위하여 쓰라는 메세지가 어찌나 매혹적이던지.... 그런데 이러한 사상이 먹히는 시절이 있어요. 정말 배고프고 절박한 때엔 그보다 좋은 위로가 없더라구요.

마태우스 2004-02-11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남겨 주셨네요?
카이레님/맞아요, 박상륭! 비슷하지도 않은데 왜 김승옥이랑 헷갈렸는지...
갈대님/하하, 하마터면 그 책 살뻔 했는데, 다행이네요.
가을산님/그래요, 여럿이서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친구들은 하나같이 책보다 술을 좋아해서...
우울과 몽상님/그 메시지는 저도 좋은데요, 아무래도 제가 <월든>의 가치를 알아볼만큼 내공이 없는 탓이지요...
 

 

 

 

 

 

딴지 영진공 분들과 술자리를 했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언제나 유쾌하다. 어제 난 그저께 했던 은퇴선언을 번복했다. 소주 두병 가량을 마시고도 끄덕없이 집에 간 것. 물론 3차를 안가고 도망치긴 했어도, 그 정도면 아직 난 젊다.

어제 우린 명동에 있는 <명동찜닭>에서 모였다. 모르긴 해도 장소를 그렇게 정한 건 조류독감 때문에 고사위기에 처한 양계장을 살려보고자 하는 의도이리라. 정말이지 사람들은 닭을 먹지 않는다. 닭으로 인해 조류독감-하마터면 조루독감이라고 쓸 뻔-에 걸린 사람이 한명도 없으며, 닭을 일정 온도 이상에서 조리하면 안전하다는 건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안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닭을 외면하며, 닭집 주인이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조류독감은 우리나라에서 닭집 주인만을 죽였을 뿐이다. 이 사태에 관해 <범죄신호>라는 책의 일부를 인용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위험(흡연으로 인한 사망, 영양실조, 교통사고)-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해로울 가능성이 더 높지만-은 무시하는 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비행기 충돌, 원자력발전 사고)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앨빈 코너 박사는 <왜 무모한 사람이 살아남는가?>에서 "우리는 술을 마시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로 운전을 하며 또 한대의 담배에 불을 붙인다...그러면서도 100만분의 1의 가능성이 있는 아랍 테러리스트의 공격 때문에 유럽여행을 취소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살해당할 것이 두려워 피라미드 관광 여행을 취소하지만 사실은 집에 있는 것이 스무배나 더 위험하다....

우리는 어떤 위험들은 자초하면서 타인이 가하는 위험은 거부한다. "만일 내가 흡연으로 죽길 원한다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어떤 회사가 석면이나 신경가스와 관련된 위험을 방치하려 한다면 나는 분노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코너 박사는 지적한다...(49쪽)]

그렇다. 광우병과 조류독감에 대해 우리가 지금 보이는 반응은 분명 오버다. 몸에 해로운 술을 마시면서 "닭은 안돼!"라고 외치는 건 얼마나 우스운가. 불행 중 다행으로 어제 <명동찜닭>은 사람이 미어터져, 대기석까지 꽉 차 있었다. 사람들이 단체로 '닭집 살리기' 운동을 벌이는 걸까? 다른 닭집도 다 잘되기를, 그래서 닭집 주인이 더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haire 2004-02-1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기야, 닭을 먹어 조류독감에 걸리면, 20억원 보상을 해주는 보험에까지 가입했다지요... 씁쓸한 현실이에요. <범죄신호>의 지적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읽어봐야겠어요). 아, 교촌치킨 먹어야지..(저희 회사 앞에 조류독감이 시작되면서 교촌치킨 분점이 개업을 했는데, 파리 날리구 있더군요)

진/우맘 2004-02-1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캬캬캬캬(뭐냐, 이 웃음의 정체는!)
조루독감...굉장히 무서운 병일 것 같군요!

비로그인 2004-02-1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닭먹고 싶은데, 조류독감 이후로 주위사람들이 다 먹기 싫어해서 못먹고 있답니다. ㅜㅜ 언론이 양계업쪽에 너무 치명타를 날려버린거같아요...

갈대 2004-02-1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일 연속으로 닭도리탕 먹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쯤이야 가볍게 본다지만 "조루독감"이 발병한다면 목숨 걸고 피할 것 같습니다...ㅍㅎㅎ

waho 2004-02-1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닭을 조류 독감과 상관 없이 못 먹는답니다. 날개 달렸는데 못 나는 종류...다 못 먹어요. 다행인가? 닭 좋아했음 아무리 조류 독감이라해도 먹고 말았을 것 같거든요.
 

 

 

 

 

 

* 전 <태극기>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니면 다음주 쯤에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를 안보니까 불편한 것이, 다른 분들이 쓴 <태극기> 감상문을 읽을 수가 없더군요. 내용을 미리 알면 영화 보는데 감동이 덜하잖아요? (사실 제가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절대로 안보는 이유가 바로 그거죠). 아무튼....독립신문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 옛날의 독립신문과는 전혀 다른, 극우 이데올로기를 가진 분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거기 올라온 <태극기 휘두르며>라는 글을 퍼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태극기>를 더더욱 보고 싶습니다.

---------------------------------------

저는 올해 39세인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어제 친구와 함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았습니다.
요즘과 같은 절박한 안보시국에 6.25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걸고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안보의식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그런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보고나서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제목과는 정 반대로 오히려 대한민국과 태극기와 우리 국군의 명예를 무참히 짓밟는 사악한 영화였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교묘하게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집에 와서 잠을 자려고 해도 너무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져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만든 강제규 감독에 대해서 별로 아는게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내용으로 보아서는 정말 사상을 의심치 않을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전쟁에 휘말린 두 형제와 가족들이 겪는 비극을 감동적으로 그린영화로 보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행간을 보기 시작하면 이 영화는 분명히 어떤 일관된 목적하에 의도적으로 제작된 불순한 영화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 형제와 가족들의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비추어주다가 뜬금없이 전쟁이 일어났다고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장면이 나오면서 주인공 가족도 피난을 떠나게 됩니다.
즉 전쟁을 누가 왜 일으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 까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초점이 없습니다. 참으로 모호합니다.
전쟁영화인데도 도대체 누가 왜 전쟁을 일으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요즘 초등학교 교과서엔 6.25를 누가 일으켰는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런 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그리고 피난처에서(아마 대구로 기억됩니다.) 갑자기 국군이 들이닥치면서 일정 나이에 이른 남자들만 따로 모이게 한 다음 기차에 태우고 강제로 데려갑니다. 강제징집이죠. 여기에 주인공 형제중 동생(진석)도 끌려가게됩니다.
자리를 비웠다가 뒤늦게 온 형(진태)이 이 사실을 알고 출발하려는 기차에 올라타서 동생을 데리고 나오려고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군과 육탄전을 벌이다 군인들에게 얻어맞고 결국 진태 마저 동생과 함께 강제로 끌려가게 됩니다. 진태와 진석은 차창밖에서 울부짖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이별을 하게 됩니다.

이 가슴찢어지는 생이별의 원인이 마치 남한 정부와 군인들인 것처럼 보입니다.
전쟁을 누가 왜 일으켰는지 보여주지도 않고 갑자기 군인들이 나타나서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끌고가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당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고자 분연히 일어나 자원입대한 용맹스런 학도의용군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원입대하여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맹렬하게 싸우다 이 땅에서 산화해갔습니다. 왜 그런 장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강제로 끌려가서 전쟁터에 내몰리게 되는 모습만 부각시켰을까요?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국군의 모습도 참으로 기가막힙니다.
가족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이 산하를 지키며 죽어가던 우리 국군들의 장렬한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한결같이 입에 담지도 못할 온갖 더러운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 불량배 떨거지 같은 이상한 모습들로 계속 비춰줍니다.

인민군의 잔학상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채 국군들의 입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온갖 더러운 욕설과, 끊임없이 "빨갱이 새끼들 다죽여돼. 빨갱이 새끼들이 인간이야....."등과 같은 대사가 계속 나옵니다. 젊은이들이 이런 장면들 보면서 어떻게 느끼게 될까요? 적에 대한 적개심의 이유를 알수 없게 해놓고 이런 장면들을 계속 보여 주면 국군이 미친집단으로 비치게 되지않을까요?

인민군과 그 앞잡이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온갖 끔찍한 만행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는 국군만이 그런 잔인한 짓과 만행을 저지르는 미친 집단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민간인들을 목매달아 놓은 처참한 장면을 보여준 후 그 부근에서 인민군을 생포하게 됩니다. 격앙된 국군들이 인민군을 모조리 죽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인민군들은 한사코 자기네가 죽이지 않았고 처음 올때 부터 그렇게 죽어있었다고 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런데 인민군 중에 주인공 형제와 이웃에서 살면서 진태와 진석을 형으로 따랐던 어린 친구가 끼어있었습니다. 징집되어서 전쟁터에 오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진태와 동료들은 "빨갱이 새끼를 어떻게 믿어 데려가면 짐만 돼..."하면서 모두 사살하려 합니다. 진석이 혼자 필사적으로 말려서 간신히 인민군들을 포로로 데려가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결국 민간인들을 처참하게 목매달아 죽인 자들이 누구인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군들이 한동네 이웃에 살던 친동생 같은 어린 아이를 빨갱이라는 이유로 미련없이 죽이려는 피도 눈물도 인정도 없는 잔인한 집단으로 보이게 합니다.

이후 행군중에도 인민군 포로들을 끌고 다니며 잔인하게 다루는 국군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강제노동과 굶주림에 지치게 마들고, 인민군 두사람을 싸움 붙여놓고 즐기는 국군들, 제대로 안싸운다고 목숨을 위협하며 협박하는 국군들....
나중에 결국 인민군 포로들을 무참히 사살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웃에 살았던 어린 인민군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국군을 완전히 미친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이 수복되었을 때 완장을 차고 죽창을 든 괴청년들이 나타나서 진태의 약혼녀(동거녀?)를 끌고갑니다. 끌려간 장소에는 국군이 총을 겨누고 있는 가운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끌려와 있었습니다. 청년들은 진태의 약혼녀도 빨갱이 짓을 했다는 이유로 이들과 함께 공개처형하려고 합니다. 빨갱이짓 한 적 없다는 말에 청년들은 전쟁전의 기록을 들이밀며 과거에 보도연맹에 가입하지 않았느냐고 묻습니다. "쌀 준다기에 보도연맹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름만 올렸어요. 굶어 죽을 순 없잖아요. 언제 정부에서 쌀 준적 있나요?...."라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청년들과 군인들은 전혀 정상참작을 하지 않고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 무참히 총살시킵니다.

인민군과 빨갱이 앞잡이들이 저지른 온갖 끔찍한 만행을 오히려 우리 국군과 애국청년들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습니다. 인민재판과 공개처형은 인민군과 그 앞잡이들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만행임을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교묘하게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우리 국군과 애국청년들이 저지른 만행으로 뒤집어 씌우고 있습니다. 인민군과 그 앞잡이들이 저지른 만행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채 말입니다.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그리고 너무 분합니다.

물론 빨갱이 소탕작전에서 불가피하게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 그것을 인민군이 저지른 저 엄청난 만행에 비하겠습니까.

그리고 전투장면에서도 보면 육박전 장면이 장시간 나오는데 대부분 국군의 대검에 처참하게 찔려죽는 인민군의 모습들만 보여줍니다. 영화는 인민군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알려주지 않습니다. 적군은 그저 베일에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누가 왜 일으킨 전쟁인지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저들이 저지른 잔학상도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국군의 총칼에 무참히 죽어가는 죄없는(?) 인민군들의 모습만 자꾸 자꾸 보여줍니다. 역사적 진실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볼 때 도대체 누가 피해자로 보일까요?

또한 국군이 진석과 민간인들을 가두고 있던 곳을 불질러서 사람들을 처참하게 태워 죽이는 짓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으로 나옵니다. 오직 국군들 만이 온갖 만행을 저지른 원흉인 것으로 보입니다. 끝까지 인민군의 만행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채 말입니다.

주인공 진태는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태극무공훈장을 받지만 그 모든 것이 동생을 전역시키기 위한 노력일 뿐입니다. 이 영화 어디에도 조국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져 싸우는 장렬한 국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그 끔찍한 전쟁의 참화로 빚어진 모든 비극의 원흉이 남한 정부와 국군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분통이 터집니다.

이 외에도 짚고 넘어가야할 내용이 더 많이 있겠지만 제 좁은 안목과 짧은 문장력으로는 표현이 너무 힘들어서 이정도만 할까 합니다.
혹시 다른 분들 중에 보신 분 계시면 좋은 글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 가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 극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너무 감동적이었다. 한국영화 정말 대단하다...."등등.
저 역시 아직 젊은 세대에 속하지만 정말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됩니다.

같이 보았던 친구들도 이런 내용을 전혀 캐치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해도 심드렁했습니다.
아직 보지 않은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 해도 전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더군요.
오히려 저만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지게 되더군요.

한국 영화감독들 정말 사상이 위험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한결같이 북한을 미화시키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영화만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아니 어찌 영화뿐이겠습니까.
요즘 사회 전반에서 전국가적인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저 거대한 음모를 보고 있자면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
언론 방송 영화 같은 대중 매체를 총 동원하여 전 국민을 상대로 세뇌공작을 펼치고 있는 저 붉은 세력들을 도대체 누가 무슨 힘으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드디어 북한의 대남공작이 대 성공을 거두고 있나봅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갈대 2004-02-11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우란 이런 것이군요...

진/우맘 2004-02-1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조갑제씨가 왜 이 영화를 좌익영화라고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자신이 오른쪽에 치우쳐 있으면, 중간만큼 있는 것도 왼쪽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 거겠죠?

도서관여행자 2004-02-1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그래서 리뷰글은 재미있는가 봅니다.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사람은 착한 사람 같군요. 늘 착하고 가슴이 뜨거운 애국자들이 문제를 일으키죠.

가을산 2004-02-1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과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제 주위에서 봅니다. 다행히 주로 어른들이지만...
우리는 '어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싶지만, 본인들은 심각합니다. --;;

어록 1> "전교조 빨갱이들이 반대해서 자립형 사립교도 못세우게 하고 평준화를 주장한다"
-- 자기 아들을 동네 고등학교에 보내기는 싫고, 그렇다고 특목고에 갈 성적은 안되는 걸 전교조 탓으로 돌립니다.

어록 2> 요즘 젊은 애들은 다 빨갛게 물들었어! 그래서 노무현 그 빨갱이를 찍은거야!
-- 저도 노무현 찍었다는 것을 알고 기절초풍, 현재 반년째 냉담중입니다.

어록 3> 남편이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자, 어떤 어른께서 하시는 말씀:
"너 어디가서 말조심해라. 얼마전에 외무부 관리들 모가지 된거 모르니? 요즘 이 빨갱이들 정권에서 말 잘못했다간 신세 망친다. 우리나라가 왜이리 되었는지..."

 

 

 

 

 

 

내 친구 중에는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나: 얼마 전에 고속도로에서 160 밟다가 걸렸어.
친구: 야, 난 200킬로로 달리다 걸린 적 있어.

나: 얼마 전에 큰일날 뻔했다. 맥주 한병 마시고 운전하다 검문에 걸렸는데, 정말 무섭더라.
친구: 야, 난 소주 세병 마시고 부산까지 왕복한 적 있어.

나: 배고픈데 밥 먼저 먹지 않을래? 나 어제 저녁부터 쭈욱 굶었어.
친구: 난 너보다 더 배고파. 지금 사흘째 굶고 있어!

난 이 친구가 매우 특이한 경우인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엊그제 밤 9시쯤, 평화롭게 독서를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서(아까랑 다른 친구다) 전화가 왔다. 술마시러 강남까지 나오란다. 알았다고 하고 옷을 챙겨입으려는데, 창밖을 보니 눈까지 온다. 눈이 오는 날, 술마시고 택시가 안잡혀 고생한 기억도 있고, 며칠째 술을 마셔서 몸이 안좋기도 해 나가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오늘 술 안마시면 안될까? 나 오늘 마시면 5일짼데...
친구: 너만 그러냐? 난 지금 일주일째 하루도 안빼놓고 술 마셨다.
나: 밖에 눈도 오고 한데, 집에는 어떻게 가?
친구: 야, 난 너보다 집이 훨씬 더 먼데도 마시잖냐.
나: 그래도 좀 봐주면 안될까? 사실은 몸살기운이 좀 있어서...
친구: 나도 지금 약먹어가면서 술마시는 거야.

말로는 안되겠다 싶어 친구에게 울며 호소했다. 한번만 봐달라고. 친구는 "다음에 크게 한번 쏴"라며 전화를 끊었는데, 술 약속을 거절하는 건 이렇게 힘이 들고, 한번 거절한 건 빚으로 남는다. 언제나 술이 문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unnyside 2004-02-1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거절이... 거절이 문젭니다. -.- 친구관계 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거절 못해 받는 불이익이 얼마나 많은지.. 왜 세상은 저의 여리고 선한 심성을 지키며 살 수 없게끔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요. ^^;;; 그래서 저 위의 책표지 <거절을 즐겨라>가 눈에 확 띄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품절이네요.

비로그인 2004-02-1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처음 친구분은 정말 사소한 것도 지기 싫어하시나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두번째 경우는 저두 종종 겪는 일인거 같네요. 나는 너보다 더 심해-라며, 나의 거절 사유를 결코 용납해주지 않는...결국은 마음의 빚으로 남죠. 에휴~

waho 2004-02-1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이랑 저런 경우에 저두 거절하는 법에 익숙하지 않아 곤란 할 때가 많읍니다. 요즘은 온통 "거절"해야 할 일들 투성인데...곤란하거든요. 집이 강릉이다 보니 집이 스키 시즌이면 콘도처럼, 여름이면 바다 보로 오는 사람들이 들려가는 통에 신경이 많이 쓰이거든요. 직장에 다니면서 사회 생활을 해봤더라면 좀 더 노련했을텐데...후회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