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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ㅣ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모과양님이 올린 시골의사 얘기를 두어편 쯤 본 뒤, 그 다음부터는 아예 읽지 않았다. 유려한 글솜씨로 보건대 머지않아 책으로 나오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세대라 그런지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책으로 읽는 게 더 감동적이라고 생각하며, 컴퓨터 모니터를 오래 들여다보는 건 시간이 아깝지만 독서는 고상한 취미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탓이다. 책을 읽어보니 책 나오길 기다린 게 잘한 것 같다.
이 책은 한 외과의가 의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안타까워했고-아이가 죽자 목을 맨 엄마의 사연-충격을 받기도 했으며-치매노인 얘기를 읽으면서-진한 감동을 받았고-27세 미녀의 사연에서-분노한 적도 있었다-죽을 뻔한 걸 살려놓았더니 사소한 일을 가지고 의사 멱살을 잡은 환자 얘기에.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평생 동안 경험하는 희로애락의 양은 아마도 일반인들의 만 배쯤은 될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많은 의사들이 책 몇권 분량의 이야기를 마음속에 담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처럼 감동적인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담담한 듯한 그의 문체는 환자의 고통을 실제처럼 느끼게 해주고, 진한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러니 여기 실린 이야기들을 통해 “내가 그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싶었고, 우리가 말하는 그들이 곧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음을 공감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는 100% 충족된 게 아닐까.
저자 자신은 물론이고 여기 출연하는 의사들은 참으로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다. 아니, 그게 너무 지나쳐 현실의 의사 같지가 않다. 그분들은 환자들을 마치 내 가족처럼 돌보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만사 제끼고 달려간다. 나병에 걸린 사람을 수술해 주는 장면도 그랬고, 장애를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동료들과 돈을 모아 컴퓨터를 선물”하기도 한다. 대동맥이 절단된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대학 때 은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회식 자리에 있던 그 은사는 전공의 몇을 데리고 밤 12시가 넘어 대구에서 안동까지 와 수술을 해준다. 저자의 친구라는 분이 휴대폰으로 도움을 요청한 여자 환자에게 한 말, “진화야!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내가 근무하던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 내가 그쪽에 연락해 둘테니 지금 당장 그리로 가!” 그러고 나서 그 친구는 대구에서 차를 몰고 안동으로 향한다. 의사를 숱하게 봤지만, 이런 의사들을 과연 몇이나 봤던가.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책날개에 있는 저자 사진을 들여다봤다. 처음에는 별 느낌이 없었지만 책을 읽어 갈수록 저자의 모습에서 인자함이 느껴지고, 다 읽었을 즈음에는 그 사진이 신선을 찍어놓은 것처럼 영험함이 느껴진다. 존경합니다, 시골의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