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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년에는 책을 별로 안 읽었다.

이런저런 핑계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를 지배했던 가장 큰 암흑의 기운은 나태함.

몸무게가 한 200kg은 되는 것처럼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뒹굴거나

그토록 혐오하던 'TV껴안고 살기'에 편승하여 낄낄거리느라

소중한 시간들을 다 버린 까닭이다.

(그 시간들은 몽땅 내 살이 되어 붙어 버렸고!)

알고 지내는 어떤 이는 274권인가를 읽었다는데

나는 1월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읽은 책이 겨우 35권이라니..

물론 책의 양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한 달에 마지못해 한 권씩 읽은 꼴인 셈인데 양이고 질이고 따질 수 있어?)

무지하게 바빴다면 그건 인정할 만한 사유가 되지만

작년은 여유 시간이 아주 차고 넘쳤기에 어떻게든 포장을 해줄 수가 없다.

그래, 어쨌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자.

후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니까.

다시 1월이니 얼마나 좋은가. 시작하기에 딱 알맞은 달.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읽은 책을 정리해보니


내 맘대로 가장 좋은 책은 바로 옌렌커의 <연월일>이다.


 
 
연월일
저자
옌롄커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2019.10.21.

작년 1월 2일에 쓴 글인데 와우, 나 신통력 있나보다.

최고의 책이 될 것 같다는 예상은 빗나가질 않았으니!

장편에 대한 지독한 편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단편집이 내 사랑을 받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새해는 왔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올해는 100권읽기가 목표.

올해 읽을 책들이 눈 반짝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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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 아래서 거울을 꺼내 들고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본다.

각도를 이리 틀고 저리 틀어봐도 입 안은 제대로 뵈질 않지만

그래도 목젖이 흔들리는 오른쪽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또, 부었다.

편도선이 너무 자주 부어 어릴 때부터 수술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칼 대는 게 별로 좋지 않을 거라는 주위의 만류로 인하여 아프면 아픈 대로 그럭저럭 참으며 살아왔고

그러다가 그게 큰 탈이 되었던 건 12년 전쯤. 감기 기운만 있으면 바로 부어버리는 편도선 때문에

겨울이면 매일 약을 대고 살아야 했지만 그땐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던 시기였고

아직 진단이 내려지지 않아 약을 먹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만 하다가

결국은 물 한 방울도 못 삼키게 되어서야 울며 불며 병원에 실려갔다.

당직 의사가 커다란 주사기로 가득 고름을 뽑아내고 미련하게 왜 참느냐고 했을 때

아이만 낳으면 당장 수술하리라 마음 먹었건만, 아직까지도 이러고 있다.

제발 오늘 먹는 이 약으로 얌전하게 가라앉아주길..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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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 사진전

세계 거장들이 찍은 한국의 모습을 보러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한겨레에 몇 컷씩 감질나게 올라오는 사진들에 매료되어

정말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갔나보다.

처음 가보는 예술의 전당은 볼 거리가 참 많았지만

막상 보고 싶었던 사진전은 실망했다.

글쎄..

그들이 보는 한국의 모습은 어두웠다.

다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품이라고 내놓은 사진들은

한결같이 그들이 살고 있는 곳과는 전혀 반대되는 이상하고

전형적인 동양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할 뿐

생기있고 발랄하고 살아있는 한국의 모습은 그저 주제를 던져주고

여러 사람이 찍은 그곳에서만 볼 수 있었다.

얼마나 오래 한국에 머물면서 그런 사진들을 찍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사람들에게 처음 알려지는 오지에서 나와는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마냥 신기하게 보면서 미개인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보았을 때

눈으로 느껴지는 그것들을 사진에 담은 듯 불쾌한 부분도 있었다.

모르겠다.

내가 마치 엄마의 심정으로 내 새끼 잘 난 것만 보여주고 싶은데

몰래 흉만 들춰내는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돌게 만든 전시장을 걸으며

잊을 만하면 괜찮게 여겨지는 모습을 보았으니 위안을 삼아야겠지.

참, 사물을 쳐다보는 시선이 다른 건 배울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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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그>, <기억전달자>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야수의 도시> <내안의 또다른 나, 조지>

요며칠 동안 읽은 책들이다.

다 괜찮았고 좋은 책인데 막상 리뷰를 쓰려니 귀찮아진다.

읽으면서 바로바로 썼어야 하거늘..

오늘은 힘들어서 도저히 못 쓸 것 같다. 내일은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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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꼬박 앓고 일어났다.

사람은 욕심 때문에 망하는 일이 제일 많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금요일은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맥주를 마시고

토요일엔 선배들과 만나 소주와 맥주를 섞고

일요일엔 아버지와 제부들과 함께 해산물에 '공부가주'와 양주를 털어넣었다.

괜찮았는데 월요일이 지나는 밤 무렵부터 배가 빵빵하게 불러오더니

기운 좋은 장정 서너명이 밟고 지나간 듯 만지기만 해도 아파서 입이 쩍쩍 벌어질 지경이 되었다.

결국, 밤새 한 숨도 못 자고 만삭 임산부 모양새로 배를 부둥켜 안고 좀 편안 자세를 찾아 헤매다가

퀭한 눈으로 아침을 맞았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서 수업을 취소하고 물만 마시며 견디다

병원을 찾았다.

"장에 가스가 가득 차 있네요. 큰 일은 아니지만 오늘 하루는 굶으시는 게 좋구요.

내일도 괜찮으시면 굶으십시오. 이 약은 빈 속에 드셔도 되는 거니까 잘 드시고 나면 나을 겁니다.

그래도 불편하면 다시 나오세요"

혹시나 술 마셨나고 물어보면 어쩌지? 생각했는데 안 물어봐도 다행이다.

 

아직 다 낫지 않았노라고 뱃속에서 기운을 전해 오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살 것 같다.

하루 음식을 쓸어넣지 않은 게 이렇게 상쾌할 수도 있구나.

먹는 욕심이 과했던 내가 하루를 굶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아픈 탓이었지만

어떤 욕심이든 지나치면 이렇게 화를 부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달았으니

이젠 조금씩만 먹어줘야겠다. 그게 음식이든 술이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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