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호랑이 책 - 그 불편한 진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2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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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제목 : 위험한 호랑이 책

◎ 지은이 : 이상권

◎ 펴낸곳 : 특별한 서재

◎ 2021년 8월 13일 초판1쇄 발행, 190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틈만 나면 아이들에게 읽을 것을 종용했던 작품,

『아름다운 수탉』의 작가가 쓴 책이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궁금해졌다.

표지는 참 마음에 안 들지만,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삼류 잡지책을 연상케 했다.)

동화일까, 분위기로 봐서는 정보책인 듯 싶었으나

일단 작가를 믿으니까 읽어보자.

지후, 시환 그리고 지민에게

너희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야생동물의 생존권이

헌법에 보장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너희들에게 보낸다.

서문에서

첫장에서 맞딱뜨린 순간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작가가 호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구나.

그리곤 내 짐작이 맞았다는 듯 곧바로 작가의 말에서 당당하게 밝힌다.

'조선시대 이후의 호랑이 이야기를 할 거야. 슬픈 호랑이의 역사라고 할 수 있지.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호랑이를 탄압하고 멸종의 길로 몰고 갔는지 냉정하게 밝히려고 해.

호랑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지만,

호랑이를 멸종시킨 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거든.'(8쪽)



호렵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33쪽

고려 때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 불교를 숭상한 덕분에 괜찮았으나

조선으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 먹고 살 터전을 갖기 위해선 땅을 개간해야 했고

그렇게 호랑이가 살던 산까지 점점 침범하게 된 것이다.

인간이 살자니 그 터전의 주인인 호랑이를 잡아야 했는데

심지어 <경국대전>에 호랑이를 아무나 잡아도 된다고 했다니 호랑이 수난시대가 열린 셈이다.

1416년에는 착호군(착호갑사)라는 것을 만들어 호랑이를 잡게 했는데

그 수가 1만 명에 이르렀다 한다.

'당시 40냥이면 좋은 초가집 한 채를 구입할 수 있었는데, 가장 큰 수컷 호랑이 포상금은 40냥,

중간 크기는 20냥, 심지어 새끼 호랑이도 잡으면 10냥을 주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새끼든 어미든 닥치는 대로 사살했다.' (25쪽)

'조선은 수도에 배치한 착호군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병영에 호랑이를 사냥하는 군사를 두었다.' (28쪽)

결국 호랑이를 멸종에 이르게 한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산속 깊은 곳까지 들어갔지만

산에 불을 질러 계단식 논과 밭을 만들었으니 호랑이들은 갈 곳이 없어

결국 인간의 마을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제강점기에 얼마 안 남은 호랑이까지 싹쓸이한 것은 일제의 짓이지만

그전에도 우리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호랑이 사냥을 해왔고

그것을 신문에 대서특필하면서 호환을 없앴으니 잘했다고 칭찬만 한 것이다.

누구도 호랑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다.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를 범 호(虎), 그저 '범'이라 불렀지만

일본이 조선을 합병한 후 '범 호(虎)에 늑대 랑(狼)을 붙여 호랑이라 불렀단다.

아무 생각 없이 호랑이라고 불렀는데 이름을 다시 범으로 돌려줘야만 할 것 같다.

우리가 말만으로도 범과 이리를 이종교배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1940년 함경북도에서 잡힌 호랑이를 끝으로 한반도에서는 더 이상 호랑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112쪽)

그런 호랑이를 1988년도 올림픽 때 마스코트로 끌어냈고

그게 우리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나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다.

여태까지 잡아 죽이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던 우리들이 아닌가.

호랑이나 표범 고기를 먹으면 병에 안 걸린다고 먹고,

비가 안 온다고 기우제를 지내며 호랑이 머리를 잘라 한강에 바치고,

가죽은 벗겨 양탄자를 만들어 깔고,

발톱으로 노리개를 만들면서도

갖가지 물건에 호랑이 그림, 호랑이 문양을 넣어

귀신에게, 나쁜 꿈에게, 나쁜 병에게서 보호해달라 빌기도 했으니

이렇게 이중적이기도 참 어렵겠다.

자기밖에 볼 줄 모르는 게 또 인간인지라 이런 일을 저지른 건지도 모르겠다.

'호랑이는 인간의 모든 생활 속에 침투해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다. '(190쪽)

114쪽

이 책 곳곳에는 호랑이 관련 그림도 많고 자료들도 많다.

호랑이를 잡은 뒤 자랑스럽게 찍은 사진도 있고

왕실에서 사용했다던 호랑이 가죽 깔개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신기했다가 나중에는 반성하게 된다.

처우가 많이 개선되긴 했다지만 아직도 동물원에는 갇혀 있는 동물들이 있고

반려동물 몇 만 시대를 살면서도 휴가철마다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동물 이야기를 듣고 산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만 알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다시 한 번 묻는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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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클래식 365 - 오늘도 설레는 하루
이채훈 지음 / 사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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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음악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산다.

딱히 듣고 싶은 것도 없는 데다 책 읽기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탓이다.

머리가 단순해서 책 읽을 때는 조용한 환경을 지향하는 사람이라

클래식마저도 책 읽기에서는 배제되기 일쑤다.

가끔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는 예외인데

신기하게도 그때만큼은 내 머리도 약간의 소음을 받아주니 참 다행이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잘 모른다.

(잘 모른다고 해서 좋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도 아는 곡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강석우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거나

텔레비전 클래식 채널을 배경음악처럼 깔아두기도 한다.

알라딘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를 보게 되었다.

하루에 한 곡을 어떻게 들려준다는 거지?

음악에 얽힌 이야기만 하루 한 개씩 들려준다는 건가?

긴가민가 하면서도 새로운 자극이 될 것 같아 주문했다.

'클래식 칼럼니스트. 중학교 1학년 때 누나가 듣던 LP판에서 흘러나오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듣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클래식 음악과 '운명적'으로 만났다'는 작가(이채훈) 소개부터 웃음짓게 한다.

"TV 프로듀서로 30년 일한 사람이 쓴 책답다" 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동영상 링크를 최대한 많이 넣었습니다. 베토벤과 슈타이벨트의 피아노 대결을 재연한 영상, 여자가 교회에서 노래하면 안 되던 시절을 풍자한 영상, 디즈니 <판타지아>에 나오는 기발한 애니메이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몸동작으로 표현한 베토벤 교향곡 등 이왕이면 재미있게 보면서 즐길 만한 음악 링크를 골랐습니다. --(중략) 이 책에 실린 곡들은 '한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클래식'을 우선 골라서 한결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설렌다.

서두를 거 없이 그저 딱 한 쪽씩만 보면 되니 바쁜 아침에도 제격이다.

이걸 작년 겨울에 사두었으면 정확하게 1월1일부터 따라 갈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이제야 시작이니 조금 늦었다.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지만)

그래서 1월 28일부터 시작하고 앞 부분은 시간 나는 대로 메꿀 참이다.




이런 형식으로 되어 있다.

간단한 소개, 그리고 아래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영상을 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CD를 부록으로 주거나 했을 텐데. 세상 참 좋아졌네!



쌀쌀한 아침에 딱 맞는 선곡이다.

한 번, 또 한 번 듣는다.

올해는 이 책으로 하여 내 귀가 호사를 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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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 스토리텔링의 비밀이 된 인문학 간편 읽기
박정자 번역.해설 / 인문서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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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학>이 고전이긴 하지만 몇 가지 굵직한 부분들을 제외하면, 지금 읽기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도 없지 않고 아주 유익하다거나 재미있는 책은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책의 1/4정도에 해당하는 앞머리 저자의 서문과 해설이 톡톡 튄다.

‘소설, TV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생각지도 못한 비밀이 드러나면서 스토리의 흐름이 급격히 변화할 때 우리는 반전(反轉)이 있다고 말한다. 놀라운 비밀과 반전의 연결이 정교하면 할수록 독자, 관람자, 혹은 시청자는 쾌감을 느낀다. 최첨단의 트렌디한 이론인 것 같지만 실은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수립한 미학이다.’(6쪽)

‘오늘날 한국의 가장 인문학적 소양이 없는 사람까지도 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에 통달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의 반전과 출생의 비밀 등이 모두 그의 이론이기 때문이다.’(13쪽)

기원전 335년에 만들어진 <시학>이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막장 드라마의 기본이 되어주고 있으며, 그러므로 그 드라마를 보는 우리가 시학에 정통하고 있다는 이 달달한 미끼로 호기심을 양껏 긁어놓은 뒤에 총 26장 중 핵심적인 9장에 대해 해설을 해주는데 파토스, 에토스, 카타르시스, 미메시스 같은 용어들을 쉽게 풀이해주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삶도 간략하게 보여준다.

뒷부분에는 총 26장에 걸쳐 시학의 핵심만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었는데 힘들이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다. 다 읽은 후에 앞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해설 부분을 읽는 수고를 곁들인다면 <시학>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아는 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159쪽 분량의 문고판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책 무게만큼 아주 발랄하다. 모방과 깨달음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라 했으니 시학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마당에 막장 드라마를 한 번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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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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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러브레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주은, 손철주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아니지, 일반적인 사랑의 개념에서는 벗어날지 몰라도

 서로 좋아하는 분야가 같으니 사랑하는 이라고 소개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움, 유혹, 성공과 좌절, 내가 누구인가, 나이, 행복, 일탈,

취미와 취향, 노는 남자와 여자, 어머니 엄마 라는 열 가지 주제에 대해

손철주는 동양화를 , 이주은은 서양화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두 사람 모두 어찌나 아는 것도 많고 이야기도 잘 하는지

그림에 문외한인 나도 푹 빠져서 보고 들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그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죽음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데 <결혼>이라는 제목을 단 앤드루 와이어스의 그림과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야 하는 슬픈 눈동자가 강하게 이끌었던에드워드 번존스의 <마리아 잠바코>,

날아다니는 나비와 놀고 싶은 앵무새를 그렸는데 마치 자살하는 이의 모습같았던

호미의 <앵무희접도>, 시들해진 국화인데도 아름답게 느껴진 이인상이 그린 <병국도>는

두고두고 머리에 남았는데

취향은 달라도 취미는 같은 사람들끼리 이처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되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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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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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는 말한다.

다독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라고,

카프카의 말을 통해  책이 얼어붙은 내 머리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고.

 

밤에 잠이 안 와서 읽기 시작한 책은  내 머리를 도끼로 팬 것같은 찌릿함으로 다가왔다.

1시를 넘어선 걸 확인한 다음엔 고달픈 '내일'을 견뎌내지 못할 내 나약한 몸을 의식해

애써 책장을 닫고 잠을 청해야만 했던, 오랜만에 만난 즐거운 책읽기.

 

아침에 일어나 습관처럼 켜던 컴퓨터도 안 만지고 전화기도 멀찌감치 떨어뜨려놓고

다 읽고났더니 수첩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목록이 즐비하다.

광고일을 하는 사람답게 뭐 하나 허투루 보는 법이 없다 싶은 생각이 든다.

분명히 내가 읽은 책인데 이런 문장이 있었던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고

심지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들마저 다시 읽어보고 싶게 꼬신다.

설득하고 있는데 장사꾼 같은 얄팍함이 없어 꼬심을 당하는 내가 오히려 즐거워지니

그는 최고의 장사꾼임에 틀임이 없다.

 

비록 그처럼 한 권의 책을 읽고 빼곡하게 밑줄을 긋는다든가, 좋은 구절들을 따로 정리해놓는 식의

독서법을 따라할 생각은 없지만 다독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라는 그 말은 계속 나를 흔드는 중이다.

하긴, 지금껏 읽었던 이런류의 책들이 말하는 건 다 비슷하긴 했다. 내가 건성으로 들었을 뿐.

 

아는 만큼 보인다.

내가 아는 건 그 덕분에 조금 더 많아졌으니 앞으로 책을 읽을 때 더 넓어진 시야가 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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