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기무라 다이지 지음, 황미숙 옮김 / 올댓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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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유명하다는 작품들은 자주 보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미술 작품 중에서 초상화는 왠지 모르게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거의 감상해본 적이 없다. 일단 초상화라고 하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남긴 것이라는 인상이 강해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것도 초상화를 제대로 보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옛날 사람들이 초상화를 남긴 이유는 저자의 말처럼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가진 부나 권력 혹은 육체적 아름다움을 남기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처럼 초상화에는 단순히 이들의 개인적인 욕망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그 시대의 생각과 흐름과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사랑과 욕망도 함께 담겨 있다.

 

그렇기에 사진과 초상화는 다른 것 같다. 사진은 단순이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옮겨 담지만 초상화는 그 사람의 성격과 삶도 함께 담기 때문이다. 또한 때로는 초상화에 함께 그린 소품들을 통해서 그 시대를 나타내는 생각이나 초상화 속 인물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초상화 중에서도 15세기 이후에 그려진 미녀들의 초상화를 통해 각 시대의 역사적 사건들과 초상화 속 인물의 삶을 들여다본다. 15명의 미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새로운 역사적 사실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라는 어찌 보면 지루하거나 난해할 수 있는 학문이 사랑과 권력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담은 초상화로 모양새가 바뀌면서 학문적인 느낌보다는 잘 만들어진 미드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또한 이야기의 주 대상은 초상화 속 인물이지만 중간 중간 그림을 그린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초상화를 그린 화가들의 삶과 그들이 초상화를 그리는 화풍 등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초상화라는 매개물을 통해 권력을 향한 욕망의 세계사를 조금은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다만 초상화 속 미녀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녀들 주변의 이야기들이어서 초상화 속 미녀들 각각의 삶을 조금 더 깊이 풀어냈다면 더 흥미로웠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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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타이쿤 환상의 숲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임근희 옮김 / 이모션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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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타이쿤>F. 스콧 피츠제럴드의 미완성 유작이다. 이 책은 작가 피츠제럴드가 할리우드에서의 경험을 1939년부터 1940년에 걸쳐 집필한 것으로, 그의 사후에 친구인 비평가 에드먼드 윌슨이 정리, 편집하여 1941년에 간행한 것이다. 작품이 미완성이다 보니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피츠제럴드의 아름다운 문장들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특히 베일에 싸인 듯한 할리우드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프로듀서 브래디의 딸인 세실리아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 너무나 매력적인 남성에게 빠져든다. 그는 다름 아닌 할리우드의 거물 프로듀서인 먼로 스타이다. 스타는 아내와 사별한 후 일에 몰두하는 삶을 살지만 어느 날 운명적인 여인 캐슬린을 만나 사랑에 빠져든다. 마음속에 스타를 품고 있었던 세실리아는 마음의 상처를 받은 채 브리머와 결혼을 하고...

 

이 책은 미완의 작품이지만 소설 뒷부분에 수록된 작가 노트를 통해 피츠제럴드가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살짝 엿볼 수 있다. 물론 작품이 실제로 어떻게 그려졌을지는 결코 알 수 없겠지만 말이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를 능가하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이 작품에 전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결국 완성을 보지 못한 작품이라 <위대한 개츠비>를 능가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에드먼드 윌슨의 말처럼 깊은 탐구를 통해 먼로 스타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소설은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먼로 스타역을 맡은 배우는 바로 풋풋한 모습의 로버트 드니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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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세트 - 전3권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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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이제야 읽었다니.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 기대감이 적지 않았는데 그런 기대감이 충족되고도 넘치고 또 넘치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스릴러가 주는 재미만 있는 그런 책이 아니다. 그 안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깃거리가 담겨있다.

 

첫 번째 이야깃거리는 소설에 나오는 살인사건이 1970년대 말에서 1990년까지 구소련의 로스토프에서 일어났던 실제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했다는 사실이다(소설에서 살인범의 이름, 지명, 범행수범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정말 끔찍했다. 물론 살인의 배경이나 이유는 같지 않겠지만 이런 연쇄 살인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니.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극심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이야깃거리는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적 상황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실제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시기와는 달리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학살을 거쳐 1950년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 시기는 소위 공포 정치가 횡행했던 시기로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시대였다. 톰 롭 스미스는 그런 시대적 상황을 아주 세밀하게 그려나간다. 공포가 사람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사람들은 왜 아무런 의심 없이 이런 공포 정치를 정의라고 믿게 되는지 등등. 문득 현재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김정은의 공포 통치가 떠올랐다. 김정은의 공포정치 치하에 있는 이들의 삶은 또 어떠할지~~

 

세 번째 이야깃거리는 국가에 충성을 다하던 레오는 자신을 체포한 아나톨리 브로츠키의 자백에 아내 라이사의 이름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그녀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아내를 미행하며 명령에 따르던 그는 어느 순간 라이사가 아닌 자신을 목표로 한 것임을 깨닫고 냉혹한 국가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레오에게 국가는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충성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국가에게 레오는 그저 그런 하나의 부속품이었을 뿐이다. 이런 일이 과거 공포 통치 시대의 소련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레오와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믿었던 국가가 힘없고 가난한 국민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슬프고도 억울한 현실을.

 

네 번째 이야깃거리는 목숨을 걸고 살인범을 찾아내려는 레오와 라이사, 또한 이들을 암암리에 돕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아이들을 살해하는 연쇄 살임나를 찾는 일이기에 죽음이라는 공포도 그들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저자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힘들고 어려운 인생길이지만 인간답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만났다. 스릴러물을 읽는 즐거움과 사람을, 삶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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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의 행복
손대현.장희정 지음 / 조선앤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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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모든 일에 조급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는 기미가 보이면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안달복달 못하는 내 자신을 보는 경우가 흔해졌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모두들 예전보다 너무나 조급해졌다고 한다. 물질적으로 많이 풍부해진 시대이지만 심적으로는 오히려 궁핍해진 시대가 되었다.

 

삶의 목표가 행복이라고 말하지만 행복을 느낄 겨를도, 행복을 찾을 시간도 없는 이 시대에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슬로시티 운동이다. 슬로시티, 느린 삶을 살아가면서 삶의 균형과 행복을 찾고자 하는 도시들의 움직임이 시작된 곳은 이탈리아의 그레베 인 키안티이다.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려들면서 지역 도시들은 인구와 소득 감소, 고령화 등의 문제를 안게 되었다. 슬로시티를 시작한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도 이런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그러다 침체된 도시를 살리고,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슬로푸드운동이 슬로시티 창시자인 파올로 사투르니니 시장에 의해 전개된다. 그 후 이런 슬로시티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201411월 기준으로 30개국 192개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다.

 

슬로시티의 철학은 자연, 정체성, 공동체를 통한 상생과 조화로 행복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슬로시티본부에서는 자연을 가장 강조한다. 생각해보면 자연을 무시한 인간의 삶은 결국 자연이 돌려준 재앙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기에 슬로시티 철학에서는 자연대로 천천히 살기를 강조한다.

 

슬로시티는 삶의 속도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다. 삶의 방향에 중점을 둔다. 슬로시티는 풍요와 삶의 질을 추구한다. 이런 삶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국슬로시티본부가 제안하는 행동 강령 16가지는 이렇게 삶의 질을 높이고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이다. 쉬워 보이지만 실제 지키기에는 쉽지 않은 행동 강령들이다. 한 예로, 13번째 강령인 온라인 안식 갖기, 핸드폰 휴대하지 않는 날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힘들어 할 강령이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국제슬로시티로 선정된 우리나라 도시들을 소개한 부분이었다. 아이와 함께 자연과 인간과 전통을 둘러보고 숨겨진 보물인 각 지역의 행복 창고를 찾아본다면,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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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우리말처럼 쉬워지는 어순트레이닝 - V6 English 어순 트레닝 편 V6 English 시리즈
Roy Hwang(황관석) 지음 / 폭스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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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어렵다. 객관적으로 영어가 국어보다 훨씬 배우기 쉬운 언어라고 말하지만 주관적으로, 아니 우리나라 사회 전체를 보더라도 영어는 결코 쉬운 언어가 아니다. 영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단어들이 모여 새로운 뜻을 만들어내는 구의 형태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어떤 이들은 문법이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영어가 어려운 여러 이유 중에서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영어의 어순이다.

 

영어의 어순은 우리말과 완전히 다르다. 그러다보니 우리말을 영어로 옮기는 일이 상당히 어렵게 느껴진다. 저자의 말처럼 일본어는 상대적으로 우리말과 어순이 같다 보니 배우기가 훨씬 쉬운 것처럼 생각된다(물론 일어도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상당히 어려운 언어이다).

 

오랫동안 영어 수업을 진행한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영어식 어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에 우리말을 영어식 어순으로 읽어보면서 영어의 어순을 익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별다른 문법적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특별히 각 문장들을 외워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영어식으로 생각하는 순서를 연습하는 책이기에 책에 수록된 빈 칸들을 채워가며 영어식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머릿속에 깊숙이 새기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서 너무 쉬운 거 아니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제시하는 문장들이 영어를 어느 정도 배운 사람이라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을 만큼 쉬운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쉬운 문장들도 책을 보지 않고 영어로 옮기려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더듬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쉬운 문장이라고 얕보지 말고 꾸준히 연습해서 영어 어순에 익숙해져야 한다.

 

영어, 어렵지만 결코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영어식 어순에 익숙해진다면 오히려 상당히 쉬운 언어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영어라는 벽을 두려워하지 말자. 생각보다 쉽게 넘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 책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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