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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뭔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린 채 슬쩍 흘겨보는 남자. 얼핏 보기에도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이다. 오베라는 이름의 그 남자가 딱 그런 모습으로 나에게 찾아왔다. 이웃에 새로 이사 온 부부를 대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무언가 심사가 비비꼬인 듯한 모습이 역력히 드러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쇼핑센터에 가면서 신경전을 벌인 벤츠를 골탕 먹이고자 주차장에서 일부러 구물거리는 모습을 보면 이만저만한 심술장이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이 남자 오베 어쩐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툴툴대면서도 이웃으로 이사 온 사람들에게 사다리며 앨런 렌치를 빌려주고, 평생을 원수처럼 지내 온 루네네 집 라디에이터를 고쳐주기도 한다. 하지만 오베는 그 순간 죽음을 향해 스스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오베는 6개월 전 부인이 죽고, 일터에서 쫓겨난 후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죽음을 결심한 상태였다.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서 원리 원칙만 따지는 오베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 언젠가 이 땅에서 함께 살았던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 이웃집 아저씨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오베란 인물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멋진 구석이 있다. 이런 멋진 구석은 어디에서 온 걸까/
오베가 오베다울 수 있었던 것은 오베란 인물에게 깊은 영향을 준 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솔직히 오베보다 이들에게 더 많은 호기심이 생겼다.
첫 번째 인물은 바로 오베의 아버지이다. 요즘은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고민도 잘 들어주기에 친구 같은 아빠 프레디가 대세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니 지금 아빠가 된 동년배 친구들만 보더라도 결코 프레디라고 말할 수 없는 아버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낀 세대여서 그런가? 아버지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적지 않았는데 오베의 아버지를 보면서 나도 이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베는 그날 밤의 자기 아버지만큼 자부심에 찬 남자는 본 적이 없었다. 여덟 살이었던 오베는 그날 밤 사브 말고 다른 차는 절대 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p.63)
자부심에 찬 아버지의 모습이 자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는 오베가 하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오베는 무언가를 하기 전에 항상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런 아버지상을 남긴 오베의 아버지, 정말 멋지지 않은가?
두 번째 인물은 그의 아버지보다 더 오랫동안 그와 함께 한 오베의 아내 소냐이다. 오베의 아내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설명하는 데에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이 한 마디면 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어둠을 쫓아버리는 데는 빛줄기 하나면 돼요.(p.153)
이렇게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을까?
유머 코드가 달라서 그런지 몰라도 끊임없이 웃음이 터지는 그런 책은 아니었다. 오히려 읽는 내내 잔잔하면서 애잔하면서 힘을 내라고 격려해주고 싶은 그런 느낌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랬기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책으로 남을 것 같다. 오베라는 인물이 상당히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