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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0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얼마 전에 헤세의 작품 중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아》, 《싯다르타》를 한 권에 묶어 출간한 《스스로 깨어라》라는 책을 읽고 헤세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찾아본 책이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이다. 이 책은 이상하게 기억에 남은 내용이 없었다. 분명히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도대체 어떤 내용이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무슨 내용이었기에 이렇게 기억이 나지 않는지, 궁금증이 커져갔다.
수도원에서 만난 두 명의 인물,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그때도 이 두 사람이 대변하는 삶의 방식, 성격, 특성을 보면서 나는 어떤 쪽에 가까운지 꽤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동일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물론 요즘에는 MBTI로 자신의 성격, 특성을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도 있지만 결국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파악해야 정확한 자기 평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문득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다고 할 때, 이는 지, 정, 의를 모두 포함한다는 기독교적 관점이 떠올랐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대변하는 이성과 감정, 어느 한 쪽으로만 하나님을 만나지 않고 둘 모두, 거기에 의지까지 더해진다는 이 진리가 결국 이 책에서도 동일하게 다가왔다. 우리의 내면에는 이성적인 면만, 혹은 감성적인 면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지 않나? 모든 일에 냉철한 사람도 자기 자식 앞에서는 감정적이 될 수밖에 없고, 언제나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던 사람도 삶의 엄청난 굴곡 앞에서는 모든 이성을 총동원해서 이를 넘어서려고 한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 그저 우리와 조금 다르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전과는 달리 이성과 감정이 조화를 이루고,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세상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나의 한 면만을 고집하며 다른 이에게도 이를 강요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혹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방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