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세트 - 전3권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재밌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이제야 읽었다니.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 기대감이 적지 않았는데 그런 기대감이 충족되고도 넘치고 또 넘치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스릴러가 주는 재미만 있는 그런 책이 아니다. 그 안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깃거리가 담겨있다.

 

첫 번째 이야깃거리는 소설에 나오는 살인사건이 1970년대 말에서 1990년까지 구소련의 로스토프에서 일어났던 실제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했다는 사실이다(소설에서 살인범의 이름, 지명, 범행수범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정말 끔찍했다. 물론 살인의 배경이나 이유는 같지 않겠지만 이런 연쇄 살인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니.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극심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이야깃거리는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적 상황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실제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시기와는 달리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학살을 거쳐 1950년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 시기는 소위 공포 정치가 횡행했던 시기로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시대였다. 톰 롭 스미스는 그런 시대적 상황을 아주 세밀하게 그려나간다. 공포가 사람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사람들은 왜 아무런 의심 없이 이런 공포 정치를 정의라고 믿게 되는지 등등. 문득 현재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김정은의 공포 통치가 떠올랐다. 김정은의 공포정치 치하에 있는 이들의 삶은 또 어떠할지~~

 

세 번째 이야깃거리는 국가에 충성을 다하던 레오는 자신을 체포한 아나톨리 브로츠키의 자백에 아내 라이사의 이름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그녀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아내를 미행하며 명령에 따르던 그는 어느 순간 라이사가 아닌 자신을 목표로 한 것임을 깨닫고 냉혹한 국가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레오에게 국가는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충성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국가에게 레오는 그저 그런 하나의 부속품이었을 뿐이다. 이런 일이 과거 공포 통치 시대의 소련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레오와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믿었던 국가가 힘없고 가난한 국민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슬프고도 억울한 현실을.

 

네 번째 이야깃거리는 목숨을 걸고 살인범을 찾아내려는 레오와 라이사, 또한 이들을 암암리에 돕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아이들을 살해하는 연쇄 살임나를 찾는 일이기에 죽음이라는 공포도 그들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저자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힘들고 어려운 인생길이지만 인간답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만났다. 스릴러물을 읽는 즐거움과 사람을, 삶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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