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벌거벗은 사람 같아요.

이 말는 랭보의 말이다.

시는 다 까발려준다.

일말의 거짓이 없다.

음모까지 몽땅 보여준다.

한 줄의 함축에는

인간의 서사가 녹아있다.

시 없이 생활은 가능해도

삶은 불가능하다.

동시를 읽는 아이는 보석 같고,

시집을 보는 사람은 아름답다.

시는 멈추지도 않고

미래를 말하지도 않는다.

시는 인간의 옆에서

인간이 죽어가기 직전,

그 마지막까지 남아서 위로한다.

혹자는 정치가 가장 인간의 곁에 있다 하고,

어떤 이는 종교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있다 하지만 종교나 정치는 인간을

배신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시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상처 주는 일도 없다.

인간의 저 밑 구석에서부터

같이 객혈하고 토사 하며

벌거벗은 인간에게 위안을 준다.

아파 죽는 그날 옆에 시가 있다면,

시를 좋아하는 그 사람이 있다면,

와 같은 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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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티브이 옴니버스 버전으로 한 회당 50분 정도로 아주 재미있다. 그 첫 화 베틀그라운드는 시작부터 재미있다.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데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었다.

2006년 치고 그래픽도 아주 좋아서 장난감 군인들과 인간과의 전투 묘사가 좋다. 이후에 나온 버전들은 그래픽은 월등히 좋으나 뭔가 재미가 떨어졌다. 그나마 처키 티브이 시리즈나 이블데드 티브이 시리즈에서 인형들이 악마화되어서 인간에게 덤비는 모습이 좀 재미있게 나왔다.

하지만 스티븐 킹의 이 버전만큼 재미가 있지 않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킬러가 일을 처리하고 집으로 와서 소포를 받는데 장난감 군인 세트이고 장난감이 살아나서 킬러를 죽이려고 총을 쏘고 미사일을 날리고 헬기를 띄우고 난리 난다.

킬러는 장난감 군인들과 한판 전쟁을 펼치는 내용이다. 장난감 군인 묘사에 얼굴은 장난감인데 움직임이 인간 같아서 좋다.

이후에 나온 버전들은 얼굴도 움직임도 인간 같아서 그저 작은 인간처럼 보이는데 여기서 군인 장난감은 말 그대로 장난감으로 보이는데 인간처럼 움직여 킬러에게 공격을 한다.

군대를 전부 아작 낸 킬러는 몸에 상처를 돌보며 목욕을 하는데 물속에서 람보 군인이 나타나고 다시 두 사람의 결투가 이어지는데.

아주 재미있게 보고 예고편을 유튜브에서 찾는데 베틀그라운드 전 편이 그냥 풀려있다. 대사가 없으니까 그냥 보면 된다.

2화는 차원 이야기로 재미있는데 클레어 폴라니가 나온다. 98년에 조블랙의 사랑에서 브레드 피트와 함께 나오면서 예쁨이 상영관을 뚫을 기세였다. 저세상 예쁨이었다.

이 티브이 판이 조블랙 이후 거의 10년 정도 흘렀는데 이때까지도 클레어 폴라니는 그 예쁜 웃음을 지니고 있다. 성룡과도 판타지 액션 영화도 찍고 했는데, 근래에는 호러 영화에 나오는 정도다.

남편이 이퀄라이저 1편에서 맥콜에게 그 뭐지? 총같이 생긴 못을 팡 쏘는 그거, 암튼 그거에 맞아서 죽는 빌런이 남편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여러 권 읽었는데 나는 책보다는 영화가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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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라는 존재는 가까이 있는 먼 존재다. 먼발치 같은 느낌. 황경신의 말에 따르면 ‘먼’이란 보이지 않는 곳, 목소리도 닿지 않을 만큼 떨어져 있는 곳을 말하는데 ‘발치’는 숨을 죽이는, 그림자를 밟는,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서성이는 가까운 위치다. 그래서 먼발치는 닿을 수 없는, 가까이 있지만 만날 수 없는 불운한 숙명 같은 말이다. 운명은 앞에 있어서 언제나 바꿀 수 있지만 뒤에서 서서히 덮치듯 다가오는 숙명은 바꿀 수 없다.


사진을 자세히 봐야 보이는 고양이도 있고, 인간에게 다리 한쪽이 잘린 고양이도 있고, 경계심이 강한 고양이, 친화력이 좋은 고양이, 배고픈 고양이는 조깅하면서 음료수 사 마실 돈 오천 원으로 물과 닭 가슴살 캔을 사 먹인 적도 있고, 한 횟집 앞에는 사료는 먹지 않고 손님에게서 콩고물을 받아먹을 때만 기다리는 고양이도 있고, 한 동네가 철거되는 바람에 터전을 잃어버린 고양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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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5-30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빈 커피잔 바라보는 고양이 사진이 참 좋네요.

교관 2025-05-31 11:42   좋아요 0 | URL
카메라였으면 좀 더 멋지게 담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ㅋㅋ 전부 폰이라 가까이 다가가야만 담을 수 있는데 대부분 후다닥 도망을 가니까. 감사합니다
 


소리를 내지 못하고 춤을 추는 것들이 있어,

연약한 것들이 바람에 아파하며

칼날처럼 떨어지는 빛의 날을 맞아가며

춤을 추는 것들.

부드럽게 나를 드러내며 춤을 출 때마다

고통으로 물든 색채는 여러 번 바뀌지,

춤을 추며 아픔을 잊기도 하고

그렇게 결락을 흡수하기도 하고,

그래야 세상에 녹아들지,

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뿌리가 가장 통증이 심할 때거든,

연약한 것들은 춤을 춰라,

아파해라, 그

렇게 소리를 죽이고 끝없이 춤을 추자,

우리 계절을 먹으며 모락모락 늙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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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고 쓸모없는 기억은

자꾸 분명해지는 거 알지?

스쳐갔던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들,

지나간 것을 기억하고

추억한다는 건

그 순간이 최애였다는 거 알지?

그때 맞이했던 포근한 온도와

나른한 햇살,

아카시아 꽃과 같은 향을

앞으로 만나지 못할지라도,

추억 속의 그 장소,

그 공간은 그대로인 거 알지?

시간은 자꾸 나를 타이르지만,

추억 속 그 사람은

최애를 부르고 있어,

넌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너 자체가 사랑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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