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벌거벗은 사람 같아요.
이 말는 랭보의 말이다.
시는 다 까발려준다.
일말의 거짓이 없다.
음모까지 몽땅 보여준다.
한 줄의 함축에는
인간의 서사가 녹아있다.
시 없이 생활은 가능해도
삶은 불가능하다.
동시를 읽는 아이는 보석 같고,
시집을 보는 사람은 아름답다.
시는 멈추지도 않고
미래를 말하지도 않는다.
시는 인간의 옆에서
인간이 죽어가기 직전,
그 마지막까지 남아서 위로한다.
혹자는 정치가 가장 인간의 곁에 있다 하고,
어떤 이는 종교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있다 하지만 종교나 정치는 인간을
배신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시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상처 주는 일도 없다.
인간의 저 밑 구석에서부터
같이 객혈하고 토사 하며
벌거벗은 인간에게 위안을 준다.
아파 죽는 그날 옆에 시가 있다면,
시를 좋아하는 그 사람이 있다면,
시와 같은 그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