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라는 존재는 가까이 있는 먼 존재다. 먼발치 같은 느낌. 황경신의 말에 따르면 ‘먼’이란 보이지 않는 곳, 목소리도 닿지 않을 만큼 떨어져 있는 곳을 말하는데 ‘발치’는 숨을 죽이는, 그림자를 밟는,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서성이는 가까운 위치다. 그래서 먼발치는 닿을 수 없는, 가까이 있지만 만날 수 없는 불운한 숙명 같은 말이다. 운명은 앞에 있어서 언제나 바꿀 수 있지만 뒤에서 서서히 덮치듯 다가오는 숙명은 바꿀 수 없다.
사진을 자세히 봐야 보이는 고양이도 있고, 인간에게 다리 한쪽이 잘린 고양이도 있고, 경계심이 강한 고양이, 친화력이 좋은 고양이, 배고픈 고양이는 조깅하면서 음료수 사 마실 돈 오천 원으로 물과 닭 가슴살 캔을 사 먹인 적도 있고, 한 횟집 앞에는 사료는 먹지 않고 손님에게서 콩고물을 받아먹을 때만 기다리는 고양이도 있고, 한 동네가 철거되는 바람에 터전을 잃어버린 고양이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