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니콜라이 고골

3월 25일, 페테르부르크에서 평범하지 않은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보즈네센스키 대로에 살고 있는 이발사 이반 야코블레비치(그의 성(姓)은 확인할수가 없었다. 얼굴에 거품을 잔뜩 칠한 신사의 모습이 피도 뽑아드립니다‘라는문구와 함께 그려진 이발소 간판에도 더이상의 문구는 없었다.)는 빵 굽는 냄새를맡으며 아침 일찍 일어났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커피를 아주 좋아하는 비대한 몸집의 아내가 오븐에서 갓 구워진 빵을 꺼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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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사슬> 리 차일드
잭 리처의 <악의 사슬> 읽다 발견!
리처는 <61시간>에서의 활약 후 남쪽으로 내려와
네브래스카주를 지나고 버지니아주로 가고 있었다.
버지니아주에 가야만 할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 이유는 바로 110 특수부대의 책임자인 수잔 터너를 만나야하기 때문...! 리처의 이동에도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히치하이크로 도착한 곳이 네브래스카주의 광활한 옥수수 농장지대의 어느 마을이었는데
역시 사건에 휘말리고 그때 다친 몸을 그 마을 의사에게 치료 받으면서 자신이 280계단을 올라와 살아난, 그리고 다치게 된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뭔가 전편과 이어지는 실마리를 찾게 되니 너무 좋다. <61시간>을 안읽었다면 그냥 넘어갔을텐데 얼마나 다행인지!
<네버 고 백>을 이어서 읽을 생각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악의 사슬>을 읽게 되었고 이것이 바른 순서란 걸 알게 되니 더 좋다.
다음엔 무사히 버지니아에 도착하게 될런지...
궁금~~


"커피라면 언제든 환영이오." 리처가 말했다.
의사는 싱크대 앞으로 다가가서 커피 기계를 작동시켰다. 그러곤 다시 돌아와서, 보통 의사들이 그러듯, 리처의 한쪽 손바닥을 자신의 손가락 끝으로 잡은 뒤 그 팔을 들어올렸다. 비틀었다 하면서 여기저기를 꾹꾹 눌러댔다. 의사는 몸집이 작은 사내였다. 반면에 리처의 팔은 엄청나게 컸다. 의사는 마치 소 갈비짝을 짊어진 정육점 사내 같았다. 그는 다른 쪽 손가락들을 리처의 어깨 관절 속으로 깊이 찔러 넣고 꼼지락거리가며 촉진을 했다. - P178

"코르티손을 주사해야겠는데요." 의사가 말했다.
"그 처방이 꼭 필요한 거요?"
"증상이 나아지긴 할 겁니다."
"얼마나요?"
"조금이요 어쩌면 상당히 좋아질 수도 있고요. 맞아두는 게 좋아요. 지금 통증 때문에 좀 힘들잖아요. 아마 피로도 상당히 쉽게 느낄 거예요"
"좋소" 리처가 말했다. "놓아주시오."
"그러죠"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그 대신 내게 말해줘야 해요."
"뭘 말이오?"
"어쩌다 다치게 됐죠?"
"그건 왜 알려고 하는 거요?"
"직업적인 관심이라고 해두죠"
- P178

의사의 아내가 치료를 끝냈다. 그녀는 마지막 면봉을 탁자에 던진 뒤 리처에게 그의 셔츠를 건넸다. 셔츠 단추를 채우면서 리처가 말했다.
"어제 선생이 말한 대로요. 태풍을 만났소."
의사가 말했다. "믿기 힘든 얘기군요."

- P179

"실제 태풍을 말하는 게 아니오. 난 어느 지하 공간에 있었는데 갑자기 불이 났소. 그곳엔 층계가 하나였고 환풍장치가 두 개였소. 운이 좋았소 불길이 환풍구들 쪽으로 몰렸거든. 난 층계에 있었기 때문에 불에 타죽지 않았소. 하지만 불길이 환풍장치 속으로 확 빠져나가면서 주변 공기들을 빨아대는 서슬에 위에서 엄청난 바람이 불어 내려왔소. 나로선 마치 태풍을 뚫고 계단을 올라가는 것 같았소. 두 번이나 바닥으로 나가 떨어졌지. 일어서서는 도저히 계단을 올라갈 수가 없었소. 그래서 두 팔로 몸뚱이를 끌며 기어 올라가야 했던 거요."
"얼마나 긴 계단이었죠?"
"280계단이었소."
"와우, 그랬다면 이 정도 부상이 당연하죠. 어디였나요?"
"그건 직업적 관심을 벗어난 질문인 것 같소."
"그러고 나선 어떻게 됐나요?"
"그것도 직업적 관심을 벗어난 질문이오."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죠, 그렇죠?"
"기분상으로는 어제 일어났던 일 같소." 리처가 말했다. "자, 이제 주사기를 가져오시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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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드의 여왕

어느 날 기마근위대원 나루모프의 집에서 카드 게임이 있었다. 긴 겨울밤은 한순간에 지나갔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 앉은 것이 새벽 다섯 시였다. 돈을 딴 사람들은 먹성 좋게 먹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씁쓸한 마음에 빈 접시만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샴페인이 나오자 대화가 다시 활기를 띠었으며 모두가 대화에 참여하였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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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 제도화된 수렁들>
유산상속 : 공공연한 불리의 세습
--->대물림과 계급 내부의 구성


대물림이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을 영입하는 방식이었고 대물림이 ‘절차‘로서 기능한다는 점, 자식(장자인 아들)이 아버지의 ‘위치‘를 점하는 ‘움직임‘과 대립하는 효과는 자식들(장자 이외의 아들들과 딸들)을 아버지의 위치로부터 배제하는 것이다. 후자가 대물림의 ‘고전적인‘ 효과인 전자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두 효과는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대물림은 하나의 ‘움직임‘에서 생겨나는 불가분의 두 가지의 효과의 총체다.

대물림은 보편적으로 자연 현상처럼 간주된다. 
상호적으로 아버지의 위치를 자식이 차지하는 행위는 안정성으로 평가된다. 대물림은 따라서 이중으로 관성적이다.하나는 ‘자연‘적인 상태로서, 다른 
하나는 ‘움직임이 없는‘ 상태로서 그렇다. 이는 뒤이은 절차가 부재하게끔 이끄는, 절차가 부재한 상태로 이해된다. - P90

그러나 대물림이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대물림이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을 영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영입 방식으로서 대물림은 반드시 행위를 필요로 하며 따라서 대물림이 ‘절차‘
라는 점 역시도 명백하다. 그러므로 자식이 아버지의 위치를 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움직임‘이다. 이때 대물림이 발휘하는 또 다른 효과는 앞서 언급한 움직임과 대립하는 성격의 것으로서, 자식들을 아버지의 위치로부터 배제하는
것이다. 이 두 효과는 서로 연관되는데, 모두 대물림
의 효과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후자가 대물림의
‘고전적인‘ 효과인 전자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대물림우 하나의 움직임에서 생겨나는 불가분의 두 가지 효과의 총체다. - P91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적 위치의 대물림을 설명할 때 ‘안정성‘이라는 용어를 지양해야 한다. 또한 대물림이라는 명칭을 그 두 효과 중 하나로 한정하지도 말아야 한다. - P92

결론적으로, 대물림은 계급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나 계급간 ㄱㅐ인들의 움직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계급 자체의 구성에 작용한다.
 바로 계급 ‘내부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대립된 범주
와 지위의 존재 및 그 생성에 관여하는 것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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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을 가꾸는 식물
작가가 뽑아낸 잡초, 나의 식물을 먹어치우는 작은 곤충, 그리고 풀의 종류는 약간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원 일은 다 비슷해서 이해가 백퍼센트 잘 된다는게 너무 신기하다.
작지만 나만의 정원을 갖게 될거란 생각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해본 적 없었는데 지금의 내 삶에서 정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정원에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얻는ㅡ 어느 순간 정화된 듯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ㅡ
‘원예 카타르시스‘는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식물을 키울 때는 기본적으로 일을 약간 미룰 수는 
있지만, 계절과 싸울 수는 없다. 다음 주에는 이 씨를 뿌리고 저 모종을 심어야 한다. 일을 미루면 기회를 놓치고 가능성을 박탈당하지만, 흐르는 강물에 뛰어들듯 일단 씨앗을 심어놓으면 우리가 계절의 에너지에 실려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때가 온다. - P19

나는 특히 초여름에 하는 정원 일을 좋아한다.
그때는 성장의 힘이 가장 강하고, 땅에 심을 
것이 너무도 많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가 싫다. 보통 어스름한 새벽빛 속에서 시작해 어두워져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일한다. 일을 끝낼 때쯤이면 불을 환하게 밝힌 집의 온기가 나를 안으로 끌어들인다. 다음 날 아침에 살그머니 나가 보면, 내가 일한 곳이 밤사이에 제대로 자리가 잡혀 있다. - P18

물론 당연히 계획이 틀어지는 경험도 한다. 기대 속에 나갔다가시들어버린 어린 상추나 이파리가 다 떨어진 케일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민달팽이와 토끼의 분별없는 식습관이 분노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이 진을 빼놓기도 한다. - P20

식물을 돌보는 기쁨이 모두 창조 행위와 관련되지는 않는다. 정원에서 파괴적인 행위를 하는 일의 좋은 점은 그것이 용인 가능할 뿐아니라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정원은 온통 잡초에 뒤덮인다. 그래서 정원 일의 많은 행동이 공격성을 띠고 있다. 전정가위를 들고 가지를 치거나 땅을 깊이 파헤치거나, 민달팽이를 없애고먹파리를 죽이거나, 바랭이 풀을 뜯어내고 쐐기풀을 뽑거나 하는 일들이 그렇다. 우리는 복잡한 생각 없이 이런 일에 힘을 쏟을 수 있다.
그것은 성장을 돕는 파괴이기 때문이다.  - P20

정원에 나가 한참 동안 일을하다 보면 녹초가 될 수 있지만, 내면은 기이하게 새로워진다. 식물이아니라 마치 나 자신을 돌본 듯 정화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이것이 원예 카타르시스다. - P20

원예는 반복이다. 내가 이만큼 하면 자연이 그만큼 하고, 거기 내가 응답하면 자연도 다시 응답하는 식으로 반복하는 게 대화와 비슷하다. 속삭임도 아니고 고함도 아니고 어떤 이야기도 아니지만, 이 주고받음 속에는 느리지만 계속 이어지는 대화가 있다. 때로는 내가 느린 쪽이 되어서 잠시 입을 다물기도 한다. 식물이 그런 방치를 견디고살아남아주니 감사한 일이다. 잠깐 떠났다 돌아오면 훨씬 흥미롭다. 내가 없는 사이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했나 싶은
기분이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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