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루비콘 - 2023 제17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혜진 외 지음 / 강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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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루비콘> 2023 제17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여행 가는,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는 단편의 재미라니... 높이도 모를, 구름 속 비행기 안에서 환하게 비쳐드는 햇빛의 밝음을 조명삼아 빠른 속도로 읽었나갔다. 하지만 6편 단편의 스토리는 쓸쓸하고 힘겨운 사람들,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감추기 위해 더 큰 고통 속에 침잠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수상작인 김혜진의 ‘푸른색 루비콘‘에는 아내의 죽음 이후 홀로 남은 주인공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는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 아내가 먼저 그를 소개하였고, 그가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그를 알만큼 아는 사람들이었다. 아내가 떠나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서서히 끊어지고 어떠한 갈등이 있어 그런건 아니지만 아내의 부재를 실감하는 순간들에서 새삼스레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신은 이만하면 잘 살아왔다고, 그럭저럭 만족할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갑작스레 맞닥뜨리게 된 한 남자의 후줄근함과 생활의 누추함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남자를 대하면서 그가 은연중에 전해오는 책망어린 시선에서, 그리고 누추한 그 남자의 거처에서 그는 한 줄기 따뜻한 햇살과 같은 잠시간의 평화를 맛본다. 그것은 아내가 떠난 후 스스로 처음 맺는 관계에서 이루어 낸 것이라서 나에게 작은 감동을 주었다.

최은영의 ‘이모에게‘는 얼마 전 단편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읽었던 단편이라 반가웠다.
전통적인 여성상에서는 벗어난, 고단하고 이해받기 힘든 삶을 살았지만 자존감을 잃지 않았던 이모의 삶을 조명하면서, 우리가 좀 더 유대하고 돌아보기를
그리고 자신의 상처도 보듬어 안고 돌보기를 말한다.
그것이 결국 치유의 첫 단계임을 보여준다.

‘대만여행‘ 폴더를 열 때마다 이 단편집이 생각날지 모른다. 구름 속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기쁜 마음으로 읽었던 이 책을 ... 한줄기 위로와 평화를 주었던 이 작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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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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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책과 도서관을 지키고자 목숨까지도 걸었던 시인과 서점주인들, 필사가들, 책을 사랑했던 사람들 덕분에 책은 이천년 이상을 살아남았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러므로 이 책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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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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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나하나 사소하지 않은 말들... 천천히 두번 읽어보았다. 명확하고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 말들이지만 그 안에 감춰진 헤어나오기 어려울 만큼 큰 사랑이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인간의 악함에 우리는 어떻게 맞서야할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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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르티알리스가 오늘 오후에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 집에 온다면 그가 알아볼 수 있는 물건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엘리베이터, 초인종, 라우터, 유리창, 냉장고, 전구, 전자레인지, 사진, 플러그, 환풍기, 보일러, 변기, 지퍼, 포크, 병따개를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압력솥의 쉭쉭거리는 소리에 놀라고 세탁기 소리에 몸을 움츠릴 것이다. 라디오 소리에 놀라 숨을 곳을 찾을지도 모른다. 자명종소리에 나처럼 짜증을 낼 것이다. - P400

테이프, 스프레이, 코르크 따개, 걸레, 헤어드라이어, 레몬 압착기, 레코드판, 면도기, 스테이플러, 립스틱, 선글라스, 유축기, 탐폰 등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감도 잡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책을 보면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는 책을 알아볼 것이다. 그는 책을 펼치고 페이지를 넘길 것이며 집게손가락으로 글을 따라가며 안심할 것이다. 우리 세계에서 그들의 물건을 보게 될 것이다. - P401

그렇기에 나는 책의 미래에 대한 묵시록적 예언 앞에서도 이렇게말한다. 책을 존중하라. 우리에겐 고대 유물이 그리 많지 않다. 아직남아 있는 것들(바퀴, 의자, 숟가락, 가위, 잔, 망치, 책 등)은 제거하기 어려운 생존자로 판명됐다. 그 사물들이 지닌 디자인과 세련된 단순성은더 이상의 개선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 사물들은 재료나 구성 요소에있어 더 나은 것으로 대체되지 않은 채 수많은 테스트를 통과한 것들이다. 그것들은 실용주의적 영역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책이 독서의 필수적 지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인쇄기가 발명되기 전부터의 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P401

더욱이 수 세기 동안 우리와 함께 장수한 사물들은 새로운 것을만드는 바탕이 되었다. 고대의 책은 개인용 컴퓨터의 모델이 되었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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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스페이스 | 미래 도시 채석장 시리즈
렘 콜하스.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임경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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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스페이스 | 미래도시
정크스페이스의 의미를 정확하게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정크스페이스에 대한 정의와 해석은 건축과 문화 사이에서, 도시라는 실제 물리적 공간과 이데올로기와 가치라는 추상적 공간 사이에서 난해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98쪽, 해제 중에서)
해제까지 해도 백 여 페이지 남짓의 짧은 글이지만 렘 콜하스의 <정크스페이스>도 프레드릭 제임슨의 <미래도시>도 이해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렇지만 새로운 영역을 발견한 나름의 기쁨은 있다. 다시 한번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만하면 이번 책 읽기는 성공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문학과 지성사의 인문시리즈가 ‘채석장‘이란 이름을 달고 발간이 되었는데 그 이름이 너무 절묘하다. 마치 채석장에서 돌을 캐내는 마음으로...
그렇게 읽었다. 다시 한 번 더 읽는다면 쓸만한 돌을 만들수 있게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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