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동지들," 마지야로프가 불쑥 입을 열었다.
 "언론의 자유란 무엇일까? 생각해보시오, 전쟁이 끝나고 어느날 아침 신문을 펼쳐보니 노동자들이 위대한 스딸린에게 보내는 편지 대신에, 최고 소비에뜨위원 선거를 기념해 철강 노동자 연대가 추가 작업을 했다는 소식 대신에, 미합중국의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실업과 빈곤의 우울한 상황 속에 신년을 맞이했다는 소식 대신에 …………… 다름 아닌 ‘정보‘가 실려 있다고 말이오! 정보를 주는 신문이라니, 상상이 되오? - P425

신문에서 뚜르스끄 지역의 흉작을, 부띠르 감옥의 수감 상황에대한 감사 보고를, 백해-발트해 운하의 필요성과 관련한 논쟁을 골로뿌조프라는 노동자가 새로운 국채 발행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는
소식을 읽는 거요. - P426

한마디로 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해서 알게 되는 거지.
수확과 흉작, 시민의 열광이 향하는 곳, 강도질, 탄광의 조업과 붕괴, 몰로또프와 말렌꼬프 사이의 불화에 대해서 말이오. 공장장이 일흔 먹은 화공 기술자를 모욕하여 파업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또 처칠과 블룸의 연설문을 직접 읽게 되는 거라고. ‘그들이 이러저러한 의견을 피력했다‘라는 식으로 요약한 내용 대신 말이오.
영국 하원의 부패에 대해서 읽게 되고, 어제 모스끄바에서 몇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었는지, 교통사고를 당한 이들이 몇명이나 스끌리포솝스끼로 이송됐는지도 알게 되는 거요. 따슈껜뜨에서 모스끄바로 첫 딸기가 공급되었다는 소식이 아니라 왜 메밀쌀이 부족한지 알게 되는 거요. 집단농장의 노동 일당으로 빵을 몇 그램이나 받는지, 이젠 시골에서 모스끄바로 빵을 사러 왔다는 건물 청소부 여자의 조카딸을 통해서가 아니라 신문에서 알게 되는 거요. 그래그래, 이 모든 게 가능할 때 우린 온전히 소비에뜨 시민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 거요. - P426

소비에뜨 시민으로서 아무 서점에나 들어가 미국, 영국, 프랑스의 철학자, 역사가, 경제학자, 정치평론가들이 쓴 책을 사 읽고, 그들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직접 판단하는 거요. 안내자 없이 스스로
거리를 산책하는 셈이지." - P427

 "한달 일정으로 아주 중요한 군수물자공장에 출장을 간 적이 있어요. 스딸린이 직접 공장의 조업을 주시하고 공장장에게 전화를 걸어 ‘설치!‘
라고 명했죠. 그러자 원자재와 부품과 예비 부품까지 모든 게 무슨 동화처럼 저절로 나타나더라고요! 노동환경은 또 어떻고! 목욕탕이 딸려 있고, 아침마다 크림이 집으로 배달되고! 그렇게 살아본적이 없어요. 작업 장비도 엄청났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료주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에요. 모든 일이 서류 없이 성사되었죠." - P429

"더 정확히 말하자면 관료주의가 동화 속 거인처럼 조용히 노동자들에게 봉사했다고 할 수 있겠군요." 까리모프가 덧붙였다.
• "국가적 중요성을 띤 방위 시설이 그런 완성도에 이르렀다면, 그체제를 전 산업에 도입할 수 있다는 건 명약관화네요." 소꼴로프가말했다.
"특수지구!" 마지야로프가 입을 열었다. "이건 하나의 원칙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원칙에 대한 얘기요. ., - P429

... 자, 스딸린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에 필요한 것을 건설하지. 중공업은 국가에 필요할 뿐 인민에게 필요한 게 아니오. 사실 백해-발트해 운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쓸모가 없잖소. 한쪽 극에는 국가적 필요가, 다른 쪽 극에는 인간적 필요가 자리하고, 둘은 결코 양립할 수없소." - P430

"바로 그거예요. 특수 지구 밖은 그냥 엉망이거든요." 아르찔레프가 말했다. "내가 만든 생산품이 바로 옆의 이웃인 까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라 해도 난 계획에 따라 치따로 보내야 해요. 그러면 치따의 사람들이 그걸 까잔으로 공급하지요. 기계 조립공이 필요한데 남은 게 탁아소 예산뿐이면 난 기계 조립공들을 탁아소로 보내는 보모들로 기입해서 신청합니다. 중앙집권화가 아주 목을 졸라맨다니까요! 

어떤 발명가가 공장장에게 제품 이백개가 아니라 천오백개를 한꺼번에 생산할 방법을 제안했더니 공장장은 그를 골칫거리로 여기고 쫓아내버렸어요. 계획에 맞춘 양만큼 생산하는 게 더 마음 편하니까. 만약 시장에서 30루블만 주면 살 수 있는 자재가 없어서 공장이 멈춘다 해도, 그는 2백만 루블의 손실을 입을지언정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걸요." - P430

하지만 체호프는 말했네. 신은 좀 비켜서 있으라고, 소위 위대한진보적 사상들도 좀 비켜서 있으라고. 인간으로부터 시작하자고,
인간에게 친절하고 주의를 기울이자고. 그 인간이 누구든, 사제든,
농부든, 수백만 재산을 가진 공장장이든, 사할린의 유형수든, 레스토랑 웨이터든, 인간을 존중하고 불쌍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하자고.
그러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을 거라고, 이
것이 바로 민주주의, 우리 러시아인에게 아직 존재
하지 않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 걸세. - P437

지난 천년 동안 러시아인은 모든 것을 실컷 봐왔네. 위대한 공적, 위대한 이상과 위대한 업적들. 딱 한가지 보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게 바로 민주주의네. 그리고 바로 여기, 말하자면 데까당과 체호프의 차이가 있네. 국가는 데까당의 뒤통수를 치고 무릎으로 엉덩이를 깔 수 있지. 하지만 국가는 체호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네. 그래서 그를 허락하는 거야. 우리에겐 여전히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없네. 진정한 민주주의, 인간적인 민주주의 말이네."
마지야로프의 날카로운 이야기를 소꼴로프는 몹시 못마땅하게여기는 것 같았다. - P4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