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좇다 세상 아름다운 풍경들을 지나치다 - 박광수 감성사진 일기 두 번째
박광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2월
품절


내가 가끔 몰래 숨어서라도 당신을 보고 가는 건
물고기가 수면 위로 가끔 얼굴을 내밀고 산소를 마시는 것과 같다.
내가 당신을 보고 가는 것.
물고기가 수면 위로 가끔 얼굴을 내미는 것.
다 생존 문제다.
그래야 살 수 있다.-36쪽

햇볕이 너무 좋은 날,
그 햇볕을 보고 있노라면
어두운 그늘을 벗어나
햇볕에 나가
선탠을 하고 싶어요.
내 나이 서른 넷.
이제 많이
너덜너덜해져버린
제 영혼을
선탠하고 싶어요.-60쪽

그녀가 너무 힘들겠다싶어 그녀를 잊기로 했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녀를 다시 추억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잊혀지는 건 그간의 고통이고 남는 건 정제된 그리움뿐이다.-88쪽

그녀가 내게 당부했다. 난 그렇게 하겠노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내게 또다시 거듭 당부했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노라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녀는 못 미더운 얼굴로 내게서 떠나갔다. 언덕 너머로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렇게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언덕 너머로 사라지고 한참 후 나는 내게 말했다.
"이제 울어도 돼?"-178쪽

그리움은 화석이 되어 있다.-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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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구판절판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 괴테-36쪽

치유의 핵심은 '직면하기'에 있습니다. 상사의 모습이 곧 아버지의 모습이며 또한 자신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바로 보고 인정할 수 있을 때 심리적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됩니다. 내면과 직면하여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을 인정하게 되면 마음의 힘이 강해지는 것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의 내면을 외부르 투사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상사들에게서 같은 모습을 보더라도 더 이상 감정적인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41쪽

만일 당신이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 안에서 당신의 일부인 그 어떤 점을 발견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일부가 아닌 것은 아무것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다. - 헤르만 헤세-43쪽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준 우리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거부함으로써만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 - 장 폴 사르트르-50쪽

"애지중지 키운 아들은 불효자 되고, 천덕꾸러기로 키운 아들은 효자 된다"는 세간의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심리적 진실은, 충분히 사랑받은 자식들은 부모에게서 완전하게 독립된 인격체로서 주도적 삶을 살아가지만, 사랑을 덜 받은 자식은 여전히 부모의 인정과 지지를 기대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면서 부모에게 돈과 시간과 헌신을 바친다는 뜻에 닿아 있습니다.-55쪽

의존, 간섭, 지배, 통제 등은 가장 대표적으로 '사랑처럼 보이는 것'에 속합니다.-56쪽

우리는 죽는 날까지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 - 스콧 펙-85쪽

생의 어느 시기든 그 시절에 더 중요하고 긴박한 일을 선택해서 온 힘을 기울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생을 결정짓는 변수입니다. -109쪽

소중한 일들이 사소한 일들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 괴테-110쪽

그런 이들은 내면 환상에 가득 차서 외부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구조적으로 촘촘히 짜여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사람의 사회인이어서 그/그녀에게 연애는 그저 가벼운(혹은 무겁더라도) 일탈이나 위안거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지 못합니다. 상대방이 배우자보다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한다고 믿으며("아빠는 엄마보다 나를 더 사랑해" 같은 감정의 연장입니다), 그/그녀가 사랑하지도 않는 배우자와 불가항력적인 결혼 관계에 억지로 매여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리하여 그/그녀가 충실한 가장, 좋은 부모라는 증거와 만날 때마다 충격적인 상실감과 맞닥뜨립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그/그녀가 이혼한 후 자신과 결합할 거라는 환상에 빠져 있습니다.-184쪽

우리는 누구도 타인에게 그토록 잔인할 권리가 없다. - 빅터 프랭클-214쪽

성적 욕망이 인간을 주체로 만든다. - 자크 라캉-221쪽

욕망이 본질적으로 충족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정신분석학자도 있습니다. 아기가 요구하는 것(사랑, 보살핌)과 충족되는 것(젖, 기저귀) 사이에는 어쩔 수 없이 틈이 생기는데, 그 결핍과 불만족의 느낌이 '욕망'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성인인 우리의 내면에도 유아기부터 만들어진 욕망이 들어 있습니다. 그 욕망은 "헤어지면 보고 싶고, 만나보면 시들하고"라고 노래하게 하고,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고 말하게 하고, 섹스 후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허탈감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의 본질을 모른 채 우리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위험을 무릅씁니다. 욕망의 충족될 수 없는 속성을 알고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으로는 '승화'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리비도를 좀 더 가치 있는 사회적 문화적 행위로 전환시키는 일입니다. 승화 이외에 또 한 가지 욕망을 조절하는 방법이 '환상'일 것입니다. -224쪽

간혹 남성들을 위한 포르노그래피가 여성을 물화시키거나 굴복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모욕감을 느낀다는 여성을 만납니다. 그것 역시 남성의 환상 때문입니다. 남성들은 여성을 힘으로 지배할 수 있어야만 섹스가 가능하다고 믿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포르노그래피의 환상 속에서나마 성적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페니스를 안심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반대로 남성들은 멜로드라마가 만들어내는 '백마 탄 왕자'를 부담스러워합니다. 양쪽 성은 서로에게 실현 불가능한 판다지를 품고 있다는 뜻입니다. -226쪽

그런 다음, 남성과 여성이 성에 대해 인식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남성들을 사랑할 때 성적 욕망을 정서적 친밀감과 통합시키는 문제를 아주 어려워합니다. 그 말은 남성은 성욕을 먼저 느끼고, 성욕이 만족스러울 때 비로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여성은 반대입니다. 애착과 친밀감, 즉 사랑의 감정이 충분히 인식되고 믿어져야만 그 다음 단계로 섹스가 가능합니다. 사랑의 감정은 느끼겠는데 어떻게 관계를 침대로 가져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여성을 만나기도 합니다.
남성과 여성의 사랑 행위를 인식하는 데 이처럼 차이가 납니다. 그리하여 남성의 삶은 성적 욕망에 고착되어 있는 듯 보이고, 여성의 삶은 로맨스에 고착되어 있는 듯 보입니다. 남성은 자주 성적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까봐 염려하는 거세 불안에 시달리고, 여성은 자주 애착의 감정을 박탈당할지도 모른다는 분리 불안에 시달립니다. 남성들이 룸살롱 같은 곳에서 에피소드적이고 일회적인 성경험을 추구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성적 능력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습니다.-232쪽

진화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성적 욕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남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가지고,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가진다." 인류사를 보면 남성들을 권력을 지면 그 힘으로 여자를 탐해왔고, 더 많은 여자를 소유하는 것을 성공의 징표로 여겼습니다. 현대 남성들도 부와 권력을 획득하려는 이유는 더 많은 여자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사실 일부일처제는 권력, 경제력, 물리적 힘이 열등해서 여자를 차지하지 못하는 남성들을 위해, 남성들이 만든 제도입니다. 여자의 소유문제를 놓고 남성들끼리 맺은 일종의 신사협정이지요. 물론 인간의 본성에 적합하지 않아 오늘날 거듭 도전을 받으며 붕괴 조짐을 보인다고 사회학자들은 진단합니다. -233쪽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 단테-324쪽

우리는 중년기가 되면 몇 가지 심리적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우선 생이 온전히 자신의 책임임을 받아들여야 하며, 더 이상 부모를 이상화하거나 평가절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부모가 우리 생에 꼭 필요했던, 다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존재였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역량과 창조성의 한계를 인정하고 과도한 욕망이나 시기심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자신의 파괴적 충동이나 공격성에 대해 인식하고 잘 처리하며,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327쪽

조셉 켐벨은 우리 생의 본래적 소명이나 가치에 닿으려면 "너의 천복을 따르라"(Follow your bliss)고 제안합니다. 우리가 생애 초기부터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억압하고, 이성과 합리에 따라 재단하고, 사회화 문명화 속에서 방치해둔 정신의 원시적 힘의 영역을 되살리라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천복을 기억하고, 삶의 억압해둔 반쪽을 되살리는 일이 진정한 자신의 삶에 닿는 일, 진정한 자기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융 학파 정신분석학자 매튜 폭스는 억압해둔 생의 반쪽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신비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신비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꿈, 환상, 이야기, 신화로의 회귀를 제안합니다. 그의 주장은 "너의 광기로 하여금 항상 이성을 감시하게 하라"는 라캉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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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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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앞뒤 보지 않고 독종이 되어서 원하는 바를 성취했다고 해서 존재를 뒤흔들 만한 깊고 오랜 행복을 느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중생심이라는 것은 하나의 성공을 이루어 내면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루어낸 것보다 조금 더 큰 성공이 또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내가 승려가 된 이유는 이렇게 한 생을 끊없이 분투만 하다 죽음을 맞이하기 싫어서였다. 무조건 성공만을 위해서 끝없는 경쟁만 하다가 나중에 죽음을 맞게 되면 얼마나 허탈할까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성공의 잣대에 올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칠 나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그들의 기준점과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헐떡거리며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39-40쪽

우리의 삶이 소중한 만큼 언제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성공 이후의 행복을 꿈꾸기보다는 지금 내 주변을 돌아보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바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선택하자고 나는 이야기하고 싶다.-41쪽

이 일이 일어난 후에 내가 느낀 것은 대략 아는 것과 정확하게 아는 것 사이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어를 아예 몰랐으면 지도를 꺼내 내가 가려는 곳을 기사에게 확인해 줌으로써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었을 텐데 어설픈 발음으로 감을 잡아서 대략 말을 하다 보니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76쪽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 주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본인이 원하는 것, 느끼는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 같이 있는 상대방을 오히려 돕는 경우가 된다. 그러한 무언 중의 요구가 계속되어도 부합되지 않았을 경우 가슴에 쌓아 두었다가 어느 날 가서 폭발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90쪽

나이가 어렸을 때는 내가 주장하는 부분이 옳다고 생각되면 상대방을 무조건 설득하려고만 들었는데 지금은 상대방의 입장을 좀 귀담아들어 보려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상대방이 어떤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에 저런 의견을 내놓는지 입장 바꿔 냉정하게 생각하면서 이해해 보려는 노력도 나이가 들면서 종종 하는 것 같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저지른 사람에게 어렸을 때는 쉽게 손가락질하면서 사람으로 상종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제는 나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음을 잘 인식하고 있기에 그처럼 흑백으로 나누어 함부로 비난하는 것을 삼가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161-162쪽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도움을 줄 때 우리들의 가치 기준으로 판단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셨다.
보시하는 데도 자꾸 분별력을 부리다 보면 도움을 주면서도 아상我相만 늘어난다고 하셨다. 더욱이 돈을 받는 거지가 진짜 거지인지 짝퉁 거지인지를 구분해 가면서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가짜 거지일지라도 전생에 본인의 가족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면 돈 얼마 보태주는 것이 뭐 그리 억울한 일은 아니라고 하셨다.-192쪽

19세기 독일의 저명한 종교학자 막스 뮐러Max Muller가 한 말 중에 '하나만 알고 있다는 것은 그 하나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 또한 살면서 견문이 넓어지고 많이 공부하면 할수록 이 말에 정말로 크게 동감한다. 자기 자신의 것만 알고 다른 사람의 것을 모르면 사실 자기 스스로의 모습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다. 나의 모습과 남과의 관계를 통해서 거울처럼 비추어졌을 때 본인의 특성이나 좋고 나쁨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일수록 항시 겸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해서 잘 듣는 것이 아닌가 싶다.-206쪽

만일 다른 사람의 어떤 부분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그 사람의 흉을 보고 있다면 십중팔구 내 안에도 그 사람의 결점과 일치하는 무언가가 똑같이 진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 안에 그와 비슷한 것이 아예 없었다면 다른 사람의 잘못이 웬만해서는 내 의식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내가 그것 때문에 괴롭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그의 흉을 일부러 잡는다거나 하지 않는다.-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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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장으로 -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품절


남편과 산 지 어느덧 4년이 지나서 남편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의 버릇, 몸짓이 나타내는 의미, 그를 기쁘게 하는 것과 우울하게 하는 것 등등. 물론 모르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만나기 전, 도쿄에서 지낸 그의 생활에 대해 전부 다 들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내가 모르는 것은 아는 것을 더욱 돋보이게 할 뿐이다.
지금 남편은 내 사람이고 나는 남편의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지난 4년간의 1분 1초는 그 이전의 1분 1초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을 텐데.
혹은 남편과 살고 나서부터, 내 위를 흐르는 세월은 그때까지와는 다른 무엇이 된 건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도 생각해본다. 그러자 역시 신기해진다. 그런 것이 내게 찾아왔다는 사실이...-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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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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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대한 내 꿈에는 늘 수잔과 메건이 포함돼 있었다. 수잔과 나는 대학교에서 함께 프랑스어 수업을 듣고 하루에 한 시간씩 회화 연습도 했다. 수잔도 파리에서 살고 싶다는 내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돈이 조금 모이면 낡은 주방을 수리해야 했다. 그 다음은 전기배선을 새로 손봐야 했다.
결국 수잔은 우리 둘 다 대학교에서 교수가 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 마침내 내가 교수 자리를 얻자 수잔은 안식년을 기다리자고 했다. 좀 더 시간이 흐르자 성장기에 있는 메건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적당한 때를 기다리자고 했다.
수잔은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딱 맞는 시기'가 언제인지 저울질 했다. 문제는 모든 게 수잔의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했다. 수잔은 지난 5년 동안 '일 년 반 뒤에'라고 말하다가 끝내 프랑스어 수업을 포기했다.-33쪽

"상투적인 생각은 기본적으로 진실이다."
"조지 오웰."-130쪽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군요?"
"쇼핑은 절망에서 나온 행동이니까."
"그건 좀 지나친 표현 아닌가요?"
마지트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되물었다.
"하지만 사실이잖아요. 사람들은 시간만 나면 쇼핑을 해요. 쇼핑은 이 시대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문화가 됐어요. 쇼핑은 사람들의 생활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확인시켜주는 증거죠."
나는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자, 나도 '절망에서 나온 행동'으로 이걸 가져왔어요."-146쪽

"적어도 프랑스 사람들은 두 가지의 다른 세계가 공존한다는 걸 인정하지. 이를테면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자유로운 생활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며 균형을 유지해가는 거야. 뒤마도 말했어. '결혼의 사슬이란 너무 무거워 여러 사람이 운반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개인의 자유가 수시로 부딪쳐서는 곤란하겠지. 둘 사이에 팽팽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니까."-177쪽

"정말 이상하지 않아?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가끔 몹시 심하게 비난하고 나서 후회하지. 그 비난은 사실상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인데도..."-180쪽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또한 그러하기에 모든 게 다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고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망에 빠져 '죽으면 다 소용없는데 왜들 이렇게 애를 쓰나? 내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 것들, 분노, 야망, 사랑, 후회, 실수, 행복의 추구 따위도 내가 죽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닐텐데'라는 생각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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