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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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앞뒤 보지 않고 독종이 되어서 원하는 바를 성취했다고 해서 존재를 뒤흔들 만한 깊고 오랜 행복을 느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중생심이라는 것은 하나의 성공을 이루어 내면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루어낸 것보다 조금 더 큰 성공이 또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내가 승려가 된 이유는 이렇게 한 생을 끊없이 분투만 하다 죽음을 맞이하기 싫어서였다. 무조건 성공만을 위해서 끝없는 경쟁만 하다가 나중에 죽음을 맞게 되면 얼마나 허탈할까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성공의 잣대에 올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칠 나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그들의 기준점과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헐떡거리며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39-40쪽

우리의 삶이 소중한 만큼 언제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성공 이후의 행복을 꿈꾸기보다는 지금 내 주변을 돌아보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바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선택하자고 나는 이야기하고 싶다.-41쪽

이 일이 일어난 후에 내가 느낀 것은 대략 아는 것과 정확하게 아는 것 사이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어를 아예 몰랐으면 지도를 꺼내 내가 가려는 곳을 기사에게 확인해 줌으로써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었을 텐데 어설픈 발음으로 감을 잡아서 대략 말을 하다 보니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76쪽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 주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본인이 원하는 것, 느끼는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 같이 있는 상대방을 오히려 돕는 경우가 된다. 그러한 무언 중의 요구가 계속되어도 부합되지 않았을 경우 가슴에 쌓아 두었다가 어느 날 가서 폭발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90쪽

나이가 어렸을 때는 내가 주장하는 부분이 옳다고 생각되면 상대방을 무조건 설득하려고만 들었는데 지금은 상대방의 입장을 좀 귀담아들어 보려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상대방이 어떤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에 저런 의견을 내놓는지 입장 바꿔 냉정하게 생각하면서 이해해 보려는 노력도 나이가 들면서 종종 하는 것 같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저지른 사람에게 어렸을 때는 쉽게 손가락질하면서 사람으로 상종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제는 나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음을 잘 인식하고 있기에 그처럼 흑백으로 나누어 함부로 비난하는 것을 삼가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161-162쪽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도움을 줄 때 우리들의 가치 기준으로 판단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셨다.
보시하는 데도 자꾸 분별력을 부리다 보면 도움을 주면서도 아상我相만 늘어난다고 하셨다. 더욱이 돈을 받는 거지가 진짜 거지인지 짝퉁 거지인지를 구분해 가면서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가짜 거지일지라도 전생에 본인의 가족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면 돈 얼마 보태주는 것이 뭐 그리 억울한 일은 아니라고 하셨다.-192쪽

19세기 독일의 저명한 종교학자 막스 뮐러Max Muller가 한 말 중에 '하나만 알고 있다는 것은 그 하나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 또한 살면서 견문이 넓어지고 많이 공부하면 할수록 이 말에 정말로 크게 동감한다. 자기 자신의 것만 알고 다른 사람의 것을 모르면 사실 자기 스스로의 모습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다. 나의 모습과 남과의 관계를 통해서 거울처럼 비추어졌을 때 본인의 특성이나 좋고 나쁨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일수록 항시 겸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해서 잘 듣는 것이 아닌가 싶다.-206쪽

만일 다른 사람의 어떤 부분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그 사람의 흉을 보고 있다면 십중팔구 내 안에도 그 사람의 결점과 일치하는 무언가가 똑같이 진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 안에 그와 비슷한 것이 아예 없었다면 다른 사람의 잘못이 웬만해서는 내 의식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내가 그것 때문에 괴롭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그의 흉을 일부러 잡는다거나 하지 않는다.-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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