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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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대한 내 꿈에는 늘 수잔과 메건이 포함돼 있었다. 수잔과 나는 대학교에서 함께 프랑스어 수업을 듣고 하루에 한 시간씩 회화 연습도 했다. 수잔도 파리에서 살고 싶다는 내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돈이 조금 모이면 낡은 주방을 수리해야 했다. 그 다음은 전기배선을 새로 손봐야 했다.
결국 수잔은 우리 둘 다 대학교에서 교수가 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 마침내 내가 교수 자리를 얻자 수잔은 안식년을 기다리자고 했다. 좀 더 시간이 흐르자 성장기에 있는 메건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적당한 때를 기다리자고 했다.
수잔은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딱 맞는 시기'가 언제인지 저울질 했다. 문제는 모든 게 수잔의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했다. 수잔은 지난 5년 동안 '일 년 반 뒤에'라고 말하다가 끝내 프랑스어 수업을 포기했다.-33쪽

"상투적인 생각은 기본적으로 진실이다."
"조지 오웰."-130쪽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군요?"
"쇼핑은 절망에서 나온 행동이니까."
"그건 좀 지나친 표현 아닌가요?"
마지트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되물었다.
"하지만 사실이잖아요. 사람들은 시간만 나면 쇼핑을 해요. 쇼핑은 이 시대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문화가 됐어요. 쇼핑은 사람들의 생활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확인시켜주는 증거죠."
나는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자, 나도 '절망에서 나온 행동'으로 이걸 가져왔어요."-146쪽

"적어도 프랑스 사람들은 두 가지의 다른 세계가 공존한다는 걸 인정하지. 이를테면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자유로운 생활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며 균형을 유지해가는 거야. 뒤마도 말했어. '결혼의 사슬이란 너무 무거워 여러 사람이 운반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개인의 자유가 수시로 부딪쳐서는 곤란하겠지. 둘 사이에 팽팽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니까."-177쪽

"정말 이상하지 않아?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가끔 몹시 심하게 비난하고 나서 후회하지. 그 비난은 사실상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인데도..."-180쪽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또한 그러하기에 모든 게 다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고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망에 빠져 '죽으면 다 소용없는데 왜들 이렇게 애를 쓰나? 내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 것들, 분노, 야망, 사랑, 후회, 실수, 행복의 추구 따위도 내가 죽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닐텐데'라는 생각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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