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구판절판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 괴테-36쪽

치유의 핵심은 '직면하기'에 있습니다. 상사의 모습이 곧 아버지의 모습이며 또한 자신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바로 보고 인정할 수 있을 때 심리적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됩니다. 내면과 직면하여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을 인정하게 되면 마음의 힘이 강해지는 것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의 내면을 외부르 투사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상사들에게서 같은 모습을 보더라도 더 이상 감정적인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41쪽

만일 당신이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 안에서 당신의 일부인 그 어떤 점을 발견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일부가 아닌 것은 아무것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다. - 헤르만 헤세-43쪽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준 우리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거부함으로써만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 - 장 폴 사르트르-50쪽

"애지중지 키운 아들은 불효자 되고, 천덕꾸러기로 키운 아들은 효자 된다"는 세간의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심리적 진실은, 충분히 사랑받은 자식들은 부모에게서 완전하게 독립된 인격체로서 주도적 삶을 살아가지만, 사랑을 덜 받은 자식은 여전히 부모의 인정과 지지를 기대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면서 부모에게 돈과 시간과 헌신을 바친다는 뜻에 닿아 있습니다.-55쪽

의존, 간섭, 지배, 통제 등은 가장 대표적으로 '사랑처럼 보이는 것'에 속합니다.-56쪽

우리는 죽는 날까지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 - 스콧 펙-85쪽

생의 어느 시기든 그 시절에 더 중요하고 긴박한 일을 선택해서 온 힘을 기울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생을 결정짓는 변수입니다. -109쪽

소중한 일들이 사소한 일들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 괴테-110쪽

그런 이들은 내면 환상에 가득 차서 외부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구조적으로 촘촘히 짜여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사람의 사회인이어서 그/그녀에게 연애는 그저 가벼운(혹은 무겁더라도) 일탈이나 위안거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지 못합니다. 상대방이 배우자보다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한다고 믿으며("아빠는 엄마보다 나를 더 사랑해" 같은 감정의 연장입니다), 그/그녀가 사랑하지도 않는 배우자와 불가항력적인 결혼 관계에 억지로 매여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리하여 그/그녀가 충실한 가장, 좋은 부모라는 증거와 만날 때마다 충격적인 상실감과 맞닥뜨립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그/그녀가 이혼한 후 자신과 결합할 거라는 환상에 빠져 있습니다.-184쪽

우리는 누구도 타인에게 그토록 잔인할 권리가 없다. - 빅터 프랭클-214쪽

성적 욕망이 인간을 주체로 만든다. - 자크 라캉-221쪽

욕망이 본질적으로 충족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정신분석학자도 있습니다. 아기가 요구하는 것(사랑, 보살핌)과 충족되는 것(젖, 기저귀) 사이에는 어쩔 수 없이 틈이 생기는데, 그 결핍과 불만족의 느낌이 '욕망'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성인인 우리의 내면에도 유아기부터 만들어진 욕망이 들어 있습니다. 그 욕망은 "헤어지면 보고 싶고, 만나보면 시들하고"라고 노래하게 하고,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고 말하게 하고, 섹스 후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허탈감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의 본질을 모른 채 우리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위험을 무릅씁니다. 욕망의 충족될 수 없는 속성을 알고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으로는 '승화'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리비도를 좀 더 가치 있는 사회적 문화적 행위로 전환시키는 일입니다. 승화 이외에 또 한 가지 욕망을 조절하는 방법이 '환상'일 것입니다. -224쪽

간혹 남성들을 위한 포르노그래피가 여성을 물화시키거나 굴복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모욕감을 느낀다는 여성을 만납니다. 그것 역시 남성의 환상 때문입니다. 남성들은 여성을 힘으로 지배할 수 있어야만 섹스가 가능하다고 믿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포르노그래피의 환상 속에서나마 성적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페니스를 안심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반대로 남성들은 멜로드라마가 만들어내는 '백마 탄 왕자'를 부담스러워합니다. 양쪽 성은 서로에게 실현 불가능한 판다지를 품고 있다는 뜻입니다. -226쪽

그런 다음, 남성과 여성이 성에 대해 인식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남성들을 사랑할 때 성적 욕망을 정서적 친밀감과 통합시키는 문제를 아주 어려워합니다. 그 말은 남성은 성욕을 먼저 느끼고, 성욕이 만족스러울 때 비로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여성은 반대입니다. 애착과 친밀감, 즉 사랑의 감정이 충분히 인식되고 믿어져야만 그 다음 단계로 섹스가 가능합니다. 사랑의 감정은 느끼겠는데 어떻게 관계를 침대로 가져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여성을 만나기도 합니다.
남성과 여성의 사랑 행위를 인식하는 데 이처럼 차이가 납니다. 그리하여 남성의 삶은 성적 욕망에 고착되어 있는 듯 보이고, 여성의 삶은 로맨스에 고착되어 있는 듯 보입니다. 남성은 자주 성적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까봐 염려하는 거세 불안에 시달리고, 여성은 자주 애착의 감정을 박탈당할지도 모른다는 분리 불안에 시달립니다. 남성들이 룸살롱 같은 곳에서 에피소드적이고 일회적인 성경험을 추구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성적 능력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습니다.-232쪽

진화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성적 욕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남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가지고,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가진다." 인류사를 보면 남성들을 권력을 지면 그 힘으로 여자를 탐해왔고, 더 많은 여자를 소유하는 것을 성공의 징표로 여겼습니다. 현대 남성들도 부와 권력을 획득하려는 이유는 더 많은 여자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사실 일부일처제는 권력, 경제력, 물리적 힘이 열등해서 여자를 차지하지 못하는 남성들을 위해, 남성들이 만든 제도입니다. 여자의 소유문제를 놓고 남성들끼리 맺은 일종의 신사협정이지요. 물론 인간의 본성에 적합하지 않아 오늘날 거듭 도전을 받으며 붕괴 조짐을 보인다고 사회학자들은 진단합니다. -233쪽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 단테-324쪽

우리는 중년기가 되면 몇 가지 심리적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우선 생이 온전히 자신의 책임임을 받아들여야 하며, 더 이상 부모를 이상화하거나 평가절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부모가 우리 생에 꼭 필요했던, 다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존재였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역량과 창조성의 한계를 인정하고 과도한 욕망이나 시기심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자신의 파괴적 충동이나 공격성에 대해 인식하고 잘 처리하며,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327쪽

조셉 켐벨은 우리 생의 본래적 소명이나 가치에 닿으려면 "너의 천복을 따르라"(Follow your bliss)고 제안합니다. 우리가 생애 초기부터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억압하고, 이성과 합리에 따라 재단하고, 사회화 문명화 속에서 방치해둔 정신의 원시적 힘의 영역을 되살리라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천복을 기억하고, 삶의 억압해둔 반쪽을 되살리는 일이 진정한 자신의 삶에 닿는 일, 진정한 자기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융 학파 정신분석학자 매튜 폭스는 억압해둔 생의 반쪽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신비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신비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꿈, 환상, 이야기, 신화로의 회귀를 제안합니다. 그의 주장은 "너의 광기로 하여금 항상 이성을 감시하게 하라"는 라캉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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