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 17 - 완결
사쿠라이 가몬 지음, 미우라 츠이나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1 





 2015년에 1권을 접한 이후로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려 완결을 보게 된 <아인>은 마무리까지 깔끔하고 완벽했다. 죽지 않는 인간 '아인'이라는 흥미로운 설정, 떡밥을 적재적소에 깔고 지루하지 않게 회수하는 밀도 있는 서사, 입체적이고 신선한 캐릭터 묘사, 죽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한 아인들의 미친 액션과 책략, 그리고 인간이란 단지 죽지 않고 살아있을 뿐인 존재가 아닌 주체적이고 진지하게 삶의 문제를 돌파해나가는 존재임을 피력하는 주제의식이 대단히 좋았다. 주인공부터 냉소적이기 이를 데 없는 분위기의 작품이지만, 도리어 이성과 감정의 대비를 통해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그 질문을 죽지 않는 인간인 아인들을 통해 풀어낸 것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조금 흥미로운데, 원래 이 작품은 스토리 담당 작가인 미우라 츠이나와 작화 담당 작가인 사쿠라이 가몬의 공동 작품이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스토리 작가가 고작 5화만 그리고 하차하자 나머지 부분을 작화 담당인 사쿠라이 가몬이 이어나가게 됐다고 한다. 협업 관계에서 한 명이 이탈하면, 게다가 남은 쪽이 작화 담당이라면 그냥 접는 것이 상식인데 사쿠라이 가몬이 그대로 이어서 간 걸 보면 그 작가에게 스토리텔러로서의 잠재력이 있음을 편집부는 알아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이판사판이었는데 초대박이 난 것일 수도 있고. 


 내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이 작품의 대다수의 팬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스토리 작가가 하차한 것이 신의 한 수라고 말한다. 당사자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또 원래 구상했던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선 사쿠라이 가몬의 냉소적이고 액션이 가득한 버전 외엔 다른 <아인>을 상상할 수 없다. 사실 이미 오래 지난 일이니 '만약'을 가정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고. 아무튼 1권에서 느낀 인상에 비해 3권부턴 냉소적이다 못해 소시오패스로 거듭난 주인공 나가이 케이는 '인간은 언제부터 아인이 되는가' 라는 작품 전반에 녹아든 질문과 아주 잘 어울리는 캐릭터인 지라 어쩌면 도박이었을지 모를 사쿠라이 가몬의 단독 연재는 그야말로 대성공이라고 극찬해도 하등 모자람이 없을 듯하다. 

 인간은 언제 아인이 되는가. 죽기 전에 아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세계관의 상식에 비춰보면 죽은 다음에 부활하는 순간에 아인이 된다고 간단히 대답할 수 있겠다.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된 아인은 갓 아인이 됐을 무렵이랑 점점 아인에 익숙해지는 모습과 비교하면 확실히 인간과 아인은 별개의 생물이란 주장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도 고통은 그대로기에 인간을 대놓고 적대하지 않고 눈의 띄지 않게 공생을 추구하지만, 타인과 원만히 지내야 할 필요성도 못 느끼고 고통에도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은 확실히 인간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아인이 아닌 보통의 인간이 훨씬 많이 등장하는데 이들 모두 미쳤거나 일그러진 심성을 가졌고 이러한 모습들엔 동정의 여지가 있는 뚜렷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천성적으로' 그따위인 유형이 많아서 죽어서 아인임을 알게 되는 아인들과 비교했을 때 도대체 누가 인간이고 인간이 아닌지 구분 짓기가 상당히 애매해진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를 증명하는 나가이와 사토는 굉장히 특이한 유형이고, 온갖 더러운 일을 일삼는 청부업자이지만 동료끼리 의리가 있는 히라사와, 마나베 같은 검은 양복의 사내들, 혼수 상태에 빠진 연인을 치료하기 위해 아인을 이용하려는 토사키의 연민 어린 모습과 아인임에도 혹시 다음엔 부활을 하지 못할까봐 '리셋'을 두려워하는 나카노 등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모두 그들의 소속, 과거에 저질렀던 일, 그리고 종족이라는 잣대를 들이밀며 단정 짓기엔 너 나 할 것 없이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일련의 사건을 수습하고 사토를 막은 나가이는 이전에 오구라에게 말한 대로 '사람은 변하지 않음'을 완결까지 관철시킨다. 억지를 부린 측면도 없지않지만 그의 본성은 분명 바뀌지 않았다. 바뀌기엔 너무 늦었을 수도 있고. 중요한 건 그 미치도록 이해타산적인 부분을 어쨌든 굉장히 옳은 일에 써줬고 나가이의 성격상 악행에 자신의 두뇌나 아인으로서의 능력을 쓸 것 같지도 않고 애당초 그만큼 욕심이 많다거나 절박한 상황에 처할 만큼 자기관리에 소홀한 인물이 아닌 터라 소시오패스임에도 이 세상에 긍정적인 의미에서 필요한 일을 많이 해내줄 듯하다. 


 나는 단언컨대 나가이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자기가 이대로 냉정하게 살아도 되는지 반성하는 것은 좋은 자세라 생각한다. 반성 없는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탈선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반성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갑고 사교성은 없고... 쉽게 말해 싸가지 없는 인간쓰레기라 할 수 있는 유형의 인간이라 하더라도 이 세상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시오패스라 위험하진 않으냐고? 악행을 직접 저지르기까지 소피오패스는 그저 유형에 불과할 뿐 범죄자는 아니다. 소시오패스 성향을 보인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 인물을 재단하는 것은 아인이 죽지않는다는 이유로 '인류 발전을 위해 그들은 실험 동물로 쓰는 것이 경제적이다, 마침 인간처럼 감정이 없기도 하고' 라며 말하는 것과 같다. 그보단 차라리 히라사와처럼 소시오패스건 뭐건 그의 자질을 높이 평가하고 힘들여 바뀔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 모두 같이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에 훨씬 이로운 일이지 않을까? 

 소시오패스냐 사이코패스냐, 내가 그 부분에 그리 정통하지 않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고 있다. 사이코패스든 소시오패스든 그 성향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조금씩 갖고 있다. 나가이가 논리적으로 나카노의 감정적인 부분을 반박하거나 당당하게 타인이 죽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 사토가 테러라는 이름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남다른 쾌감을 안겨주는데 <아인>이 크게 흥행한 것을 보면 이는 비단 나만이 느낀 특이한 감상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폭력성은 있고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무책임해지고 싶어진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사이코패스인 것이고 소시오패스인 것이고 아인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인이란 죽지 않는다는 걸 자각한 뒤가 아니라 주변에 무책임해졌을 때 진정한 아인으로 거듭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작품을 읽는 동안 생각해봤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인은 한 명, 바로 사토다. 그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감각으로 살육을 저지르고 테러 행위를 벌이고 지겹다고 간단히 작전을 관두고 동료들을 버리는 모습은 실로 무책임 그 자체다. 현실 감각이 없는 인간들이 이토록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의 무책임함을 보여주지 않나 싶은데, 그의 액션이 쾌감을 선사해주는 한편으로 분노를 유발하는 이유가 바로 무책임한 모습 때문임을 최후반부에 나가이가 제대로 지적한다. 

 물론 사토는 기절한 상태라 듣진 못했겠지만, 아인이기에 가능한 책략과 액션을 사토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채롭게 구사한 나가이는 사토에게 '그럼에도 자신은 진지했기에 내내 게임하는 태도인 당신을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뼈가 있는 말을 던진다.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가려는 - 징병제가 있고 국가 차원에서 프로게이머를 육성한다는 이유로;; 이 작품 속 한국은 이 작자에게 박살이 날 뻔했다... - 사토를 나가이가 굳이 필사적으로 막아선 이유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유였다. 나가이는 실패를 거듭했으나 늘 진지했고, 자신의 진지함이 무시당하는 기분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토는 그런 나가이의 집념에 유달리 당황한 눈치였는데,모든 가능성을 동원해 사토를 막아내고 감정을 해소하는 나가이의 모습이 그렇게 속시원할 수가 없었다. 


 한 번 펼치면 멈추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완결이 워낙 깔끔해 살짝 시원섭섭한 감이 있어 외전이라도 나왔으면 좋겠지만... 이 작품의 냉소적인 느낌을 생각한다면 외전은 사족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대신 나는 완결의 아쉬움을 본편의 몇몇 장면을 생각이 날 때마다 보는 것으로 달래려고 한다. 전권을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아마 두고두고 찾아볼 듯하다. 어쩌면 영원히 소장할 수도 있을 정도로 <아인>은 깊이가 있는 작품이니까 말이다. 

나는... 목숨을 걸 수가 없어. 목숨 외의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계산이 안 맞잖아... - 2권 File:07 003



여기선, 윤리나 감정을 배제한, 압도적인 결단이 반드시 필요해. 사실이다. 너는 그럴 수 있는 놈이야.

너는 그러면 돼. - 6권 File:26 Genius...? !



[마리오]를 할 때 말이지 [피치 공주를 구하자!] 하는 생각으로 불타서 하나? 스토리는 필요하지만, [거북이를 밟는 게 재미있어서] 하는 거 아니야? - 7권 File:30 Call of Duty



모든 인간은 무의식중에 타인의 생명을 저울질하고 있어. 너도 그래. 그걸 의식적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비난할 수 없어!! - 9권 File:43 싸움



인생은 무의미해. 아무 가치도 없지. 하지만, 그저 [태어나서 죽어갈 뿐인 존재]인 인간이, 우주의 의사에 대항하여,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아? - 16권 File:75 미지를 향한 비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8.5 






 <도깨비불의 집>은 전작 <유리 망치>와 비교하면 깊이는 아쉽지만 다채로운 설정과 두 주인공의 진보된 케미로 중무장한 밀실 추리소설 단편집이다. 기시 유스케의 작품 중 흔치 않은 단편집인데, 항상 벽돌에 준하는 두께의 책을 쓰는 저자지만 단편에도 의외로 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단편의 분량 안에서 캐릭터들의 매력과 신박한 트릭, 작가 본인의 취향이 듬뿍 반영된 설정까지 빠짐없이 잘 담겨져 짧은 분량의 단편들임에도 하나 하나 묵직하게... 아니, 빽빽하게 읽힌다. 

 물론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여자 주인공인 아오토 준코는 전편보다 못 미더운 인물로 묘사되고 - 그놈의 거미를 무서워하는 캐릭터성 때문에... 그래도 세 번째 수록작에선 아오토가 탐정에 소질이 없는 것이지 변호사로선 결코 만만찮은 인물임이 그려져 체면치레는 했다고 본다. - 몇몇 트릭은 신박하기보단 허무하거나 이해가 잘 되지 않고 설정은 너무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나머지 조금이라도 관심이 없으면 한없이 지루하게 읽혀질 수 있다. 내 경우엔 아오토가 허당끼 있는 캐릭터로 그려진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작가의 그릇된 성 고정관념을 엿볼 수 있는 요소라며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독자도 있을 테고 트릭이나 설정에 대해 작가가 공을 들인 것과 별개로 설명이 독자에 따라선 불충분할 수 있다는 것 등 작가나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기대는 접고 책장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우선 표제작이자 첫 번째 수록작은 '도깨비불의 집'이 가장 평범하고 재미도 없었으며 명백하게 전작 <유리 망치>보다 완성도가 떨어졌다. 결말은 나름대로 충격적이었지만 전개가 지루했고 더 나은 결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수록작인 '검은 이빨'은 일종의 안락의자 탐정물로 느닷없이 혼자서 공포와 싸우게 된 아오토 준코의 남다른 집념과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첫인상엔 그저 불쾌했던 거미가 후반부엔 가엾게 느껴지고 역시 기시 유스케의 작품답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인간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장기판의 미궁'은 장기에 대한 기시 유스케의 취향이 한껏 드러나는 작품으로 장기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부정이라는 흥미로운 대목이 없었다면 쉬지 않고 나오는 장기 용어 때문에 완독하기 버거웠을지 모르겠다. 트릭의 난이도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오토 준코를 비롯한 여성 캐릭터들의 모습이었는데 엄연히 에노모토 케이가 주역인 에피소드임에도 그의 존재감이 이 여성 캐릭터들에 밀리는 인상을 받았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는 쉽게 잊히지 않을 듯하다. 

 마지막 수록작인 '개는 알고 있다'는 이 책에서 가장 이색적인 작품으로 기시 유스케의 정신 나간 개그 코드가 단연 돋보였다. 개를 키웠던 사람으로서 공감의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도 많고 트릭보다 트릭이 밝혀지는 장면도 실소를 유발하며 아오토 준코의 허당 같은 면모도 정점을 찍어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게 읽을 수 있던 작품이다. 내내 심각한 작품만 읽다가 마지막에 웃으면서 책장을 덮으니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내 기억엔 다음 작품인 <자물쇠가 잠긴 방>도 마지막 수록작이 코미디였던 것 같은데... 그 작품도 기대된다. 마지막엔 코미디로... 꽤 괜찮은 구성인 것 같다. 

신용을 얻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어버리는 건 한순간이군요. 그건 개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300p



이미 동기가 충분하다니, 그건 경찰들이 쓰는 말 아닌가요? 조서를 쓸 때 동기라는 항목이 비어 있으면 곤란하니까 뭐라도 채울 거리가 있으면 좋다는......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진정한 동기는 하나입니다. 그걸 밝히는 건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인간성에 대한 문학적 탐구뿐 아니라 동기의 내용에 따라서는 형량에도 영향이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 302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리 망치 -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10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8.8 






 기시 유스케의 <유리 망치>는 흔히 '역대급 밀실 살인'이란 키워드로 종종 회자되곤 한다. 이 시리즈에서 처음 등장한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방범 전문가이자 도둑인 에노모토 케이는 이후에 '방범 탐정 에노모토' 시리즈에 등장하며 숱한 밀실 살인을 해결한다. 작품의 주인공이 도둑인 터라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도덕관이나 권선징악적인 결말과는 다른 결의 결말을 선보이는 게 어떻게 보면 밀실 트릭보다 더 인상적인 시리즈인데, <유리 망치>도 범인이 구사한 트릭보다 그 트릭을 쫓아갈 때 두 주인공이 내놓은 가설,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케미, 그리고 범인 나름대로의 절박한 동기와 그 동기를 은유한 '유리망치'라는 단어가 더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트릭이 워낙에 획기적인 지라 10년 전에 읽었음에도 생생히 기억나 두 번째로 읽는 요번엔 전과 같은 신선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좋은 추리'소설'은 고작 트릭의 놀라움만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결정되지 않는다. 아쉽게도 트릭을 파악해가는 과정이 아주 흡입력이 있다고 할 순 없었지만 캐릭터의 매력과 기시 유스케의 취미와 집요한 취재가 녹아든 설정들, 그리고 첨예하게 그려낸 설전 덕분에 그리 지루하진 않았다. 밀실 트릭을 주로 다루는 본격 추리소설은 아무리 작가가 실감나게 설명해줘도 그림이 없으면 와 닿지 않는데, 이 작품이라고 그런 단점에 완벽히 자유롭진 않았으나 오히려 이야기의 핵심은 1부의 트릭 간파가 아닌 2부의 범인 이야기란 것이 이 작품의 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인 터라 이 단점도 그리 대수롭지 않은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의 제목 '유리망치'가 단순히 범인의 트릭을 직접적으로 가리킨 단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는 트릭의 내용은 기억이 났어도 이 트릭으로 하여금 작가가 풀어낸 주제의식은 까먹고 있었다.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주제의식이었거늘! 유리가 주는 반투명함과 불완전함, 보이지만 반대쪽으로 넘어갈 수 없고 애매하게 단단한 탓에 깨졌을 때 더욱 위험해지는 유리의 특성을 범인의 이야기에 결부시키는 솜씨는 정말 감탄했다. 1부 내내 트릭만 간파하다가 2부부터 상당히 공을 들인 문장의 향연이 펼쳐져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실 범인의 사정이 나름대로 절박하긴 해도 완전히 동의하긴 힘들었고 철저한 계획 범죄임에도 변호사 아오토 준코가 너무 온정적으로 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시 유스케의 걸작 <푸른 불꽃>에도 정말 절박한 사정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 작품과 비교하자면 <유리 망치>의 범인은 그 사연이 짧고 임팩트 있게 다뤄졌다는 걸 제외하면 <푸른 불꽃>의 절박함이나 치밀함엔 한참 못 미쳤다. 까놓고 말해, 자기합리화 좀 작작 하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나 같은 독자들의 불만을 예상했는지 작품 최후반부엔 꽤나 첨예한 설전이 다뤄진다. 설전 끝엔 결국 언젠가 출소할 범인이 교화됐길 마음 속 깊이 기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개인이 범죄자로 전락하기까지 국가나 사회의 책임이 없다고도 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는 논지에서 말이다. 내 입으로 말하니 참으로 빈약하게 들리는 근거가 아닐 수 없는데, 아무래도 내가 범인의 사정에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다. 뭐, 범인도 세상 사람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알지만, 꼭 누군가에게 용서받아야 하는가 하고 자기합리화를 했으니 나한테 이런 시선을 받는 것도 자업자득이라 생각되지만 말이다. 

 다만 확실히 공감하는 것은 꼭 흉기가 아니더라도 유리로 이뤄진 뭔가는 그 자체로 존재할 때보다 깨졌을 때 배로 위험해진다는 사실이다. 유리가 흉기 모양으로 됐을 때 위험하다고 깨부수기보다 시간이 걸려도 녹여서 안전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안전하고 합리적인 해결법일 것이다. 그 방법이 무척 까다롭고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것이 문제지만... 그러니 '기도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닐 터다. 가히 기적에 가까운 난이도와 발상에서 비롯된 트릭을 실현한 범인이니 좋은 방향의 기적 역시 잘 실현하길 바랄 뿐이다. 아, 그러려면 준코의 말마따나 주변 환경부터 잘 바꿔놔야겠구나. 이제야 비로소 그녀의 주장이 이해되는 듯하다. 

어딘가에서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결론이었다. 벽 이쪽을 골백 번도 더 기어다녀 봤자 아무데도 다다를 수 없다. 그렇다면 벽을 부수고 바람구멍을 내든가, 극소수의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문을 찾아내어, 여기서 저편 세계로 탈출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자기 인생은 영원히 공중에 매달린 채 있게 된다. - 287p



젊은이란 어느 시대에도 어쩔 수 없는 모순 덩어리이지요.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으리만큼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도 몹시 상처받기 쉬워, 어른이라면 견딜 수 있을 어렵잖은 일로 바스러져 버리기도 하죠. ......마치 유리로 만든 흉기처럼.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문제는 유리로 된 망치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겁니다. - 460p



유리로 만든 망치가 진짜로 위험한 흉기가 되는 것은 부서진 후입니다. - 46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 






 이 책의 뒤표지엔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의 말이 적혀 있는데 이 소설을 이상한 작품이라 말한다.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작품인데 이상하게도 재밌기 때문이라고 한다. 확실히 적어도 내 세대까지 두발 검사 이야기는 하등 특별할 것이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두발 검사는 이제 군대에서나 존재하는 것이지 학교에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두발 규정이 아주 강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통학했다. 나는 반항적인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었고 머리 기르는 것에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귀찮아했던 편이라 두발 규정에 꽤 순응하며 지냈다. 대다수의 학생들도 나처럼 머리 기르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 어른들이 워낙에 머리 기르는 학생을 안 좋게 보기도 하고 그 문제 하나로 목숨을 걸 만큼 대단한 사안도 아니라 생각했는지 공부에 집중하며 얌전히들 학교에 다녔다. 불만이 없는 사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작품의 주인공 일호처럼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학생은 없었다. 


 일호는 참 대단하고 공감 가고 독특한 주인공이다. 이발사인 할아버지를 둔 덕에 새로 입학하는 고등학교의 두발 규정을 가뿐히 통과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교사들로부터 새로이 단정한 머리 모델로 선정되고 모범생으로 대우받기까지 한다. 정작 일호는 이 모든 호들갑이 부끄러울 뿐이고 또래 친구들의 비웃는 듯한 시선이 미치도록 괴롭다. 평범한 주인공이었다면 학교 생활이 눈치 보여서 괴로웠다고 이대로 끝이 났겠지만 일호는 자신이 순응적인 모범생이 아님을 전교생에게 보여주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시작은 일호가 아닌 체육선생 매독(mad dog)의 과도한 체벌이었다. 머리 길이만 봐도 싹수가 보인다는 전근대적 가치관으로 학생을 패고 담뱃불로 머릴 지지려 한 미친 놈인데 주인공 일호는 뭔가에 홀린 듯 매독의 팔에 달려든다. 일호가 유달리 용기가 있는 것도 있지만, 이발사 할아버지의 가치관인 '모든 머리카락은 함부로 떨어져선 안 된다'는 철학이 부정당하는 광경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 크다. 

 결국 일호는 일련의 사고로 인해 문제아로 낙인 찍히고 홀로 외로운 싸움을 펼친다. 하지만 일호는 생각지도 못한 아군을 만나면서 학교는 종국엔 전근대적이기 짝이 없는 두발 규정을 철폐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은 직접 읽어보시길. 모든 캐릭터가 개성적이고 매력적이며 이야기는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구석이 있어 통쾌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머리카락에 대한 이 작품의 깊은 사유다. 설마 학교 두발 규정에 대해 얘기하면서 조선 말기 신체발부수지부모부터 언급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데, 우리 근대사에서 이발의 의미가 상당히 중요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시각으론 머리카락은 그저 머리카락일 뿐이지만 예전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먼 과거엔 머리카락이 부모가 물려주셔서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 비교적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머리카락을 기른다는 것은 반체제적인 행위나 다름없었다. 학교와 군대의 힘이 막강했던 시대엔 그 두 곳이 밀어버리려는 머리카락을 애써 자르지 않고 기르는 것은 충분히 불순하게 여길 만했다. 대체 언제 적 얘기인가 싶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시대에 머리카락은 머리카락일 뿐이다. 기르는 게 더 어울리는 사람은 기르는 거고, 길게 기르더라도 겨우 머리카락일 뿐이니 학업에 지장이 생길 리 만무하고, 애당초 짧게 자르는 것만으로 갑자기 잡생각이 사라지고 성적이 향상될 리도 없다. 군대에서 삭발을 시키는 이유는 반체제적 이유 이전에 그래도 조금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지만 학교에서 두발 규정을 한다는 것은 이젠 정말 옛날 얘기다. 

 그렇기에 심사위원의 말은 이제는 틀린 말이 됐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이상하지 않은 작품이다. 특별함으로 가득한 옛날 옛적 이야길 하고 있으니 재밌게 읽힐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 학교가 두발 규정이 사라졌다곤 해도 학생이 탈색을 하거나 레게 머릴 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긴 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모욕하거나 때리진 않을 것이다. 교문 앞에 붙잡아서 바리깡으로 밀지도 않을 것이고 엎드려뻗쳐 시키지도 않을 것이고 하물며 담뱃불로 머릴 지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지금은 교권이 추락하면 추락했지 학생 인권이 더는 만만해지지 않은 시대다. 오히려 촉법 소년이 더 골치이거늘... 아, 이 얘긴 다른 작품 포스팅 때 해야겠다. 


 하지만 이 소설은 비록 옛날 이야기임에도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의 울림은 여전하다. 더는 머리카락을 미는 시대는 아니지만 머리카락으로 상징되는 자유는 10년 전과 비해 월등히 보장받는 시대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자유란 국가 차원에서 알아서 보장해주는 자유일 수 있지만 내 스스로 쟁취하려 노력하는 자유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리 불이익을 받더라도 외롭고 서러워도 쟁취해내야만 하는 가치를 나는 학창시절에 찾지 못했다. 찾으려면 머리카락이나 다른 부당한 일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겠지만 용기가 없었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지금은 어떤 일에 부당함을 느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어쩌면 그렇기에 내가 지금 학교를 졸업한 지 꽤 됐음에도 자유가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지 모르겠다. 머리카락은 고작 머리카락일 뿐이지만 그건 지금 이야기고 당시엔 그렇게 넘기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좀 더 예민하게 작금의 부당함을 감지했어야 했다. 머리카락은 머리카락일 뿐이라고 10년도 훨씬 전에 외쳤더라면 지금의 내 인생은 아주 많이 달라졌을 텐데... 그 후회로부터 일찌감치 자유롭게 된 주인공 일호의 학창 시절이 정말 눈물나게 부러웠다. 이 작품을 처음 읽을 때나 다시 읽을 때나 이 감상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람에게 빛깔이 있다...... 아마 그 빛깔은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건지도 모르지. - 21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이, 차별, 처벌 - 혐오와 불평등에 맞서는 법
이민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5 






 저자가 차별을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처럼 나 역시 이 책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싶다. 어느 순간부터 차별에 대한 책은 존재 자체만으로 부담스럽게 다가오곤 한다. 그렇기에 작가의 후기가 무척 진솔하게 다가온 듯하다. 저자 스스로 밝히길 자신은 딱히 드라마틱하게 차별을 당한 적도 없고, 오히려 차별을 당하기 힘든 외적 조건을 누려왔음에도 차별의 부당함에 대해 얘기할 자격이나 있는지 토로하는데 그렇기에 본문의 글을 고민하고 고민하며 쓴 흔적이 엿보이는 후기였다. 개인적으로 서문 못지않게 후기 역시 내가 지금껏 읽은 차별에 관한 책 중 가장 인상 깊게 읽혔다. 

 더군다나 본문도 상당 부분 동의하며 읽었다. 책의 분량이 짧아 혹여 수박 겉 핥기에 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반대로 말하면 길게 얘기한다고 해도 무조건 좋은 글이냐 하면 또 그런 것도 아닌 지라 분량과 깊이는 다른 개념이라 여기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령 이 작품은 외모 차별을 자주 언급하고 뉴욕 차별금지법 소송 전문 변호사라는 저자의 약력에 걸맞게 미국의 사례를 예시로 많이 든다. 이 책이 종종 받는 지적 중 하나가 들고 있는 예시의 범위가 비교적 좁다는 걸 들 수 있고 나 역시도 어느 정도 합당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외모 차별이 모든 차별을 대표할 만한 차별이 아니라고 쳐도 작가가 외모 차별을 예시로 들면서 차별의 핵심을 제법 괜찮게 짚어내고 있어 한정된 예시가 과연 깊이가 부족하다고 꼬집을 만한 단점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서 외모는 단순히 아름다움과 추함의 개념만이 아닌 피부색이나 비만의 유무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저자는 주로 외모로 인해 같은 선에서 출발할 기회의 평등조차 주어지지 않는 불평등을 지적한다. 그런데 흥미로웠던 부분은 고용주가 외무를 차별하게 되는 입장도 살펴본 것인데, 저자의 논지를 모두 긍정하긴 힘들어도 우리가 차별을 이야기하느라 간과하는 현실적 요인을 다시 짚어볼 수 있던 것만으로 꽤 의미 있는 접근이지 않은가 싶었다. 예를 들어 카페 점주라면 아무래도 용모 단정한 직원을 뽑길 원하고 그러한 카페 점주의 영업 방침에까지 차별 금지법을 들이댄다면 그것 역시 다른 의미에서 자유를 침해하는 것과 같다는 논지는 솔직히 공감이 많이 갔다. 

 한편으로 샘 오취리를 비롯해 한국인으로서 바로 와 닿기 힘든 차별 이슈에 대해 언급하는데, 차별이라는 개념이 지적하는 입장의 논리만 듣고 바로 법에까지 적용하기엔 인식의 문제나 입장의 문제, 그리고 차별적인 언행을 했다고 지적당한 당사자의 의도성을 고려 않고 엄벌을 놓기에도 까다로운 등 차별적 언행에 대한 처벌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쉽지 않음을 저자는 현실적인 차원에 입각해 강조한다. 읽고 있노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무척 다양한 가치관이 충돌하고 이 모든 가치관을 수용하기란 꿈만 같은 일이며 어쩌면 그 꿈은 꿈속에서도 이루기 쉽지 않다는 비관에 이르게 된다. 그만큼 쉽지 않은 세상이다. 


 난 저자의 의도가 이렇게 읽혔다.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하자. 차이와 차별은 다르고 모두 제각각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을 제공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엇보다 차별은 나쁘고 차별을 당했다는 당사자의 얘기에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얘기를 일일이 다 들어주면 자가당착에 빠지거나 산으로 갈 수 있다. 즉 도의적으로 잘못됐다고 여기는 것과 법적인 처벌 사이엔 간극이 크며 차별적 언행이 곧 법적인 처벌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차분한 태도로 심사숙고하며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법조인이기에 할 수 있는 냉정한 태도가 아니었나 싶다. 

 책의 제목에 무려 처벌이 들어가서 차별하는 자는 무조건 처벌하자는 논지의 책인 줄 알았는데, 도리어 그런 논지와는 거리가 먼 책이라 의외기도 했고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운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차이와 차별의 근본적인 차이를 가늠해볼 수 있던 것도 흥미로웠고 차별을 처벌하는 미국의 사례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던 것도 적잖이 유익했다. 가끔 차별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가는 솔직하되 감정적으로 굴지 않아 끝까지 차분하게 읽혔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의 이러한 태도가 진정 멋있게 다가왔다. 

이처럼 인간은 타인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생성되어 있는 사회적 고정 관념과 연결해, 타인을 판단하는 ‘예측 출발‘을 범한다. 물론 육상 경기와는 달리 아무도 이를 부정 출발로 간주하지 않는다. - 50p



기회와 결과의 평등을 실현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행복과 만족의 측면에서는 영원히 평등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그 점에서 만큼은 우리 모두 평등하다. - 92p



정리하자면, 부당한 차별을 구별할 때는 그 발언이나 행동에 의도가 있는지, 대상과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적절한 상황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 132~133p



문제는 차별금지법의 대상의 범위가 늘 일정하게 유지되는가가 아니다. 핵심은 그 판단 기준이 늘 일괄적으로 적용되는가이다. - 14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