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학교 1 - 이슬람의 탄생, 이슬람교 그리고 여성 이슬람 학교 1
이희수 지음 / 청아출판사 / 201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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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아마 여성 저자가 썼으면 이 책의 톤은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저자라 내용도 풍부하고 이야기하는 방식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쉬워서 - 그렇다고 다루는 내용 자체가 쉽다는 뜻은 아니다. - 익숙지 않은 이슬람에 대한 이야기일지라도 술술 읽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몇몇 독자가 이슬람교의 매력을 마주하고 무슬림이 됐으면 좋겠다는 문장엔 헛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 딴에는 이슬람교가 매우 믿어봄직한 종교라고 생각해서 한 발언일 테지만 나에겐 다소 섣부른 망언으로 다가왔다. 적어도 이 책의 내용만으론 이슬람교가 그렇게 믿어봄직한 종교라고 설득되지 않았고 오히려 여느 종교와 마찬가지로 가지지 않을 수 있다면 가지지 않는 것이 상책이란 확신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서두에서부터 작가가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이슬람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을 버리자'는 것이다. 이슬람교는 10몇 억 이상의 인구가 믿는 종교이며 그만한 인구의 사람들이 다 바보라서 이슬람교에 세뇌당한 게 아니라 다 그럴 만한 이유, 즉 이슬람교에는 서양의 기독교 문화와는 다른 매력과 찬란한 문화적 깊이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란 전제를 깔고 이슬람의 역사, 교리, 오해 등을 낱낱이 파헤친다. 나는 이 서두를 읽는 동안 10억 명 이상이 믿는 종교가 부정적인 요소만 있을 리가 없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단순히 10억 명 이상이 믿는다는 걸 근거로 이슬람교에 문제가 없으리란 건 다분히 전체주의적인 사고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러한 의문과는 무관하게 저자가 풀어내는 이슬람 이야기는 대체로 흥미로웠고 특히 이슬람교의 유명한 계율, 머리카락을 보이면 안 되고 돼지를 먹으면 안 되고 일부다처제 등이 생긴 배경과 알라의 일대기는 전부터 관심이 있던 부분이라 재밌게 읽었다. 알라가 선택 받은 지도자가 아닌 현명하면서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란 것에 사람들이 매료됐다는 대목은 기독교나 불교와는 달라 신선했고 그런 평범함이 도리어 사람들로 하여금 맹목성을 자아낸다는 부분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었다. 의외로 인간은 자신과 별 차이가 없는 존재에 더욱 빠져든다는 건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아, 그래서 이슬람교에서 우상화가 금지인 건가? 100% 와 닿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논리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계율의 배경에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었다 한들 현재의 감각과 계율의 내용이 영 동떨어진 구석이 있다면 그 계율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히잡이나 할랄 음식, 일부다처제 등은 전세계에서 이슬람이 대놓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대표적인 요소들일 텐데, 금방 말했듯 최초엔 좋은 의도가 있었다는 건 인정하겠으나 그 의도를 후대의 사람들이 자기 입맛대로 해석해 - <시녀 이야기>가 떠오른다. - 강요 및 세뇌에 이르렀다는 건 착잡한 일이 아닐 수 없었고 내 기억이 맞는 한 저자가 두 권에 달하는 책의 분량에서 그 착잡한 아이러니함에 특별히 주목하지 않은 것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도쿄 올림픽 이집트 베드민턴 국가대표팀의 여성 선수가 다른 선수들은 다 반팔 반바지를 입고 있는 것과 달리 혼자서 머리와 팔다리 모두 싸맨 걸 보고서 그 착잡함이 더욱 배가됐다. 이집트의 더위가 너무 살인적이라 굳이 이슬람교의 계율이 아니더라도 히잡과 긴 옷이 필수라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왜 습도 높은 도쿄에서도 중무장해야 된단 말인가. 지나친 반응일 수 있지만 이 정도면 우스울 지경이었다. 물론 저자 말마따나 모든 무슬림이 이런 모순에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변화의 기미가 덜 보인다는 게...... 


 이슬람교의 비판이 미흡하다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책의 전문성과 이슬람 문화가 왜 이렇게까지 몰락했는지를 단순히 종교의 엄격함 때문이 아닌 이슬람 문화에 무지한 서양 국가들의 횡포와 - 주로 미국과 영국. 정말 깡패들이 따로 없다. - 그 횡포에 맞춰 이슬람교가 계율 면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는 요지경,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원인을 되짚어볼 때 유대인들이 핍박받는 역사까지 살펴보는 등 전문적이고 유익한 내용은 차고 넘쳤다.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나 인구 수가 워낙 많아 겨우 두 권 분량으로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작가는 핵심적인 부분을 잘 간추려 가려운 부분은 대부분 잘 긁었다고 볼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해 팔이 안으로 굽는 듯한 문체를 감안하고 읽는다면 이슬람 문화 입문서로 적당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문화가 궁금했는데 그 책들은 따로 찾아봐야겠다. 그나마 소프트하다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는 어떤 양상일지 이 책에선 다뤄지지 않아 - 아무래도 우리가 갖고 있는 이슬람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동남아 쪽은 살짝 마이너하다 보니까. - 그 부분에 관해선 추가적인 독서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 이런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는 것에서 이 책의 취지는 꽤 성공을 거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히려 입문서(첫술)로 배부를 생각은 금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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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2022-09-14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지나가다 적습니다. 동남아의 이슬람이라고 다르진 않습니다. 브루나이나 몰디브같은 나라는 오히려 샤리아법이 시행되는 국가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세속적일수록 이슬람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세속적이기에 바뀔수 있고 바뀌기때문에 더 극단적으로 치닿기도 하니까요.
괜히 KMF에서는 원리주의 이슬람을 받아들이는게 아닙니다.
이슬람이 퍼져나가면서 사우디에서 멀어질수록 약간씩 차이를 보이면서 변화하는데 그게 꼭 좋은변화만을 가져오지않고 그렇게 변화의 바람이불다가 결국 뭐하나 잘못되면 그게 다 변질되서 그런거라고 더 극단적으로 바뀝니다.
그러니 그냥 원리주의가 가장 나은듯 합니다.
이집트 여성이 긴팔을 입은게 좀 그렇다 하는데 그건 타문화 타인 타종교의 시선이고 무슬림으로써는 바람직한 복장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