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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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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이고 길들여지다

 

건축가 이상현은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2013)에서 사람은 자신과 관계된 모든 대상을 자연스레 길들이는 속성이 있다관계가 처음과 다르게 점점 변했다면그 대상에 대해 길들이기가 이뤄진 것이다다시 말해 대상을 대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것이다길들이기를 통해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렀던 관계가 편안하고 익숙한 관계로 변한 것은 길들이기의 결과다.

(이런 방식으로사람은 모든 대상과의 관계에서 길들임과 길들여짐을 반복하고 있다자신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요구하고거기에 맞춰 스스로 변해가기 때문 [p. 19]이라고 했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라는 천문학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은 제목과 달리저자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사람은 일생 동안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태어난 직후에 만나는 부모님부터 시작해 형제친구애인선생님들과 함께한 기억은 찰흙을 빚는 손처럼 한 사람을 만든다영화음악미술 등 예술도 한 사람을 이루는 모태가 된다.

시간을 보낸 공간도 그 사람을 만든다이 책은 나를 만든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p. 13]

어떻게 보면이 책은 그런 길들임이 개인에게 어떻게 반영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살았거나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공간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에세이를 모았다보통 이런 글은 대중들이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유명인이 쓴다고 생각했기에 건축가인 저자가 왜?’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출판사에서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가 도시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함께 책을 만들어보자고 유현준 저자에게 제안” [p. 421]해서 이 책이 나왔다는 편집 후기를 보고 <알쓸신잡>에서의 얻은 유명세와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등의 저서로 어우러진 이미지와 의외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특별한 공간


길들여지기 전의 공간은 평범한 열린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하지만그 공간이 나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어떤 기억이 떠오르는 공간이 된다면 그 공간은 나만의 특별한 공간이 된다저자인 건축가 유현준의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1장 나를 만든 공간들유년 시절에서 소개한 구의동 주택 공간은 그런 공간 중에 하나다.


사실 이 책에서 저자가 늘어놓은 사진과 이야기는 일기장처럼 내밀하면서도 사적(私的)인 부분이다그것은 아마도 각 장마다 저자의 유년 시절 사진과 그림 등이 실려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라 생각한다여기에 사진가 양해철이 촬영한 사진들이 묘하게 어울려한 권의 사진집 또는 포토 에세이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물론 저자에게는 이런 것들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는 공간을 감정과 연관시켜 기억한다다양한 공간과 그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한의원 약초 서랍처럼 여러 개 있다디자인을 할 때는 내가 그 공간에서 어떠한 느낌을 받기 원하는지를 먼저 생각한 후 그 서랍에서 필요한 공간을 찾아 대입하는 식으로 작업한다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기억들이 나를 먹고살게 한다.” [p. 87]

 

 

누군가의 특별한 공간이 될 수 있는 곳들


나를 만든 공간들을 다루는 1장과 2장이 개인적인 공간이라면,  ‘보물찾기를 다루는 3장 이후의 부분은 서울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에 해당한다.

수십 개의 콘크리트 아치 구조로 받쳐져 있는 옥수동 두무개길반포대교부터 동호대교 사이의 강남에 있는 한강시민공원도심에서 가장 좋은 평지 공원에 해당하는 덕수궁과 같은 고궁소녀시대 윤아가 부른 덕수궁 돌담길의 봄”(https://youtu.be/yuCbJykB32M)을 들으며 걷는 덕수궁 돌담길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의 모델인 인왕산 수성계곡의 구름다리연세대의 청송대와 서울대의 버들골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남이섬[나미나라], 도심 속 인공의 강을 볼 수 있는 서울역사 옥상 주차장 등이 짧게 스케치 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저자가 한국식 산토리니라고 평가하는 부산의 감천마을처럼 서울 외의 지역을 다루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보면 무심하게 지나쳤던 공간들인데나만의 기억이 있다면 한번 비교해가면서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나아가 코로나19 광풍이 지나간다면전문가의 사진이 아닐지라도 저자처럼 나만의 특별한 공간들로 내가 지나온 별자리를 엮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잠시 숨을 돌리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일 테니까.

 

p.s. 책을 좌우로 쫙 펼칠 수 있는 노출 제본을 선택한 덕분에 2페이지에 걸친 사진을 제대로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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