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뜨리스 에머리 루뭄바 (1925년 7월 2일 ~ 1961년 1월 17일)
루뭄바는 콩고의 정치인이자 독립운동가, 벨기에의 학정으로부터 독립한 콩고 민주공화국의 초대 수상이었다. 그의 수상 재임 기간은 1960년 6월부터 9월까지였다. 루뭄바는 벨기에의 식민지 콩고로부터 독립공화국 콩고로 이행하는 기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암살 당할 때까지, 이상적인 아프리카 민족주의자였고, 범아프리카 운동을 지지하는 정치인이었다.
콩고가 독립하자마자 남동부 카탕가에서는 분리주의자들의 반란이 일어났고, 콩고 위기가 촉발되었다. 루뭄바는 벨기에의 지원을 받는 카탕가 분리주의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미국과 유엔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래서 루뭄바는 소련에 원조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대통령 조셉 캏사부부 및 참모총장 조셉-데지레 모부투 뿐 아니라 소련에 대항해서 냉정을 수행하던 미국과 벨기에와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되었다.
루붐바는 모부투 지휘 아래 있던 국가 당국에 의해 투옥되었고, 카탕가 당국의 명령을 받은 총살대에 의해 처형되었다. 암살 후, 루뭄바는 범아프리카 운동의 순교자로 간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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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위키피디아에 나온 빠뜨리스 루뭄바 항목의 서문을 날림으로 번역한 것임.
삼천리에서 <누가 루뭄바를 죽였는가> 그리고 부제는 <콩고민주공화국 초대 총리 살해와 그 배후>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아주 오래 전 중학교 시절엔가, 미국 우파의 이해를 대변하는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출간된 20세기 세계사를 통해 처음으로 루뭄바의 존재를 알게 됐다. 물론 두 페이지에 걸쳐 콩고 위기로 대변되는 식민제국주의로부터 아프리카 독립을 간략하게 다룬 글이어서 루뭄바의 실체에 대해 전혀 알 길이 없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루뭄바의 실체를 알려줄 리도 없었겠지만.
콩고가 벨기에 레오폴드 2세의 개인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다지 많을 것이다. 예전에 어느 여행 작가는 “벨기에는 다른 나라를 침략한 역사가 없는 나라”라는 내용을 담은 책을 냈다가 내가 지적해서 재개정판을 낸 적도 있었지.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아주 신랄하게 비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벨기에 식민주의자들이 콩고에서 저지른 악행은 이루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흑인 노예들을 벌주기 위해 자른 그들의 무수한 손목들, 처형당한 원주민들의 두개골로 울타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생지옥이 따로 없는 식민지배였다.
세계사에서 식민지모국의 배상은 언제나 같은 방식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그랬던 것처럼, 벨기에 역시 콩고에 대한 배상과 사과는 없었다. 벨기에의 레오폴드 왕이 콩고에서 수탈한 재산은 현재 가치로 11억 달러(1조 1천억원, 1998년 기준)이라고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악랄한 벨기에의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콩고가 구리를 비롯한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잘 나갔으면 좋겠으련만, 모부투라는 희대의 독재자의 손아귀에 들어가 30년 동안 또다른 방식의 착취와 억압을 받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바로 그 빠진 고리에 해당하는 인물이 빠뜨리스 루뭄바인 것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신생국의 지도자들이 식민 모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엘리트 계급 출신이었다면, 루뭄바는 자생적 지도자라는 점에서 다른 이들과 구분되는 특성을 가졌다. 우편국 직원이라는 식민지 공무원으로 출발한 루뭄바는 벨기에가 획책한 30년 계획에 대항해서 조속한 조국의 독립을 추구했다. 그 결과, 콩고는 1960년 6월 30일 독립을 쟁취하는데 성공한다.
문제는 그 후였다. 콩고에서 다수 종족을 구성하는 바콩고 출신 카사부부에게 대통령직을 그리고 의회에서 선출된 수상의 자리를 차지한 루뭄바의 불완전한 연립정부는 태생에서부터 불안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연방제를 주장하는 남동부 카탕가 주의 모이세 촘베라는 강력한 정적은 결국 분리독립을 주창하면서 내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구리와 우라늄, 라듐 그리고 다이아먼드 같은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진 카탕가 주를 벨기에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지원하면서 콩고 위기는 그야말로 극한으로 치닫게 된다.
쿠바혁명으로 공산주의 물결이 세계를 뒤덮지 않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던 미국 CIA는 루뭄바가 과연 공산주의자인가 아닌가 감별에 나서게 된다. 자주적 민족주의를 주장해오던 루뭄바는 외세의 도움이 아닌 자생적 조국 근대화의 꿈을 꾸었지만, 치열하게 맞붙던 냉전 시대에 중립은 존재할 틈이 조금도 없었다. 미국과 유엔의 원조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소련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소련 역시 분리주의자들에게 맞서 싸울 물질적 원조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결국 쿠데타에 성공한 모부투는 루뭄바와 그의 동료들을 카탕가의 정적 촘베에게 보내는 이이제이 전략을 사용하게 된다. 민중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민족주의자를 자신이 직접 처형하는 어리석은 행동 대신 교묘하게 차도살인 플랜을 가동시킨 것이었다. 여기에는 미국 CIA, 영국의 MI6 그리고 벨기에까지 개입한 것으로 훗날 드러나게 되는데, 아마 이번에 나온 책을 보면 좀 더 상세하게 나와 있지 않을까 싶다.
그전에 시간이 된다면 절판된 <레오폴드왕의 유령>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을 한 번 읽고 싶었는데 인천집에 갔다가 펴보지도 않은 이 책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이래서 책은 당장 읽지 않아도 사두어야 한다는 책구매의 합리화라고나 할까.
한국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콩고 출신 정치인에 대한 책이 그의 사후 57년 만에 출간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설레발일 지도 모르겠지만, 귄터 발라프의 책에 이어 올해의 발견으로 꼽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한 번 삼천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