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잊어버리는 날 물구나무 세상보기
사라 룬드베리 지음,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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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 있습니다. 음, 많이들 경험했을 것 같은데요. 알람을 맞춰놨는데 못 듣고 늦게 일어나서 허겁지겁 준비해서 뛰어나가지만 택시는 안 잡히고 발만 동동 구르다 가까스로 출근했는데 이미 출근시간은 지나 있고 모두 회의하러 들어간 날, 점심시간엔 국을 쏟고 일이 안 풀려 야근을 한 뒤 지쳐서 집에 오다 넘어지기까지 한 그런 날이 생각나네요. 저보다 더한 경험을 한 사람들도 많겠지요. 노아와 엄마가 보낸 하루도 그런 날에 속하는 모양입니다. 어느 날 아침, 노아의 엄마는 노아 친구의 생일이 그날이라는 걸 기억하죠. 자고 있는 노아를 깨워 선물을 사러 가는데 재킷이며 선물이며 자꾸 깜빡하고 다른 데다 놓고 와서 다시 돌아가서 찾고 하다가 결국 선물을 잃어버린 채로 친구 집에 가는 그런 내용이에요. 뭐든 잊어버리는 날이죠. 문제는 그날이 친구 생일도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노아는 친구랑 친하지도 않은데 엄마에게 이끌려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지 뭐예요.


노아와 친구가 현관에서 멀뚱멀뚱 바라보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옵니다. 친하지도 않은 아이와 어색하게 마주한 아이들이 무척이나 귀엽거든요. 친구 아빠가 차 마시는 자리에 초대를 해서 식탁에 둘러앉았는데 다들 말이 없습니다. 여전히 노아와 친구는 가만히 바라보지요. 어른들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조금쯤 가까워질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시선을 돌리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다 한 마디 두 마디 하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집으로 돌아온 노아와 엄마의 표정이 얼마나 지쳐 보이는지요. 내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노아의 말에 동의하는 엄마의 마음이 어떻지 알 것 같아요. 다음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되겠네요. 급하게 어디 가지 않아도 되고 목적 없이 그저 집에서 걱정 없이 지내면 되는 마음 편한 날이요. 사소한 고민조차 하기 싫은 날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에 노아가 잃어버린 왕관이 어떻게 되는지 그려놓은 부분이 재미있어요. 누군가 필요한 이가 잘 사용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지요. 우리가 잃어버린 물건도 어딘가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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