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재택근무자들이 회사에서 하던 것처럼 온종일 바쁘게 일을 했을까. 일을 하다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천천히 차를 마시기도 하지 않았을까.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집에서라면 그날 치의 업무만 처리하고 편안히 쉬었을 것이다. '관중'의 존재 유무가 일하는 시간을 주관하도록 놔두는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문제는 '조직, 경영, 리더십, 사회' 안에 있다는 저자의 말은 가짜 노동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 사실, 가짜 노동의 대부분은 임금을 노동 시간 단위로 책정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근무 시간을 채워야 월급을 받게 되므로 업무를 다 하고 남는 시간을 이런저런 일로 때우며 놀고 있지 않음을 온몸으로 드러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이 뿐인가. 직장인은 바빠야 하며 노동은 '고귀하고 도덕적인 활동'이라 여기는 사회 기조도 그 몫을 더한다. 우리는 이제 가짜 노동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을까. '벌거벗은 임금님'이 정신을 차리게 만든 어린아이처럼 솔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