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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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쓴 2명의 공동 저자는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가짜 노동'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가짜 노동의 다양한 형태와 이를 형성한 사회 문화적 맥락을 고찰하고 '진짜 일'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색한다. 퇴근한 뒤, 도대체 하루 종일 뭘 했는지 모르겠다면 가짜 노동을 의심할 만하다. 업무가 끝난 뒤에도 시간이 남아 서류 정리를 다시 했는지, 회의 시간에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들었는지, 보고서가 너무 짧은 것 같아 문장을 길게 늘여 썼는지 세세히 떠올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왜 우리는 근무 시간에 바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이런 압박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는 걸까.

잉여 인력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근무시간은 뭔가에 사용돼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최대한 천천히 일하고, 삼중으로 확인하고, 잠깐씩 딴 데 신경을 분산시킨다.

p.127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재택근무자들이 회사에서 하던 것처럼 온종일 바쁘게 일을 했을까. 일을 하다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천천히 차를 마시기도 하지 않았을까.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집에서라면 그날 치의 업무만 처리하고 편안히 쉬었을 것이다. '관중'의 존재 유무가 일하는 시간을 주관하도록 놔두는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문제는 '조직, 경영, 리더십, 사회' 안에 있다는 저자의 말은 가짜 노동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 사실, 가짜 노동의 대부분은 임금을 노동 시간 단위로 책정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근무 시간을 채워야 월급을 받게 되므로 업무를 다 하고 남는 시간을 이런저런 일로 때우며 놀고 있지 않음을 온몸으로 드러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이 뿐인가. 직장인은 바빠야 하며 노동은 '고귀하고 도덕적인 활동'이라 여기는 사회 기조도 그 몫을 더한다. 우리는 이제 가짜 노동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을까. '벌거벗은 임금님'이 정신을 차리게 만든 어린아이처럼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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