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업무를 처리하고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고 남은 시간은 책을 읽었다. 어제 새삼 느낀 건데, 금년엔 아직 휴가가 없었다는 사실이 그간 COVID-19으로 인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리고 열자마자 다시 닫힌 gym과 hair salon과 bar,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realize되어 무척 우울한 저녁을 보냈다. 머리가 너무 아픈 나머지 두통약을 먹었는데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아서 정량에서 한 알을 더 먹었더니 한창 밝은 밤 여덟 시가 넘은 무렵 잠에 들 수 있었다. 개운하게 다시 하루를 시작하려고 새벽에 일어났으나 여전히 아무런 의욕이 나질 않았고 하릴없이 책을 읽다가 씻고 출근했다. 


마음상태가 회사에 왔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는지라 꼭 할 일을 마친 후 메일정리를 하고 운동을 했다. 그나마 sanity를 유지시켜주는 건 술과 운동, 그리고 책인데 이 셋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되는 것이다. 땀을 흘린 덕분에 그럭저럭 마음이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일은 하기 싫다는 이유로 남은 시간을 John Grisham의 4월신작 'Camino Wind'를 끝내는데 썼다. 


동부사람들은 이곳에서 하와이를 가듯 플로리다나 캐러비안을 다니는 것 같다. Grisham의 소설에서도 하와이는 등장하지 않지만 늘 플로리다, 캐러비안의 이런 저런 섬이 등장하는 걸 보면 꽤 쉽게 갈 수 있고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것 같다. 물론 하와이도 네 개의 섬이 다양한 휴양옵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딱히 miss하는 건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지만 궁금하기는 하다. 


전에 읽은 'Camino Island'에서 등장한 Bay Books의 매력적인 서점주인 Bruce Cable이 이번에는 사건의 대상이 아닌 주인공이 되어 태풍과 함께 들이닥친 contract killing의 진실을 추적하는 것이 중심. 전작에서는 서점과 희귀본과 고서를 둘러싼 회색지대의 모험이었다면 이번에는 익숙한 등장인물들이 함께 살인사건에서 시작되어 그들이 handle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깊고 복잡한 일을 접하게 되는데, 결론은 요즘 Grisham소설에서 종종 보는 것처럼 뭐랄까, 갑작스럽게 정리되는 패턴을 그대로 따른다. 그의 예전 작품들의 수준은 보다 높고 기교도 좋았다고 생각되는데 요즘은 그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 같다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흥미로운 뉴스나 이슈를 소설화하여 재미있게 풀어내는 실력은 여전한 것 같다. 'Brethren'이나 'Runaway Jury'같은 작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Camino Winds'는 'Camino Island'에 이어 괜찮은 재미를 보장한다.














지난 주에 도착한 세 권을 주말에 읽어버렸다. 추리소설은 늘 즐거운데 일단 머리를 식혀주고 종종 매우 기괴하고도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두 작품은 쉽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그 와중에서 사회적인 이슈를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나비 그림'은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일본 추리소설의 아홉 번째 모음인데 사건의 해결이나 결말이 아닌 사건을 일으키는 인간의 마음 속 어둠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라서 흥미롭게 봤다. 습작과도 같은 노작과 번안의 시기에도 끊임없는 노력은 이어져왔다는 걸 볼 수 있었다는 것 또한 added bonus같은 재미가 아닌가 싶다.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모든 면에서 단순하다고 할 수도 있는 시대의 이야기지만 그만큼 작가의 머릿속에서 재창조되는 이야기의 자유도가 높은 덕분이 아닐까.















누군가 내 귀를 파준다면 그렇게 시원하고 편안할까 싶은 아베 야로의 데뷔작품 한 권. 거기에 그가 푸는 음식과 술의 썰이 가득한 두 권을 읽었다. 미국으로 치면 작은 bar라고 하겠지만 음식의 수준이나 질이 훨씬 높은 이자카야가 주무대. 여기서 갈 수 있는 이자카야를 표방하는 일본술집은 너무 비싸서 도저히 선술집이라고 할 수 없는데, 가끔은 가서 이자카야에서 마시는 흉내를 내보기는 한다. 당연히 성에 찰 리가 없다만, 그렇다고 일본이나 한국으로 달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가끔씩은 집에서 가벼운 안주를 준비해서 작은 잔에 맥주를 따라마실 수 밖에 없다. 이것도 슬슬 지겨워서 잘 안 하게 되었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살짝 낮잠을 자고 나서, 어슬렁거리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면 동네의 작은 선술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도 나쁘지 않겠다. 


모든 걸 지금의 눈으로 보고 해석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하면서도 그런 시도랄까 행위도 하나의 사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작가가 살았고 창작을 했던 시대를 바탕으로 그 사유의 최선을 다했었던 것인지 따져보는 것도 역시 나쁜 방식의 소화는 아닐 것이다. 


어린 시절 TV에서는 늘 KBS 아니면 MBC 둘 중 하나의 선택지가 전부였는데 어인 일이었는지는 몰라도 한 채널에서는 꼭 남자애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가, 다른 채널에서는 여자애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를 같은 시간대에 방송했었다. 중학교 이후 내가 조금 더 커졌지만 어린 시절 연년생의 누나는 나보다 몸집도 크고 사나웠기 (지금도 사납다) 때문에 채널권은 나에게 없었고 덕분에 이 책에 나오는 소녀들을 전부 알고 있다. 딱히 재미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은하철도 999대신 캔디를 보는 건 꽤나 괴로운 일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게다가 가끔 낮에 특별만화가 편성된 일요일에는 무슨 조화였었는지 늘 장정구, 유명우, 아니면 박종팔의 타이틀방어전이 중계되었고 덕분에 난 특별만화 또한 볼 수 없었다. 


거의 모든 만화들은 결국 제대로 본 것이 없고 대백과 시리즈로만 섭렵했기 때문에 상대적인 박탈감에 어른이 되고 한참 지난 지금도 옛날의 만화를 모아들이고 있다. 


모녀가 각각의 관점에서 collaboration한 점이 특이한 이 책의 포인트는 이해하겠지만 어지간하면 추억은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니 그냥 남겨두어도 좋겠다는 생각, 하지만 female의 관점에서는 이런 시도를 아니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면이 더 많았지만 논리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


지금 열심히 읽고 있는 러브크래프트 전집의 다섯 번째와 윌리엄 샤이러의 20th Century Journey를 읽고 있다. 윌리엄 샤이러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논픽션을 픽션보다도 더욱 픽션처럼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거의 없기에 아쉽지만 이곳에 머무는 장점을 활용하여 아마존에서 몇 년 전에 긁어모은 걸 이렇게 어쩌다 잡게 되면 끝까지 읽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내가 읽고 있는 건 하드커버지만 옆의 그림이 담긴 커버가 없는 library edition으로써 누가 훔쳐서 판 건지 library에서 재고를 정리할 때 나온 건지 알 수가 없다. 온라인에서 구매했고 amazon의 bookstore를 이용했으니 훔친 건 아닐 것 같다만...




이번 주를 완전히 업무에서 손떼고 쉴 수는 없는 형편이고 금요일에는 그간 stash해놓은 짐들도 조금 더 정리해야 한다. CPT TV가 두 개가 있는데 자리가 되면 방에 놓고 간만에 아날로그로 영화를 즐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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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Winds (Hardcover)
존 그리샴 / Doubleday Books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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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본적인 수준의 플롯과 재미는 보장되는 쉬운 영어책의 작가 John Grisham. 월간지 수준으로 빨리 나오는 편이 아닌, 최소한의 정성과 작업이 뒷받침되는 듯. 지난 번에 흥미롭게 등장시킨 Camino Island의 Bay Books 주인장이 또 한번 등장. murder, fraud, 해피엔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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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쉼.


7/13에 겨우 phase 4에 와서 gym도 hair salon도 조심스럽게 열었는데, 당일날 사태의 심각성으로 일단 다시 닫는 걸로 결론. 7/13에 머릴 깎지 못했더라면 다시 기약없이 길고 무거운 머리로 살 뻔. 

의욕이 너무 떨어지는 어제와 그제. 아무것도 하기 싫고 힘든 맘. 오늘까지 나흘 간 걷기와 달리기도 쉼. 아침에 일어나도 나가기 싫어진 것이다. 

근육운동도 점점 지겹다. 같은 루틴 같은 걸 반복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gym에서는 덤벨과 바벨로 free weight을 잡고 기계도 다양하게 쓸 수 있기에 지겨울 틈이 없는데. 

일단 오늘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

근육운동: 등, 이두, 배, 허공격자 800회. 1시간 28분, 746 칼로리.

남은 하루는 일도 좀 쉬면서 책을 읽을 생각이다. 

금년에는 연초부터 COVID-19으로 휴가도 못가고 미루다가 지금까지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COVID-19로 여전히 휴가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일차적인 책임은 중국과 WHO에, 그 다음은 무능한 트럼프와 그 추종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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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패미니스트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패미니즘을 이용하는 사람들만 전면에 부각되는 것일까. 제정신이라면 김재련 같은 사람이 '인권' 혹은 '여성인권' 변호사라고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부정행위를 하고 돈벌이도 좀 뭐한 짓으로 하다가 갑자기 노동과 인권에 관심을 가졌다고 하면서 무슨당의 비례대표가 된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코스프레가 아닌가 싶다. 옷차림과 머리스타일만 패미니스트...그 외에는 사상도 정신도 살아온 삶도 무엇도 꽝...


패미니스트와 패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고 그 운동이나 사상의 형태와 구현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지만 그건 진짜들이 할 얘기. 가짜는 그냥 가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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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일찍 나와서 chest, triceps, abs/core, 허공격자 500회, 1시간 6분, 559칼로리


오후가 되면 햇살이 따가운 날씨가 되어버린 켈리포니아의 여름이라서 아마 오늘의 걷기나 달리기는 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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