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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셰익스피어 4대 비극 (1577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금장 양장 에디션) -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민애.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이 더 고상한가?
기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맞는 것과
밀려드는
역경에 대항하여 맞서 싸워 끝내는 것 중에.
죽는다는
건 곧 잠드는 것.
그뿐이다.
(p108)
덴마크의
왕자 햄릿,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왕가의 후손인 그에게 닥친 비극의 시작과도 같다.
마땅히
자신이 올라야 할 그 자리는 숙부가 차지했고 그 옆에 선 여인은 자신의 어머니이다.
유령이
되어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의 원한을 갚는 건 햄릿의 숙명이다.
사랑하는
여인에게는 모진 말을 쏟아내고,
행동해야
할 순간에 찾아온 망설임.
어머니의
심장도 두 쪽 내면서 미친 척 살아야했던 가련한 왕자의 슬픔을 누가 알아줄까나.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영국의
위대한 작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 부르는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결국 인간의 탐욕이다.
탐욕은
신뢰를 무너트리고 이는 스스로를 파멸에 이른다.
‘비극’이란
말이 암시하듯 탐욕의 늪에 빠진 인물들의 말로는 결국 죽음이다.
이들은
죽음으로써 모든 것을 끝낸다.
인간은
왜 이리도 어리석을까,
고작
다른 이의 세치 혀에 놀아나 제 친우를 버리고 아내를 죽인 오셀로.
누가보아도
입 안의 혀처럼 아부하는 딸들에게 홀라당 넘어가 진정 효심 깊은 딸을 알아보지 못한 리어왕.
마녀의
속삭임에 제 안의 탐욕을 깨달은 맥베스.
제3자인
우리의 시선에서 보자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지만 이들의 눈과 귀는 뭐에 씌이기라도 한 듯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자신의
비극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온전히 나의 오판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
이
황망함을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자신의
실책을 속죄하는 길은 결국 목숨으로 갚는 것인가.
사람
목숨이 아무리 파리 목숨이라지만 너무도 허망하게 사람들이 죽어나가니까 섬뜩하긴 했다.
셰익스피어는
스스로의 잘못은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고 믿은 것일까.
난
이제 공포의 맛도 거의 잊어버렸다.
밤에
비명 소리를 들으면 오감이 얼어붙어 섬뜩해지던 때가 있었지.
끔찍한
얘길 들으면 살갗의 털이 곤두서 거기에 생명이라도 있다는 듯 꿈틀대던 때도 있었지.
그러나
나는 이제 공포를 한껏 맛보았다.
살기를
품은 내 생각은 이제 남들이 흔히 놀라는 섬뜩함에도 전혀 놀라지 않는구나.
(p857)
왜
인간은 이 길이 비극을 자초하는 걸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것일까.
왜
나만은 다를 거라고 믿는걸까?
설마
나도 이런 말도 안 되는 환상 속에서 살고 있는 걸까 문득 두려워진다.
제가
닥친 공포조차 이겨냈다고 믿는 멕베스의 오만함,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는
자신의 비겁함과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용맹한 척 보이기를 택했다.
사실
이런 주인공들의 특징은 멕베스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다.
오셀로
역시 무어인이라는 콤플렉스가 작은 부채질에도 활활 타오를 만큼 가슴 속 깊이 자리 잡았으리라.
약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에 제 앞의 적과 싸웠고 실상 그 적은 실존하는 인물이라기 보단 자기 자신과의 싸움처럼 느껴진다.
맥베스와
그 부인이 두려움에 떨지 않았더라면 좀 더 침착하게 전쟁에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분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사랑한 여인의 부정을 묻지도 못할 만큼 어리석었던 한 사내는 어떠한가.
햄릿의
우유부단함,
오셀로의
열등감,
멕베스의
탐욕,
사실
이들의 마음은 나도 조금씩 공감이 갔기에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때 그 선택을 내렸을까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제 자식에게까지 그저 좋은 소리만 듣고 싶은 리어왕과 뭐 때문에 저리도 지극히 효심이 깊은지 모르겠는 막내딸 코딜리어는 별로 공감도 안 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자꾸 빼먹게 된다.
놀랍게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완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유명한 작품들을 이제야 읽었다니!
너무도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4대
비극에 들어가지 않으며 실제 4대비극의
제목과 이야기는 이러이러한 것이라며 어디 가서 자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괜스레 뿌듯해진다.
900페이지에
육박하는 벽돌이란 위압감에 살짝 쫄았지만 생각보다 금방금방 페이지가 넘어간다.
책
속의 등장인물이 생동감 있게 살아 숨쉰달까.
이래서
셰익스피어를 대문호라 칭송하는 거겠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금장 에디션으로 만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바라만 봐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소장욕구
뿜뿜 차오르는 금장으로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쯤은 상식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