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화된 신
레자 아슬란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이 신을 닮은 것인가 신이 인간을 닮은 것인가.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나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 다시 이슬람의 품에 안긴 저자의 이력은 상당히 독특하다. 그가 살면서 얼마나 종교에 대해 고민했을지 눈에 선하다. 신이라 일컫는 존재는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그저 믿어야한다. 믿는 이에게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진리가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허무맹랑하게 들릴 뿐이다.

 

나는 가톨릭신자다. 어쩌다보니 성당에 가서 신자가 되었지만 냉담중이며 예수를 딱히 믿지도 않고 어찌 보면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이란 존재를 그 무엇보다도 불신한다. 나에게 있어 가톨릭에서 말하는 하느님은 믿을만한 신이 아니다. 내가 생각해온 이상적인 신과 하느님의 행보는 너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화된 신>의 저자 레자 아슬란은 바로 이 점을 짚고 넘어간다.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신이란 무엇인가? 만나본적 없는 초인적인 존재를 지금의 우리는 상당히 구체화시켜다. 종교라는 틀에서 말하는 신과 달리 우리 가슴에는 각자가 생각하는 신의 형상이 있다. 이 책은 신이 있다 없다를 논하지 않는다. 인간이 왜 신을 믿게 되었는지, 지금은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신의 속성이 어떤 과도기를 거쳤는지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믿는 신, 예수 혹은 알라는 유일신이다. 예수나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없다. 그런데 이런 유일신의 개념이 우리에게 자리 잡은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이 아니라는 게 놀라웠다. 저자는 하나의 신에 대한 믿음은 기껏해야 3,000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말한다. 일신교적인 믿음이 이 땅에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내가 믿는 신 이외의 모든 신은 가짜라는 명제는 달리 말하면 한명의 신이 너무 많은 인간의 바람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다신교 체제 속에서는 신들에게 인간의 속성을 투영하려는 인간의 본유적, 무의식적 욕망은 다수의 신적 존재에게 조금씩 분배될 수 있었고, 그 결과 선한 신과 악한 신이 따로 존재하였다(p137).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신들은 야만적이고 잔혹하다. 그 신들은 일시적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노예로서 인간에 관심을 두었을 뿐이다. 한편 그리스의 신들은 변덕스럽고 허영심이 강하며 인간을 장난삼아 가지고 놀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존재였다. 야훼는 자신만을 섬기지 않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학살하라고 주기적으로 요구하는 질투하는 신이었다. 알라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이승과 내세 모두에서 많은 가혹한 처벌을 명령하는 호전적인 신이다(p58).

 

하지만 위에서 보듯이 지금껏 신이라 믿어온 존재들을 면면이 살펴보면 모순이 가득하다. 어떻게 이런 존재들을 믿었지? 라는 생각에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종교라는 문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통치자들의 통치 이념으로 종교가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성공적으로 전해져 내려온 신들은 달리 말하면 그들의 입맛에 잘 맞춰졌다는 소리로 나는 해석한다. 예수는 인간의 모습을 하지 않았지만 인간을 자기 형상대로 만든 단일한 신이며 또 인간의 좋고 나쁜 감정과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원하고 분할되지 않는 신(p170)이라는 측면에서 성공적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여전히 모순을 품고 있지만 교묘한 짜깁기와 교회 조직의 지상 정치 신격화로 탄생할 수 있었다. 인간과 너무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신, 즉 탈 인간화된 신은 성공적으로 교세를 잡지 못한다. 예수는 신을 인간화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지만 그렇다고 이전의 신들처럼 세속적이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가 창조한 신은 인간의 염원을 담았기 때문에 인간을 닮아갈 수밖에 없지 않았나싶다. 저자는 뭔가를 갈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 기도한다(p222)고 말한다. 그렇게 신은 모든 것이다혹은 모든 것이 신이다는 범신론을 만나 신실한 신앙생활을 한다. 그는 수피즘을 통해서 범신론을 만났지만 반드시 수피즘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모든 종교에서 모든 것이 신이라는 가치는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뿐만 아니라 철학, 과학 등 모든 학문에서 모든 것이 하나이고 하나가 모든 것이라는 근본 진리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신을 두려운 존재로 여기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신을 어디까지나 인간화된 방식으로 정의하지 말고 각자의 방향에 맞춰 신을 정의하고 도전하길 바란다. 저자가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개인적인 가치판단으로 인해 책보다 더 거칠고 도전적인 글을 쓰게 되었다. 그는 특정 종교가 진리라고 말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나 내가 쓴 서평이 그렇게 읽힐까봐 염려되는 마음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신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인간에게 신이란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고찰을 원한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왜 인간은 종교를 믿는가? 지금의 종교는 어떤 과정으로 발달해 왔는지, 어떤 욕망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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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2022-08-2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