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포켓 에디션) -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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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링(규모 변화)과 규모성, 즉 만물이 크기에 따라 변하는 양상 및 만물이 따르는 근본 법칙과 원리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며, 이 책에 제시된 거의 모든 논증을 전개하는 출발점으로 쓰인다. (p30)

 

생물과 도시 그리고 기업의 성장 죽음까지.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 요소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저명한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는 본인의 저서스케일을 통해 크기가 변할 때 영향 받는 계에 대해 분석한다. 이에 따르면 다른 동물보다 몸집이 2배 큰 동물이 추가로 소비해야 하는 에너지의 양은 100퍼센트가 아닌 75퍼센트에 불과하단 결론이 난다. 이처럼 몸집이 더 클수록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단위당 에너지의 양이 더 적은(p36) 상황을 규모의 경제라 부른다. 다시 말해 생명체의 경우 크기가 2배 커지면 대사율이 증가해 대사량은 2배보다 적게 필요하다. , 크기가 2배로 늘 때마다 무려 25퍼센트가 절약된다는 뜻이다(p45).

 

이러한 스케일링의 법칙을 간과할 때 적절한 약물 투여량을 계산하지 못하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1967, LSD(환각제)가 코끼리에 미칠 영향력을 조사하던 연구팀은 고양이에게 안전한 투여량이 체중 1킬로그램에 약 0.1밀리그램이라는 것(p82)을 기준삼아 코끼리에게 투여할 양을 결정했다. 연구진은 3000킬로그램의 코끼리에게 LSD 297밀리그램을 투여했고 가엾은 코끼리는 1시간 40분 만에 죽는었다. 연구진은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용량이 체중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체중 1킬로그램당 용량이 모든 포유동물에게서 동일하다고 가정해(p82) 불쌍한 코끼리에게 대재앙을 불렀다. 비단 이는 코끼리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체중에 따라 선형으로 늘리는 식으로 용량이 적혀 있는(p84) 약병의 권고 용량은 어린 아이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인구 크기에 따라 저선형으로 증감하는 기반시설과 정반대로, 사회경제적 양들 도시의 본질적 특성-은 초선형적으로 증가하며, 따라서 수확 체증을 보인다. (p383)

 

생명체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스케일링의 법칙이 적용된다. 인구가 2배 늘어날수록 주유소와 같은 도시 기반시설은 0.85배 증가해 저선형 스케일링을 보인다. , 체계적인 규모의 경제가 작동함으로써, 도시가 클수록 1인당 필요한 주유소의 수가 더 적다는 의미다(p378). 이러한 현상은 주유소뿐만 아니라 전선, 도로, 수도관과 가스관의 총길이 같은 교통망 및 공급망과 관련된 기반시설의 양도 거의 동일한 지수 값, 즉 약 0.85에 맞추어서 거의 동일한 양상으로 규모가 증가한다는 것이다(p380). 결과적으로 인구가 2배 증가할수록 15%의 사회 기반 시설이 절약된다. 다만 초선형으로 증가하는 도시의 본질적 특성들은 도시 크기가 2배로 되면, 1인당 임금, , 혁신이 15퍼센트 증가하지만, 범죄, 오염, 질병 건수도 그만큼 증가한다(p383). 저자는 도시의 스케일링 법칙을 통해 서로 독립적으로 보이는 요소들 임금, 특허, 범죄, 질병의 규모가 세계 어디서나 거의 동일하고 예측 가능한양상으로 도시 크기에 비례하여 증가함을(p387) 보인다.

 

기업의 스케일링에서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그 주요 척도 중 상당수가 도시처럼 초선형이 아니라 생물처럼 저선형으로 규모 증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도시보다 생물에 더 가까울 뿐 아니라 혁신과 수확 체증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가 지배함을 시사한다(p540).

 

제프리 웨스트는 기업의 흥망성쇠가 도시가 아닌 생물의 분포를 따른다고 주장한다. 그는 기업의 죽음은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해 정체된 상태에서 임계점에 달했을 때 발생한다고 본다. 왜 기업은 도시가 아닌 생물과 같은 양상을 띠는 것일까?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패턴으로 정리하는 스케일링의 법칙을 통해 이 답을 찾을 수 있다. 교양 있는 일반인이 따라가기에 결코 쉽지 않은 책이지만 세상이 어떤 법칙으로 움직이는지 그 공통점을 찾으려는 저자의 통찰력과 결과에 경의를 표한다. 그의 바람처럼 세상을 보편 법칙으로 정의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의 도전을 응원하며 지금까지 박사가 발견한 보편 법칙을 일반 사람들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실로 엄청난 책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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