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춤추고 싶다 - 좋은 리듬을 만드는 춤의 과학
장동선.줄리아 크리스텐슨 지음, 염정용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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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딱 한 줄로 요약하자면, 춤은 건강에 좋으니 지금 당장 춤을 추러 나가라! 가 아닐까 싶다. 춤이 어떻게 얼마나 좋은지를 장장 400페이지 가까이 설명한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살짝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럴 땐 주저 없이 마지막 장으로 넘겨 어떤 춤을 배울까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윙 댄스를 좋아하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와 무용가를 꿈꿨으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그만두어야 했던 신경과학자 줄리아 크리스텐슨 박사가 학술대회에서 만나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춤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왜 춤을 추는가. 사실 나는 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뮤지컬, 오케스트라와 같은 공연은 즐겨보아도 춤을 추는 공연은 발레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찾아서 보지 않는다. 심지어 현대 무용과 같은 고차원적인 공연을 보러 가면 잔다. 두 명의 저자에게 이런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의 인간일 것 같다.

 

책에서는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춤을 추었을 것이며, 원시 부족의 입장에서 보자면 춤에는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상의 미스테리를 극복하게 하는 힘이 있었을 것(p26)이라 전한다. 다시 말해 춤은 중요한 제의식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박물관 같은 곳에서 본 벽화에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건 이러한 의식에 기인한 것이라는 걸 배웠다.

 

춤과 음악, 즉 듣고 움직이는 것을 구분하는 건 우리의 체계화된 계몽 사회가 근래에 도입한 억지스러운 방식(p31)이란 주장은 매우 흥미로웠다. 아니, 줄리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얼마 전 보러 갔던 서울시향 콘서트에서 흥겨운 음악이 들려옴에도 그 많은 청중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숨소리 하나 내지 않은 채 음악을 감상한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리듬이 있는 음악을 듣는 사람의 몸의 움직임이 없는 건 매너가 아니라 그 음악 자체에 온전히 심취하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 반증이 아니었나 싶다. 왜냐하면 리듬을 타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기 때문이다. 춤을 추기 위해서 반드시 멜로디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리듬은 있어야 한다(p33).

 

아기들은 누군가 춤을 추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리듬이 들리면 몸을 흔든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에게 있어 춤은 추는 사람만 춘다. 나는 개인적으로 춤을 추지 않는 부류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 뇌는 춤추고 싶다를 본 순간 한 번쯤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본능적으로 춤을 추고 싶어 하는 뇌를 내가 탄압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 몸은 타고나기를 춤을 잘 추지 못하는 사람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내가 춤을 추지 않는 게 아닐까? 면죄부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춤을 배울 수 없는 사람은 인구의 1.5%밖에 되지 않는다(p50)는 팩폭으로 나의 바람을 한순간에 꺾어버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서 말했듯이 몸치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지 못하는 이유는 불확실성과 부끄러움 때문이다(p51).

 

먼 훗날, 이 책을 생각할 때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은 확실히 기억할 것이라 확신하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지금 당신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두 개의 유튜브 창을 열기 바란다. 한쪽 창에는 세계적인 발레리나 폴리나 세미오노바가 혼자 무대에서 춤추는 장면이 담긴 헤르베르트 그뢰네마이어 <최후의 날>을 띄운다. 당신이 세미오노바가 무용을 하는 모습만 보도록 그뢰네마이어가 노래를 부르는 창의 소리를 꺼 놓도록 하라. 그러는 동안 다른 비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 된다. 어떤가? 어이 없지 않은가? 세미오노바의 동작이 그 음악에도 어울리는 것이다(p65).

 

우리 뇌는 연관성이 없는 상황에서도 연관을 짓게 해주는 신경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동작이 멜로디와 어우러져 수행되는 곳에서 뇌는 그 두 가지가 동시적이며 어울린다고 느끼게 해 주는 환상을 우리에게 불러일으킨다(p65). 하지만 우리의 뇌는 즐거운 춤이 즐거운 음악과, 혹은 슬픈 춤이 슬픈 음악과 어울릴 때만 흥분을 일으킨다는 것을(p66) 뒤이어 나오는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우리는 그때의 기분 상태에 따라 제각각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데 의식적으로 춤추기를 이용할 수 있다(p67), 는 말을 끝으로 1장이 끝났다. 1장의 내용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고 무의식적으로 여겼는데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2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이 시작되는데, 첫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수많은 논문을 인용하여 - 참고문헌만 11장 반이다 - 춤이 인간에게 얼마나 유익한지를 증명했다.

 

춤은 사랑처럼 인종도 국경도 초월할 수 있는데, 서로 다른 문화권임에도 신체 언어를 이용할 수 있다(p83)는 내용과 춤을 통해 배우자를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춤이라는 신체 언어를 통해 평소의대화에서는 결코 알아내지 못할 사안들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이 다음에 춤을 추러 갈 때는 자신의 직감을 믿도록 하라. 당신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남자가 또한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남자일 것이다(p106). 그런데 책 마지막에 아내가 춤을 즐겼으면 한다는 내용이 있는 거로 보아 장 박사님은 아내 분을 어떻게 만나셨는지 궁금해진다.

 

3, 그룹댄스 - 친구를 부르는 춤에서는 춤은 인종 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멋진 교육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춤은 그 자체가 바로 언어이며 우리는 비록 다른 문화권의 언어를 모르더라도 춤을 통해 사람을 사귈 수 있다고 서술했다(p133). 또한 춤 동작이 동시적이 될수록 서로를 하나라고 느끼며, 우리는 더 이상 가 아니라 우리가 된다(p139)며 춤의 긍정적인 효과를 자랑했다.

 

내 몸을 위해 춤추기, 건강을 위해 춤추기 그리고 힐링을 위해 춤추기 편이 이어졌는데 가장 처음으로 우리가 단지 취미로 춤을 춘다 해도 춤은 우리의 인지와 지능 발달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p179) 말했다. 뒤이어 춤추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척추와 관절을 유연하게 하고, 체중조절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여러 논문을 통해 증명했다. 또한 춤은 심리와 신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춤 치료법이 미국에서 생겼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춤동작을 이용해 감정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춤추기가 신체의 능력을 향상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건 이견이 없었지만, 생각보다 심리적으로도 치료의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줄리아 박사의 독백은 가슴이 아려왔다. 못 다 그녀의 꿈, 지금은 새로운 길을 찾았지만, 그 과정에서 힘들어했을 그녀의 모습이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춤을 통해 극복해 나간 그녀가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웠다.

 

춤은 끝이었다. 성공을 꿈꾸던 많은 무용수들의 삶이 이와 비슷하게 끝난다. 나의 경우라고 특별할 것이 없다고 순순히 받아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세상이 끝난 것 같았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빌어먹을 세상은 계속 잘만 돌아갔고, 나도 그 세상과 함께 나아갔다. (중략) 내 몸이 춤출 수 없다면 나는 바로 내 머릿속에서 춤을 춘다(p247).

 

또한 기존 의학과 춤의 힐링 효과를 결합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춤은 결코 해가 되지 않는다(p261)는 말도 공감했다. 마음이 너무 힘들 때 아무런 음악이나 틀고는 음악에 내 몸을 맡기면 결코 해가 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7장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춤을 출 수 있다며 격려한다. 춤을 추면 치매가 발생할 효과를 줄이며(p283), 파킨슨병의 증세도 호전시킬 수 있으며(p289), 공간적 사고도 촉진되기 때문이다. 이는 기하학에서 높은 성취를 보이게 도와주는데, 왜 내가 수학, 특히 도형에 젬병인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300페이지 동안 춤은 정말 좋은 것이지 않은가! 라는 내용을 읽어도 내 마음 한편은 찝찝했다. 왜냐하면 공연을 보러 가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잔 전례가 워낙 많아서 나는 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아래 문장을 보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독일인들은 괴테나 실러의 작품을 통해 배우며, 이탈리아인들은 단테의 신곡을 통해 깨우치며, 덴마크에서는 피트헤인과 카렌블릭센의 작품을 읽는다.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자국의 문학 작품을 읽고, 그렇게 해서 문학적 상징을 해독하는 법을 배운다. 일부의 춤을 이해하는 데도 이와 비슷한 방법이 유용할지도 모른다. (중략) 그러니 어떤 춤 공연이 전하는 메시지를 당신이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의 뇌가 태어날 때부터 이해하는 동작 언어를 제외한다면, 문화적 특성을 띤 춤들을 이해하는 데는 몇 가지 추가적인 정보들이 필요하다(p333).

 

나는 춤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건 나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배우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 건 정신건강에 상당히 좋은 것 같다.

 

연습이 대가를 만든다. 관람을 할 때조차 말이다! (p336)

 

마지막으로 춤 고르기 - 내게 어떤 춤이 어울릴까? 는 저자의 친절함과 세심함이 엿보였다. 춤의 종류는 다양한데 그중 내게 어떤 춤이 어울리는지, 각 춤들의 특징과 함께 춤을 소개해 주었다. 무엇보다 배우고 싶은 춤을 고려할 때 스스로 고려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이 춤추는 데 나오는 음악을 좋아하는가?”는 적어도 내게는 혁신적인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난 음악 듣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클래식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악을 소음으로 여기고 잘 듣지 않으니 춤을 좋아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더 이상하지 않은가 싶었다.

 

 아무튼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나마 좋아하는 종류의 음악, 클래식이 있으며, 그나마 즐겨보는 공연이 있기에 내가 배우는 춤은 발레가 적합하지 않을까 내심 낙점을 하였다. 그 뒤로도 여러 춤을 설명해 주었는데, 다른 나라에 유학을 갈 일이 있으면 그 나라의 민속춤을 배워야겠다는 결심도 했다. 민속춤을 통해 그 지역의 문화를 배울 수 있으며 또 사람도 사귈 수 있기 때문이다.

 

꼭 대단한 동작만이 춤은 아니다. 박자에 맞춰 이리저리,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몸을 흔드는 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춤이라고 말한다(p387). 이 책을 읽는 내내 오오, 춤은 정말 좋은 것이로구나, 춤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평생을 춤과 동떨어져 살아온 내가 하루아침에 춤과 친밀감을 느끼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들은 춤을 통해 삶의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나에게는 춤이 곧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렇지만 훗날의 나를 위해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나를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건강하게 만들어줄 춤을 하루빨리 배우러 가는 게 이 책을 완독한 독자로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춤의 위대함과 더불어 역사와 효과까지, 다방면에서 춤의 유익함을 알았다. 사실 책이 꽤 두꺼운 편인데 이 책이 읽기 힘들 다할지라도, 딱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지금 당장 춤을 춰라! 책만 읽고 여전히 춤을 추긴 춰야 할 텐데 말만 하는 독자보다 당장 춤을 추러 나간 독자야말로 저자의 말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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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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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지 못했기에 바라볼 수 있었던 잔인한 현실에서의 깨달음과 성찰. 오히려 주인공 윤재를 통해 배우는 모순적인 나.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과 내가 함께 성장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마음은 그 어느때보다도 무겁고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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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진달래꽃 - 김소월 시집, 1925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김소월 지음 / 소와다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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