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1 - 중국사의 시작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목숨쯤은 태산에 비하면 기러기 터럭보다 가볍다. 내가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 버텨 온 것은 오로지 이 역사서를 쓰기 위해서였다. (p36)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서 사마천의 <사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이전부터 사기를 완독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가득했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 좌절한 채 책테리어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사기를 바라만 봤었다. 이희재 화백의 60대를 쏟아 부은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는 나처럼 사기를 읽어보고는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책이다. 감히 3000년이란 긴 시간의 중국 역사를 완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대략적으로나마 유명한 인물과 사건은 간추릴 수 있다. 사마천이 누구인지, 왜 그는 역사서를 쓰게 됐는지, 우리가 알법한 인물들을 추려 만화로 쉽고 재밌게 만나볼 수 있다.

 

신화처럼 전해지는 요순임금의 태평성대는 아주아주 먼 옛날이니까 가능했겠지? 라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 채 정말 전설처럼 읽었다. 세습이 아닌 선양제도가 지속됐더라면 하나라의 역사는 좀 더 지속됐을까? 강태공 에피소드는 좀... 아마 시대의 차이겠지만 앞으로 강태공을 때를 기다린 현인처럼 받아들이진 못할 것 같다. 낚시 하러가서 미끼조차 엮지 않고 한량처럼 탱자탱자 놀던 생활력 없는 남자를 무려 70년 동안이나 먹여 살리고 참다 참다 못 참아서 집 나간 아내에게 성공해서는 우리 인연은 이미 끊어졌다니 세상에. 강태공 저 분은 그냥 낚시나 하다 굶어죽였어야...... 뭐 하러 먹여 살렸나 모르겠다.

 

이전에 은나라 주왕의 말도 안 되는 난폭함과 잔혹성을 봐서 그런지 백이와 숙제의 의리는 정말 쓸데없어 보였다. 군신관계의 예를 지키는 것보단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의 민심을 헤아리는 게 먼저 아닌가. 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충정인지. 앞으로도 세상은 백이와 숙제의 지조를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현실감각 없이 입으로만 의리를 떠드는 인간들이 정치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 내가 이래서 공자의 논어를 읽고도 별 감흥이 없었나싶다.

 

춘추전국시대가 개막하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전면전이 시작되니 확실히 더 흥미로워 진다. 권력, 그게 뭐라고 제 자식조차 비정하게 내다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이 되길 포기해서 얻은 것이 그리고 귀한 것인가? 가져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아무리 어질고 현명한 이가 백날 충고해봤자 폭군은 그것을 잔소리로만 여기고 세기지 않지만 현명한 군주는 중심을 잡는다는 다소 뻔 하지만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여러 왕에 걸쳐 보인다. 결국 넘어간 건 왕인데 왜 신하의 꼬임에 넘어갔다는 건지. 사마천이 살아있다면 따져보고 싶다. 이건 마치 우리 애는 착한데 친구 때문에... 라는 핑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지금 투덜대는 건 역사에 대한 작은 불만이고, 이 책 덕분에 사기의 내용도 알게 되어 이렇게 투덜투덜 거릴 수도 있다. 만화가 아니었다면 언감생심 사기의 자도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200페이지지만 한 컷당 크기가 커 금방 읽는다 총 7권 분량이라던데 빨리 2권을 읽고 싶다. 이번엔 또 어떤 막장이 펼쳐지려나 궁금해진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3672)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