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그램 - 내겐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수신지 지음 / 미메시스 / 2012년 5월
평점 :
여자 나이 스물아홉.
남친도 있고, 가족도 있고, 직업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뭐 하나 부족함이 없던 시간 속에서 주인공은 그만
자궁에 문제가 생겨 입원하게 된다. 종양일지도 모른다는 그 한 마디가 그녀의 인생을 휘딱 뒤집어 놓았고
곧바로 이어진 병원생활은 일상생활에서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주며 그녀의 병상그림일지를 자극하는데...
작은 것에 서운해지고, 작은 것에 감동하게 되고, 작은 것에 놀라 심장이 떨어지고, 작은 것들이 가득한 병원생활.
나는 이 생활이 어떤 생활인지 알고 있다. 바로 얼마전까지 나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처럼 암은 아니었지만 올 초 갑자기 몸에 마비가 와서 들것에 실려 병원에 들어간 이후로 여러 나날들을 침대에
누워 지내야했고 결과적으로 퇴원 이후로도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 재활을 거치면서 병원을 들락날락 거려야했다.
평소엔 알지 못했던 "건강한 몸"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를 삼십 몇년 만에 가질 수 있었던 좋은 계기는 되어주었지만
역시 병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소심하게 만들고 우울하게 만드는 것을 경험했다. 최근에.
지금도 여전히 아프지만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각오로 최우선으로 챙기고 있기에 올해엔 바쁘게 뛰어다니기보다는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일에만 힘쓰려고 하고 있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머리카락이 빠져 빡빡 밀고선 가발을 쓰던 그녀의 마음까지는 헤아리기 어려웠지만 그 외 병실에서 다른 환자들과 툭닥대던 일,
퇴원할 때 모두 챙겨주던 일 등등은 내게도 일어났던 일이라 낯설지 않았다.
아, 그리워 할 수는 없지만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입원의 나날들이여!
꼭 함께 입원했던 동지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으로, 나도 이랬지라는 공감으로, 다시는 아프지 말아야지라는 결연한 의지를 보태며
나는 그림이 가득한 병상일지를 재미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꼭 나의 이야기 같았던 그녀의 하루하루가 다른
사람들의 눈엔 어떻게 비췄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입원할 만큼 아팠던 시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
기도 했다.
아프지 않고 살면 좋겠지만 아팠던 기억마저도 누군가와 나눌 수 있을만큼 일상적인 모습으로 풀어낸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남은 나날동안 점점 더 건강해지기를 그녀도, 나도 바래야되지 않을까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