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스치는 바람 2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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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깨알같은 궁금함으로 시작된 2권의 읽기는 궁금함으로 폭풍읽기에 돌입하게 만들었던 1권과 달리 마음가득 애잔함을 담아 읽게 만든다. 그들을 끝까지 몰아냈던 그 시대가, 시대를 기회삼아 자신들의 욕심을 채워냈던 악마같은 인간성을 지닌 사람들이 원망스럽고 저주스럽기만 했다.

 

한 시인의 해맑은 시어를 빼앗아가고 책읽기를 좋아했던 순수청년을 학도병으로 만들고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던 한 남자의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린 것은 전쟁이 아니라 그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었으며 또한 그 전쟁속에서 즐기고 있는 자들이었다.

 

추리소설처럼 시작된 [별을 스치는 바람]은 2권에 돌입해서는 쉰들러리스트처럼 읽혀졌는데, 누가누가 죽었고 앞으로 누가누가 죽을 것이며 희미한 복선을 눈치채고 누가누가 살아남았는가를 눈치채게 만들지만 결코 그 재미만큼은 반감시키지 않았다.

 

마치 노련한 곡예사가 줄을 타며 아래에서 바라보는 구경꾼들의 마음을 졸이듯 이정명 작가는 노련한 필체를 곡예사처럼 휘두르며 우리의 애간장을 녹였다 얼렸다 하고 있었다.

 

도잔을 죽인 자는 누구인가? 도잔은 정말 죽어 마땅한 자였는가. 그는 무엇에 그토록 매료되었는가! 시였나? 시인이었나? 에 중점을 두고 읽게 만든 1권과 달리 2권에서의 이야기는 유이치가 풀어낸 진실의 이야기와 그 조차도 안타까워했지만 막지 못했던 실험실의 윤동주에 대한 회고로 가득차 있다.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다가 비로소 작가가 "그래서...범인은?"하고 밝히는 순간 그랬지....! 범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지 못했지? 라며 놀라고 말았는데. 범인이 밝혀지고 난 뒤에도 인간이 지닌 악마성에 대한 분노가 더 커서 반반전에 대한 놀라움을 누르고 말았다.

 

역사가 바뀌진 않는다. 이미 흘러가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더 진해질 수 있다. 유이치도, 도잔도, 최치수도 허구의 인물이지만 그들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가득 품고 실존 인물이었던 시인 윤동주에 대한 마음은 더할나위 없이 쓸쓸하고 슬픈 마음을 담아 마지막 읽기를 끝냈다.

 

조용히 분노하다.

라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소설을 읽고난 느낌은.

 

딱 그랬다. 조용히 분노하고 그 분노를 삭히기 위해 많은 시간들이 쓰여졌다.

한국인이기에, 사람이기에.. 끓어오르던 그 분노와 애잔함을 많은 이들이 함께 느끼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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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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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후쿠오카 형무소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

 

담장, 쇠창살, 감방.....

시인 한 명,

피아노 한 대,

그리고 비밀 하나                                 <스기야마 메모> 中

 

 

 

 

 

1944년. 우리는 이 시기를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후쿠오카 형무소.

범칙금 딱지, 고성방가, 노상방뇨, 낯선 길찾기를 목적으로 해서 경찰서 문턱이나 넘어봤을까.

우리같은 평범한 일반인들에게 형무소란 낯설디 낯선공간임에 틀림이 없다.

 

그 낯선 곳에 우리가 사랑한 한 시인의 마지막이 잠들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아름다운 시어로 우리의 눈과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시인 윤동주.

스물 다섯! 함축적 음률이 미쳐 전달해주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가 <바람의 화원>, <뿌리 깊은 나무>로 전국민을 매혹시켰던 이정명 작가의 손으로 전해진다.

 

 

1945년 8월 15일. 전쟁은 끝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한 사람은 창살 안에 갇혀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차아살 박에서 그를 지킨 이상한 이야기가.

 

학병출신의 어린 간수병, 와타나베 유이치를 통해 밝혀지는 시인과 검열관의 이야기는 추리소설 형식으로 풀려지며 마치 미로에 발을 들이듯 우리를 끌어들인다.

 

한 남자가 죽었다.

정확히는 살해되었다.

 

이름은 스기야마 도잔. 후쿠오카 형무소 3수용동 1급 간수였던 그는 연고없이 태어나 깡패가 되었다가 피아노 수리공이 되었다가 군인이 되었다가 간수로 살게 된 남자였다. 겉모습은 투박한 나무껍질 같았지만 섬세하고 여린 감성을 이해할 줄 알았던 사람! 으로 이와나미 미도리와 히라누마 도주는 그를 시인이라고 증언했다.

 

가장 혹독한 고문관에다 반 까막눈 검열관으로 소문난그가 시인이라니........!

 

이 모든 것이 645번 히라누마 도주. 즉 윤동주와 만나게 되면서 그에게 일어나게 된 변화였다.

마흔이 넘어서야 그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윤동주를 통해서 자신의 재능에 탐닉해 나갔다.

 

우리가 모르던 세상 속에 그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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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붓
구한나리 지음 / 문학수첩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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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갈은 한골에서 어미, 아비를 잃었다. 잔인하게도 눈 앞에서 마을 사람들에 의해 두들겨맞고 짓밟혀 죽었는데 어린 갈은 그 모습을 다 지켜보았다. 어린 갈까지 험한 일을 당하려는 찰라, 구해준 이는 한골의 큰 어른인 윗손으로 부임한 소년 류원이었다.

 

천인과 상인, 그리고 비인 이렇게 세 종류의 인류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비인과 상인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천인공노할 짓이었으며 죽어 마땅한 일이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갈에게 가을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준 이도 류원이었으며 그의 집에서 보살핀 이도 류원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나타난 뿔을 날개달린 천인 이린을 불러 떼 준 것 또한 그였다.

 

그런 류원이 갈에게 아홉개의 붓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상을 처음 만든 이들이 인간들에게 준 선물이라는 아홉개의 붓은 천인의 것이 셋, 상인의 것이 셋, 비인의 것이 셋이라고 했다. 그래서 스물이 된 갈은 남복을 하고 아홉개의 붓을 모으기 위해 길을 떠났고 그 길에서 재찬, 아리, 시겸을 일행으로 얻었다. 도로시가 마녀를 찾아 떠나듯 목적을 갖고 떠난 그들 보다 항상 먼저 도착한 이가 있었으니 그는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이들과 달리 세상을 망하게 할 목적인지 사람들을 꿰고 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언젠가 마주칠 그 나그네역시 아홉 붓을 모으고 있다니…..일행의 발걸음은 빨라질 수 밖에 없었다.

 

다른게 틀린 것은 아닌데 다르다하여 상처주고 쳐내는 소설 속 모습은 다문화 가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지 못한 우리네 현실과 다를 바 없기에 가슴 한구석이 찔끔거려졌지만 천인, 상인, 비인으로 이루어진 그들 일행이 서로 화합하고 맞춰가며 인생의 굴곡들을 헤쳐나가는 것에서 반대로 희망의 빛을 발견하기도 했다.

 

2012년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수상작인 [아홉개의 붓]은 마을을 넘나들며 해결해내는 에피소드들이 주는 재미로 가득차 있다. 꽤 긴 내용이긴하지만 내용을 읽을때마다 공포스럽지 않은 전설의 고향을 한 편씩 보는 것 같았고 사극 하나씩을 떼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결국 돌아왔을 때 다시 떠나야하는 현실과 맞닥뜨려지긴 했어도 이 이야기는 비단 붓만 모으기 위한 일본 애니메이션식의 목적해소용 소설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안에 담긴 사연들이 모두 사람살이와 연관된 일들이기에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겠다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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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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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세상에서 가장 웃긴 할매는 바로 이 할매가 아닌가 싶다. 67년만에, 그것도 갓난 아기때 버리고 나갔던 아버지가 할배가 되어가는 마당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는 집안을 발칵 뒤집는 할매라니....!!!이제껏 할매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사망했다고 알고 자란 서른 중반의 백수 손자가 집을 홀로 지키고 있을 때 찾아와 어제 집나갔다 온 할매처럼 욕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하고, 이것해라 저것해라 가족들에게 요청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처음 보는 며느리에게 대뜸 절부터 해내라고 하다니.....정끝순! 그녀! 정말 물건은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대 할매 캐릭터 중 최고가 아닌가 싶다. 보통의 할머니 캐릭터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속에서 힘없는 노인의 모습이거나 병든 모습이거나 치매에 걸렸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로 승부수를 띄웠다면 정끝순 할매는 뻔뻔함 과 당당함을 동시에 갖추었으면서도 맘 속으로는 풀지 못한 응어리를 거짓말과 밀당으로 승화시켜 67년만에 만난 가족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그녀의 과거는 FBI도 알 수 없는 가운데 동전만 한 은빛 반짝이가 잔뜩 달린 요상한 원피스 정장을 입은 할매는 가족들을 향해 폭탄을 투하했다. 60억의 유산을....!!! 먹고 죽을래도 돈이 없는 세상 속에서 최씨 문중의 자손이지만 매번 선거에서 쫄딱 미끌어지고 있는 아버지도, 슈퍼를 운영하며 생계전선에 나선 어머니도, 가족 중 가장 부유하지만 이혼 후 가족의 생계를 어머니와 함께 도맡아 지고 있는 여동생도 돈이 궁했다. 거기에 서른 다섯이 되도록 취직 한 번 못해 본 채 방구석을 지키고 있는 밥벌레인 "나"는 오죽하겠는가. 10년을 사귀었지만 가장 친한 친구 상우에게 빼앗긴 첫사랑을 여전히 잊지 못하면서도 가난은 그로 하여금 상우에게 맨날 술을 얻어먹게 만들고 그런 날은 어김없이 상우가 와이프를 매타작 하는 날로 이어졌다.

 

가난에 발목잡힌 그들에게 할매의 과거는 과거일뿐! 다만 그녀의 60억이 실존하는지가 관건이라 고모네는 고모네대로~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할매의 과거 역추적에 나섰는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그녀의 60억은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그 가운데 여러 사건들을 할매와 겪으면서 가족들은 역사와 화해하고 과거와 화해하면서 웃음 외의 감동을 함께 건네주고 있다.

 

눈물겨운 사연이 웃음이 되고, 웃다가도 가슴이 짠한 과거 이야기가 되풀이되면서 할매 못지 않은 밀당으로 독자를 이리저리 굴려대는 작가 덕분에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까지 다 읽어버렸는데 책장을 덮고나니 아쉬움이 배가 된다. 너무 재미있어서 드라마가 되면 어떨까? 할매는 누가 캐스팅 되면 좋을까? 등등의 엉뚱한 상상을 해대며 2탄이 나와도 참 재미있겠다 싶어졌다.

 

진짜일지...뻥일지....끝까지 궁금하게 만든 그 놈의 60억~!!

할매, 진짜 있긴 한거야?

 

함께 달려가 묻고 싶어진다. 이 할매, 어디가면 만날 수 있을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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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청춘 목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
박상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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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출판사에서 출판된 두 권의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었다. 두 권 다 청소년 소설이었지만 한 권의 저자는 남자였고 또 다른 한 권의 저자는 여자였기에 사뭇 필체나 풀어내는 방식이 달랐다. 좀 더 쉽게 읽히던 여자작가의 책에 비해 다소 거친 감은 있지만 이것이 남자들의 세계인가 싶어 재미를 붙여가며 읽어나간 책이 바로 [불량청춘 목록]이다.

 

70년대 인기 만화 책의 표지같은 표지를 넘기면 조그마한 소도시가 등장하고 그 소도시엔 타지에서 집안이 쫄딱 망해 도망치다시피 건너와 살게 된 현우가 살고 있다. 지인의 소개로 숯불갈비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부모와 가난하다는 것을 인지하기에 자꾸만 소심해지고 기가 죽는 현우. 이런 현우를 괴롭히는 "버섯즙" 불량 패거리들.

 

용돈벌이 삼아 방과 후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는 현우는 학우들의 괴롭힘도 괴롭힘이지만 담임 선생님의 차별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더 받고 있었는데 이런 현우를 주의 깊게 바라보며 옆에서 늘 도와주는 친구가 바로 반장 진식이다. 애초에 현우네는 진식이네와의 친분으로 인해 연고가 없는 이 소도시로 이사와 터를 잡게 되었고 구두닦이를 하고 있지만 왕년에는 한 주름 잡던 주먹계의 전설 "불곰"이었던 진식이 아빠로 인해 여러 고비들을 넘어갈 수 있었다. 지구는 슈퍼맨이 지키고 현우네 집은 불곰네가 지키는 격이랄까.

 

그래서인지 현우는 진식이라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지만 모범생이자 리더십이 뛰어난 진식이는 진식이대로 남모를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겉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어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참으로 많은 고민들이 산재해 있는 것만 같았다.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사악한 버섯돌이가 있듯 현우와 진식이가 우정을 쌓으며 커가는 이 땅에는 버섯즙 패거리라는 악의 싹들이 있는데 이들은 반성도 할 줄 모르고 오로지 괴롭힘과 복수의 세계에만 집착하는 우울한 영혼들이어서 읽는 내내 마치 실제로 살아있는 인물들인양 미워하기도 했다. 요런 녀석들, 정말 남학생들만 우글우글한 학교에 꼭 몇몇 씩은 있는 애들이 아닐까.

 

불량 청춘 목록은 거칠지만 색다른 세상을 맛보는 듯한 재미를 깨알같이 선물해준 책이었다.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돌아가 살짝 남학교의 일상을 몰래 살펴본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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