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골목에 가득한 행복 - 사람 냄새 나는 계동길의 어느 카페에서 생긴 일
김주현 지음, 최홍준 사진, 오다윤 요리 / 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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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프랜차이즈 커피보다는 개인이 연 카페를 찾게 되었다. 시끌씨끌하고 유명한 공간보다는 작고 조용하지만 내가 발품팔아 찾은 공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변화라기 보다는 취향이 점점 변해간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골목에 가득한 행복] 은 많은 사람을 위한 상차림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한 개인의 소중한 한 때를 위해, 기념을 위해, 소소한 행복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담아내는 곳이었고 그래서 계동이라는 장소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계동은 원래 꼬불꼬불 흐르는 하천을 따라 길이 나고,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이 모이면서 생긴 작은 마을이었고 그래서 더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라고 했다. 계동의 맛이 인간적일 수 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높고 세련된 건물들이 즐비하기 보다는 오래되고 추억어린 장소들이 여전한 곳. 내게 계동에 대한 옛추억따윈 없지만 누군가의 오래된 추억을 함께 공유하며 추억 빈티지를 맛보는 것도 도시에서 살아온 내겐 멋진 일이었다.

 

부부의 생각도 그러했을까. 오래되고 정겨운 한옥집을 멋스럽게 개조했던 부부는 여자친구의 꿈을 위해 책을 꽂는 남자도 만나고, 약간은 가격을 부담스러워했지만 가족을 위해 생애 처음 외식을 준비한 가장을 위해 스테이크를 무한리필하기도 하면서 계동의 한 공간을 사람내음나는 곳으로 탈바꿈 시켜나갔다.

 

"우연"이 무섭지 않다는 이들 부부는 장사를 하면서도 이문보다는 사람을 남기고 단골을 끌고 입소문을 내고 있었다. 참 어려운 일인데 젊은 부부가 알차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그 모습이 예뻐서 책까지 나오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

 

인생은 정말 살아보면 별 것 없고 사소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채워지는 그 순간순간은 빛나는 것이고 눈물나는 것이고 감동으로 가득차 있는 것인 것만 같다. 다만 인간의 기억이 몇몇의 것만 기억할지라도 잊혀진 그 기억의 조각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그 증거를 나는 이 곳에서 확인하고 있다.

 

저녁무렵 맛나는 빵 하나를 물고 촛불 아래에서 읽기 시작했던 [이 골목에 가득한 행복]은 입맛 가득 침이 고이게 만들기 보다는 사람이 고프게 만드는 책이었다. 어느 카페에서 생긴 일들로 인해 나는 어느때보다 사람이 많이 고프고 만남에 목마르다.

 

오래된 것이 주는 편안함과 새로운 것이 만나는 상큼함은 서로 만나 시너지를 내면서 함께 행복한 화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토록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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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주의 마음을 팝니다 - 대박과 쪽박을 가르는 장사의 1%의 비밀
이랑주 지음, 김기만 감수 / Mid(엠아이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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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음식인데도 잘 되는 음식점이 있고 잘 되지 않는 음식점이 있다. 나란히 있는 가게를 두고도 사람이 많은 쪽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 손님의 심리다. 들어가고 싶은 가게, 입소문이 잘난 곳, 대박집, 이런 곳들의 장사 성공의 1%의 비밀을 한 여성이 당당하게 고백하고 나섰다.

 

비주얼머천다이저인 이랑주는 백화점 명품관을 나와 우리네 거리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쪽박 가게를 대박가게로 바꾸는 연금술사같은 마법을 실천해온 사람이다. 단 한번도 매체를 통해 그녀를 만나본 일은 없어도 책만 읽어보아도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기준으로 걸어나가고 있는지 한 눈에 보인다.

 

 

먼저 이름을 벌고, 다음에 돈을 벌어라                               -호설암

 

 

언젠가 어느 대표님이 이런 푸념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나는 이름만 얻었지 돈되는 일은 안붙는 것 같아."그녀에게 호설암의 명언을 건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법했다. 보기좋은 떡을 먹기도 좋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그녀가 하는 일의 시작이었으며 장점을 소문내고 극대화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마케팅 기법임을 그녀알고 있었다.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는 그녀가 부러웠다. 남을 이롭게 하고 배려하므로써 자신까지 기분좋게 만드는 직업이라...세상에는 정말 이런 직업이 있었다. 상인정신, 장인정신이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녀는 바로 그 일을 하고 있었다.

 

p52 사람을 만나고 나서 알 수 없는 공허감이 밀려든다면 그건 그 사람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하는 일은 마케팅인데, 그녀는 마음을 판다고 말한다 대박과 쪽박을 판가름짓는 그 사이에 서서 판관 포청천처럼 모두가 대박의 길로 가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세상에는 이렇듯 자신의 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남의 일까지도 똑부러지게 해결해주는 능력자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하면서도 공평하게 느껴진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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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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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라는 소설은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몇해가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사람을 짜내어 그 속에서 향을 찾는 사내라니...그것도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사이코 패스의 취미 생활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향에 미친 남자의 일생이 불쌍해서였다. 그런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향수]보다 더 잔인하게 태어났다. 바로 조이스 캐롤 오츠의 [좀비]였다.

 

좀비는 영화상에서 나오는 괴물쯤으로 느껴졌는데, 살아있는 사람이 좀비처럼 무서워진 것은 소설을 읽고나서였다. 죄책감 없이 사람을 닭잡듯, 당당하게 잡아내린 이 남자는 중산층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백인남자였다. 31살의 쿠엔틴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내고자했다. 어쩌다가 이런 망상에 사로잡히게 된 것일까. 이 남자는.......!

 

[신드롬]에서처럼 뇌를 맘대로 조정해서 병을 정복하고자 했던 어느 의사의 망상도 아닌 것이, 그저 자신의 맘대로 할 수 있는 노예가 필요했던 백인 남자의 망상은 살인을 야기시켰고 결과적으로 무시무시한 일들이 자행되어졌다. 하지만 이야기는 심각하기 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학 이야기를 풀어내듯 추적하고 탐구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쓰여졌다. 짧고 간단하지만 무언가 단서를 남기는 형식으로.

 

"좀비를 가지고 있었다."

 

라는 남자의 소망은 엉뚱하게도 살아있는 시체를 만들기 위해 아무도 찾지 않을 사람을 골라내어 실험을 하고 갖다 버리곤 했다. 그를 보며 인간성의 상실을 너머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가치를 역으로 생각해내게 만드는 똑똑한 공포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깨달아가는 것 중에 사람에 대한 것들이 있다. 사람이 때로는 희망이 되고, 사람이 때로는 의지가 되지만 반대로 사람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는 것.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이웃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공포를 현대인이 가지는 까닭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옛말은 쿠엔틴의 이웃들이 떠올릴 교훈이 아니었을까.

 

사람이 제일 무섭다. 하지만 사람을 떠나 살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은 언제나 서글픈 존재같다. 공포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서글퍼진 적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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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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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읽기전부터 무척 기대감을 갖게 만든 작품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다시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이라는 찬사도 찬사지만 촉망받던 우등생의 자살 뒤에 밝혀진 그 죽음의 의미가 세월이 지난 후에야 편지 한 통으로 밝혀진다는 줄거리가 추리심을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죽음을 역추적해 나가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당연히 따랐을 거라고 생각하며 책을 집어 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책은 약간 지루하게 전개된다. 에드리언 핀의 죽음을 밝혀내기보다는 앤서니 웹스터가 살아가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앤서니 웹스터. 원래는 셋이었다가 에드리언의 합류로 넷이 된 불평불만 그룹의 일원으로 "토니"라고 불린 앤서니는 평생의 우정을 다짐했던 그룹 내 친구들과의 우정이 삶에 묻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 시절엔. 게다가 자신도 기억치 못하는 한 통의 편지로 소중한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버린 일도 기억하지 못했다. 우정이란 그 순간을 벗어나면 이토록 빛을 잃고 퇴색되어 버릴 때도 있는 것이다. 소설에서처럼.

 

여자친구 베로니카 포드의 집에서 푸대접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토니는 그녀와 지속적으로 만나왔다. 그녀는 그에게 평생을 통해 가장 의미있는 여자였고 가장 상처를 준 여인이었으며 마지막까지 보고파한 여인이기도 했다. 애증의 산물격인 베로니카를 에드리언으로 인해 잃고 난 후 다시 만나게 될때까지 한 참의 세월을 보내야했다. 예순의 나이가 되어서야 변호사를 통해 에드리언의 유언 집행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에 베로니카가 연관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그녀와의 만남을 꽤했으니까.

 

1등급 성적, 1등급 자살을 원했을 에드리언의 로마식 죽음, 욕조에서 손목을 그어 죽음을 꽤했으면서도 사후의 일들에 대해 글을 남겨 정리정돈을 원했던 에드리언. 그의 죽음을 두고 신문에서는 "장래가 촉망되는 한 청년의 비극적인 죽음"이라고 표현했지만 우정으로 뭉쳤던 혈맹들은 그 죽음의 끝조차도 함께 할 수가 없었다. 가족끼리 조용히 치러진 장례식 속에서 그의 죽음은 그렇게 묻혀져갔다. 베로니카 라는 이름이 토니의 인생에 다시 거론되기 전까지.

 

토니는 이제 안다. 자신의 기억도 못하는 편지가 불러 일으킨 에드리언의 죽음을. 그리고 오랫동안 오해했던 그의 연애대상을. 진실을 알고 나서도 돌이킬 수 있는 건 없었다. 비밀은 밝혀지고 나면 면죄부를 쓰는 것도 아닐텐데, 그저 밝혀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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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찔한 경성 - 여섯 가지 풍경에서 찾아낸 근대 조선인들의 욕망과 사생활
김병희 외 지음, 한성환 외 엮음 / 꿈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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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대는 헤이안 시대와  이 시기의 경성이다. 신여성이 등장하고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이 공존하는 아찔한 시대의 경성. 아, 살아보고 싶다. 그 혼돈기 속에서는 무얼 해도 특이하기 보다는 새로운 것인가보다 하고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시대의 깜짝 놀랄만한 신여성으로 살아보고 싶은 것이 소망이라면 소망인데, 경성은 알면 알수록 재미난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담배피는 이의 스모가 치마입니다

 

라는 문장을 들으면 무슨 말인가 머리를 갸웃갸웃 거리게 될 것이다. 요즘 애들이 쓰는 신조어 인가 싶지만 사실 이는 광고문이라고 한다. 스모는 흡연자, 치마는 치약이니 치약광고인 셈인데,문장 하나만으로도 참 재미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친구 여럿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다들 어리둥절해하고 한 명도 정답을 맞추지 못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 중 최초로 철도를 타 본이가 일본에 수신사로 건너가 타본 김기수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고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11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것 또한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끌던 내용은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어선지 우리 문화재의 수호자라는 간송 전형필 선생에 대한 페이지였는데, 그가 해온 업적들이 어마어마한데 왜 드라마나 기타 공헌 장을 통해 그의 이름이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 소파 방정환 선생처럼 간송 전형필 선생에 대해서도 국민 모두가 알고 감사할 수 있도록 알려졌으면 좋겠다 싶어졌다. 한쪽에서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인이 있었다면 다른 한 쪽에서는 전재산을 털어 문화재를 개인적으로 수복해온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전형필 선생이다. 조선에 딱 47명 밖에 없었다던 백만 장자 중 상위 클래스였던 그는 24살에 부친의 죽음으로 6천 억원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는데, [모던보이]의 보이처럼 여자에 탕진하지도 않았고 일신의 영광을 위해 받치지도 않았다.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이나 드라마 속에서 실컷 보아왔던 [월하정인],[쌍검대무]등의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첩을 되사왔고 고려시대의 탑인 괴상사리석조부도를 지켜내기도 했다. 물론 그의 재산은 점점 줄어갔지만 그로 인해 후세의 우리는 선조들의 문화재를 우리땅에서 볼 수 있는 영광을 하사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도자기하면 제일 먼저 떠올려지던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더 많은 금액을 주고 되사겠다는 일본인의 거래를 호기롭게 퉁 쳐버린 일화 또한 재미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소중하게 지켜진 문화재는 훈민정은 해례본이었으니, 모 드라마에서는 해례본이 따로 없고 송이라는 궁인이 바로 해례본이다! 했지만 해례본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고 간송에 의해 지켜질 수 있었다.

 

그가 해온 어마어마한 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평가가 세상에 미치지 못하였으니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고 가장 감사했던 부분이었다. 다만 그가 문화재를 되찾기 전에 되살수 있었던 몽유도원도에 대한 아쉬움은 마음 한 켠에 남으니...이 시절에 백만장자로 태어나 문화재에 뜻을 둔 귀인이 열만 있었어도 우리는 100년 이래 새로운 문화재가 나타나지 않는 현실을 뒤엎고 장인시대를 열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그것이 아쉽다.

 

경성. 재미나면서도 아쉬움을 가득 담게 만든 사건, 사고가 가득한 책이라 삶이 지루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읽기를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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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2-06-01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는 잃어버린 시대같은 거죠. '일제시대'였다는 부분을 빼고 생각하면 일본의 jazz나 다이쇼시대처럼 '경성'이라는, 뭔가 20세기 초엽의 문화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마법사의도시 2012-06-02 15:56   좋아요 0 | URL
뭔가 멋지면서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시대인 것 같아요. 경성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