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개의 붓
구한나리 지음 / 문학수첩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소녀 갈은 한골에서 어미, 아비를 잃었다. 잔인하게도 눈 앞에서 마을 사람들에 의해 두들겨맞고 짓밟혀 죽었는데 어린 갈은 그 모습을 다 지켜보았다. 어린 갈까지 험한 일을 당하려는 찰라, 구해준 이는 한골의 큰 어른인 윗손으로 부임한 소년 류원이었다.

 

천인과 상인, 그리고 비인 이렇게 세 종류의 인류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비인과 상인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천인공노할 짓이었으며 죽어 마땅한 일이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갈에게 가을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준 이도 류원이었으며 그의 집에서 보살핀 이도 류원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나타난 뿔을 날개달린 천인 이린을 불러 떼 준 것 또한 그였다.

 

그런 류원이 갈에게 아홉개의 붓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상을 처음 만든 이들이 인간들에게 준 선물이라는 아홉개의 붓은 천인의 것이 셋, 상인의 것이 셋, 비인의 것이 셋이라고 했다. 그래서 스물이 된 갈은 남복을 하고 아홉개의 붓을 모으기 위해 길을 떠났고 그 길에서 재찬, 아리, 시겸을 일행으로 얻었다. 도로시가 마녀를 찾아 떠나듯 목적을 갖고 떠난 그들 보다 항상 먼저 도착한 이가 있었으니 그는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이들과 달리 세상을 망하게 할 목적인지 사람들을 꿰고 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언젠가 마주칠 그 나그네역시 아홉 붓을 모으고 있다니…..일행의 발걸음은 빨라질 수 밖에 없었다.

 

다른게 틀린 것은 아닌데 다르다하여 상처주고 쳐내는 소설 속 모습은 다문화 가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지 못한 우리네 현실과 다를 바 없기에 가슴 한구석이 찔끔거려졌지만 천인, 상인, 비인으로 이루어진 그들 일행이 서로 화합하고 맞춰가며 인생의 굴곡들을 헤쳐나가는 것에서 반대로 희망의 빛을 발견하기도 했다.

 

2012년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수상작인 [아홉개의 붓]은 마을을 넘나들며 해결해내는 에피소드들이 주는 재미로 가득차 있다. 꽤 긴 내용이긴하지만 내용을 읽을때마다 공포스럽지 않은 전설의 고향을 한 편씩 보는 것 같았고 사극 하나씩을 떼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결국 돌아왔을 때 다시 떠나야하는 현실과 맞닥뜨려지긴 했어도 이 이야기는 비단 붓만 모으기 위한 일본 애니메이션식의 목적해소용 소설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안에 담긴 사연들이 모두 사람살이와 연관된 일들이기에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겠다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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