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고, 세상에서 가장 웃긴 할매는 바로 이 할매가 아닌가 싶다. 67년만에, 그것도 갓난 아기때 버리고 나갔던 아버지가 할배가 되어가는 마당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는 집안을 발칵 뒤집는 할매라니....!!!이제껏 할매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사망했다고 알고 자란 서른 중반의 백수 손자가 집을 홀로 지키고 있을 때 찾아와 어제 집나갔다 온 할매처럼 욕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하고, 이것해라 저것해라 가족들에게 요청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처음 보는 며느리에게 대뜸 절부터 해내라고 하다니.....정끝순! 그녀! 정말 물건은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대 할매 캐릭터 중 최고가 아닌가 싶다. 보통의 할머니 캐릭터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속에서 힘없는 노인의 모습이거나 병든 모습이거나 치매에 걸렸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로 승부수를 띄웠다면 정끝순 할매는 뻔뻔함 과 당당함을 동시에 갖추었으면서도 맘 속으로는 풀지 못한 응어리를 거짓말과 밀당으로 승화시켜 67년만에 만난 가족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그녀의 과거는 FBI도 알 수 없는 가운데 동전만 한 은빛 반짝이가 잔뜩 달린 요상한 원피스 정장을 입은 할매는 가족들을 향해 폭탄을 투하했다. 60억의 유산을....!!! 먹고 죽을래도 돈이 없는 세상 속에서 최씨 문중의 자손이지만 매번 선거에서 쫄딱 미끌어지고 있는 아버지도, 슈퍼를 운영하며 생계전선에 나선 어머니도, 가족 중 가장 부유하지만 이혼 후 가족의 생계를 어머니와 함께 도맡아 지고 있는 여동생도 돈이 궁했다. 거기에 서른 다섯이 되도록 취직 한 번 못해 본 채 방구석을 지키고 있는 밥벌레인 "나"는 오죽하겠는가. 10년을 사귀었지만 가장 친한 친구 상우에게 빼앗긴 첫사랑을 여전히 잊지 못하면서도 가난은 그로 하여금 상우에게 맨날 술을 얻어먹게 만들고 그런 날은 어김없이 상우가 와이프를 매타작 하는 날로 이어졌다.

 

가난에 발목잡힌 그들에게 할매의 과거는 과거일뿐! 다만 그녀의 60억이 실존하는지가 관건이라 고모네는 고모네대로~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할매의 과거 역추적에 나섰는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그녀의 60억은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그 가운데 여러 사건들을 할매와 겪으면서 가족들은 역사와 화해하고 과거와 화해하면서 웃음 외의 감동을 함께 건네주고 있다.

 

눈물겨운 사연이 웃음이 되고, 웃다가도 가슴이 짠한 과거 이야기가 되풀이되면서 할매 못지 않은 밀당으로 독자를 이리저리 굴려대는 작가 덕분에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까지 다 읽어버렸는데 책장을 덮고나니 아쉬움이 배가 된다. 너무 재미있어서 드라마가 되면 어떨까? 할매는 누가 캐스팅 되면 좋을까? 등등의 엉뚱한 상상을 해대며 2탄이 나와도 참 재미있겠다 싶어졌다.

 

진짜일지...뻥일지....끝까지 궁금하게 만든 그 놈의 60억~!!

할매, 진짜 있긴 한거야?

 

함께 달려가 묻고 싶어진다. 이 할매, 어디가면 만날 수 있을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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