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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도 멈추지 마라 - 도전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2030 젊음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경숙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10월
평점 :
신입강사일때 종종 호텔리어 김영애님의 동영상 자료로 신입사원 교육을 마무리 하곤 했다. 팀이 배정되면 각자의 자리에서 프로라는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래서였다. 기존 사원 교육에서보다 신입사원 교육시 더 효과가 좋았던 교육자료는 매너리즘 타파보다는 작은 일이지만 사명감을 갖고 일할때 기회가 주어진다 라는 의미에서 신입사원에게 더 좋은 영향력을 끼친것 같았다.
힐튼 호텔 럭셔리 브랜드인 <콘래드서울>의 박경숙 상무의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그 교육시간이 떠올려졌다. 자연스럽게.
호텔리어라는 공통점 외에도 두 아줌마(?)는 자신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우리에게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성공의 메시지가 아니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점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다.
결혼한 주부들은 한참 아이를 키우느라 바쁠 30대에 그녀는 인생을 한번 뒤엎었다. 그리고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아버렸다. 한 때 죽음을 생각했을만큼 우울증을 겪었고 아이를 돌보지 못할만큼 벼랑끝까지 몰려있었다고 했다. 그런 그녀를 정신들게 한 한마디는 아이의 입에서 내뱉어졌다.
"그럼 난 어떻게 되는 거야, 엄마?"
힘든 내색도 없고 보채지도 않고 커준 딸내미에 대한 고마움은 책의 곳곳에서 나타나 있지만 여느 싱글 엄마들이 그렇듯 그녀는 가정보다는 일에 매진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먹고 살아야했고 살아내야했고 아이를 부양해야했다. 삶을 붙들고 있을 이유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선택한 유학이었지만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았고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도 자신을 불러주는 직장은 없었다. 호텔업무를 배워왔지만 유학까지 다녀온 그녀에게 돌아온 업무는 몇개월 남짓의 47만원짜리 계약직. 하지만 이것조차 감사했던 그녀는 곧 "남다름"을 발휘했고 인재를 알아본 수장들에 의해 호텔 곳곳에서 일할 기회를 얻어나갔다.
빠른 승진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동료들의 시샘과 오해를 딛고 업무파악을 해 나가면서 오너십으로 일하다보니 어느새 인생의 전반을 H호텔에서 보내게 되었다는 그녀. 글 전반의 내용이 너무나 성실하고 진지해서 직접 만나 인터뷰해보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보게 만드는 이가 바로 박경숙 상무였다.
P.6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여성들에게 열려 있는 임원직은 없다. 하지만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주어진 삶을 살아낼 수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말해주는 멘토가 바로 박경숙 상무다. 그래서 책 제목도 [흔들려도 멈추지 마라]인가보다. 때론 열심히 일했는데 대우가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이직을 결심하는 이들이 있다. 그 열심히의 방향이 옳은 쪽이었는지 혹시 열심히만 하고 방향을 잃어버렸던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여유가 생겼다면 나는 그들에게 이 책을 함께 읽자고 권하고 싶다. 나 역시 그러했기 때문이다. 한 회사에서 여러 부서를 전전하며 회사에서 주는 업무를 성실히 꽤 잘해내서 고속 승진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던 자리를 박차고 이직 했을 때 나의 경력은 다시 제로가 되어 있었다. 물론 성실한 자세와 근무했던 커리어는 남는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함께 남는다. 조금 더 버텨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강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 때문에 오늘을 맞이한 그녀가 강해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녀의 하루하루가 핑크빛이 아니었다는 것은 페이지페이지마다 절실히 드러나 있다. 나이 어린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시간과 열심히 했는데도 컴플레인을 받아야했던 억울했던 시간이 닥쳐오자 강철 여인 박경숙 상무도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녀도 울었다. 우리처럼. 화장실 한 구석에서.
그래서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완벽하지 않았으니까. 감정이입이 되고 동일시되는 현상은 누군가의 고백담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임을 알게 만든다. 그녀가 잘난척만 했다면 얼마나 미웠겠는가. 도리어 힘들었던 과정을 오픈하고 실수담을 인정하고 그 극복과정을 담아냄으로써 완벽하게 성공가도를 달렸을 듯 한 그녀에게서 위안을 얻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잠시 멈춰 있던 내 삶을 움직일 멘토들을 책 속에서 찾아헤매면서 나는 많은 것들을 메모하고 또 메모하고 있다. 2013년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