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있는 식탁

인생이 있는 식탁 - 한겨레신문 맛 기자 박미향의 사람 그리고 음식 이야기
박미향 글.사진 / 인디고(글담) / 2012년 10월

"식사나 하실래요?"

는 언제나 부담이었다. 사회생활하면서 제일 부담스러웠던 시간은 프로젝트 종료 후 식사시간이나 팀의 회식자리였다. 남들은 몰랐겠지만 워낙 예민했던 탓에 불편한 사람과 식사 후 나는 언제나 체하곤 했다. 맛나는 것을 먹는 자리에서도 그랬다. 남들은 모를 괴로움을 나는 겪고 있었다. 그래서 식사하자는 소리가 가장 싫었는데 요즘엔 "밥 먹을래요?" 라고 물어봐 주는 사람이 제일 반갑다. 아마 아프면서 밥을 제대로 못 챙겨먹는 시간이 길어져서였을 것이다.

지난 달부터 친구가 자꾸 맛나는 것들이 가득한 식탁을 선문해주고 있는데 겨우 입맛을 찾게된 내가 건강할 수 있도록 맛나는 먹거리들을 찾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친구는 "암"을 이겨냈고 나는 "전신마비"를 털어내고 있으니 우리는 더 건강하게 살아야할 의무를 부여받으며 치유된 셈이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유달리 건강하고 풍성한 먹거리를 좋아한다. 좀 더 오래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만큼은 건강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한겨레 신문 맛기자 박미향의 책 [인생이 있는 식탁]은 그런 면에서 읽을거리도 맛나는 음식에 관한 추억거리도 다정다감하게 실려 있어 좋았다. 마치 친한 친구와 겸상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듯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고 그 속에 담긴 사람이야기가 정겨워서 좋았다.

헤이리 예술마을만 알고 있던 내게 전남 무안군 청계면의 예술인촌을 알게해 준 것은 지식면에서, 프랑스 가정식 요리라는 "코코뱅"은 미각을 일깨우는 면에서,"음식은 사람을 이어주는 단단한 동아줄"이라는 표현은 문학적인 면에서 나는 일깨워주었다. 음식으로 맛과 정을 나눈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비빔밥, 초밥 같은 밥에서부터 막걸리 와인 같은 술도 담겨 있고 차돌박이나 곱창같은 술안주거리도 있었으며 코코뱅, 이탈리아 요리, 일본식 회덮밥 같은 외국 음식도 소래되어 있다. 게다가 뀅냉면처럼 생소한 음식들도 먹어본 모양인데 이 음식들이 각각 위로/사랑/인생/우정의 카테고리 안에 담겨 그녀가 보내왔을 시간을 함께 추억하게 만든다.

내게 밥상이 괴로움인 시간동안 즐겁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 밥상도 있었다는 사실에 부러움을 살짝 느끼면서, 앞으로의 맛은 그녀의 지난 맛처럼 내게도 행복의 맛이 되고 그리움이 맛으로 남겨질 수 있도록 생각을 바꿔 보기로 했다. 지금 이순간, 밥 먹을래?가 가장 반가운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밥먹는 시간이,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밥상에 앉기로 했다. 그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