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지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열심히 사는데 왜 빚은 늘어만 가는가?
백정선.김의수 지음 / 미디어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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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V어드바이저 백정선 대표와 김의수 센터장이 함께 쓴 [빚지기 전에 알앗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내가 읽어본 재테크관련 서적 중에서 당연 으뜸이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책들이 부를 늘릴 수 있다고 귓가에 속삭이는 영업용 제테크나 시중에 나와 있는 제테크 책들을 믿지 말라는 종류의 것이었다면 이 책은 두 사람이 큰 빚을 지고 그 수렁에서 벗어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실용서였기 때문이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대한민국 가계빚이 9시 뉴스의 걱정거리가 될만큼 자주 등장하게 되고 20~30대 한참 발로 뛰어야할 세대가 빚과 개인파산등으로 발목잡혀가는 이 때, 이 책을 미리 만났더라면 그들의 인생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늦지 않았다. “어떻하지?”,“차라리 죽어버릴까?”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된다. 내가 이렇게 벗어났으니 당신들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쓰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신의 부채가 이 정도라면 이렇게 갚아나가면 된다로 시작해서 보험,주택대출,은행권 금리와 상품, 개인별 소득별 부채상환을 위한 직접적인 예시등이 담겨 있어서 아주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바이블로 다가왔다.

 

 

과소비를 해서가 아니라 알뜰하고 평범하게 살아왔는데도 빚지게 만드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100% 우리만의 과실이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그들이 말한 것처럼 분명 답은 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지만 분명 답은 존재한다. 몇 십 억대의 부채를 떠안고, 그것도 가족을 부양할 가장이 된 때, 갈팡질팡했던 그들이지만 그들 역시 빚의 수렁에서부터 차츰차츰 벗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삶의 터전은 좁아지고 타고 다니던 차의 CC는 작아졌지만 가족사이는 더 돈독해졌고 두 가장은 요리를 하고 여행을 계획하는 등 더 가정적인 가장이 될 수 있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부모님께 받기는 커녕 생활비를 내며 살아왔고 독립을 해서도 유학비용으로 모아두었던 목돈을 내놓으라고 하실 땐 내어놓아야했다. 결과적으로 큰 액수는 아니지만 학자금이 아직 남아 있고 기타 자잘한 생활빚들은 원금에 이자까지....목을 조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서 목표세움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언젠가는 다 갚을 수 있을거야가 아니라 A4 한 장에 한달 지출목록들을 적어보고, 갚을 부채들을 정리해보니 상환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막연했던 것들이 눈 앞에 일목요연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더 줄일 것이 없어보였던 알뜰소비 생활 속에서도 줄여야 할 것들과 늘여야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열심히 사는데도 빚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빚을 없애면서 열심히 사는 방법들을 터득할 수가 있었다.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바로 내 삶에 적용할 수가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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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의 실전 경영학 - 기업에서도 통하는 성공의 법칙
루이스 페란테 지음, 김현정 옮김 / 유아이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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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P.159 언제 어떤 순간이건 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언행일치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은 신뢰를 얻는다. [마피아의 실전 경영학]의 저자 역시 그런 인물이다. 그는 전직 마피아였다. 그것도 꽤 거칠게 소문난 사내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감옥 생활이 그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선사했다. 모든 범죄자가 감옥에서 탈옥의 기술이나 더 업그레이드된 범죄경향을 얻어나오는 것은 아닌가 보다. 8년 6개월이라는 수감생활 내내 책벌레로 지냈고 출소 무렵 그는 이미 소설분석 및 집필이 가능한 실력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 재미난 책을 내어놓기에 이르른다.

 

 

역사책을 좋아하는 전직 마피아는 마피아가 갖고 있는 비즈니스 감각을 역사적 인물들의 성공담과 비교하고 대조하며 성공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누가 감히 전직 마피아가 경영서를 쓸 것이라고 예상했겠으며, 또한 그가 쓴 경영서가 마피아의 경영구조를 반영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책의 내용은 획기적이면서도 감각적이고 무척이나 흥미롭다.

 

 

젊은 시절에 강도질을 해 본 사람이 강인한 성격과 목적의식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에드가 스노우)

 

 

분명 마피아는 탐욕스럽고 거친 사내들의 불법적인 집단을 일컫는다. 하지만 그들이 버거킹의 케첩을 불법적으로 뒷거래해서 거리로 가져오는가 하면 합법적인 사업을 통해 뉴욕의 대다수 건물들을 세워 올렸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던 진실이었다. 시칠리아 마피아로부터 독립한 미국의 마피아들은 성공하기 위해 음모와 배신의 시간을 보내왔지만 그들도 나름의 룰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할 것과 지킬 수 없는 말은 하지 않는 다는 것, 다른 사람의 가정을 존중할 것 등등 그들 패밀리 간에도 지켜야할 불문율들이 있었으며 도덕적인 잣대와 상관없이 사는 사내들이었지만 이를 묵인한 경우 응징의 댓가를 목숨으로 치러내야했다.

 

 

영화 속 마피아들은 담배연기와 총질, 그리고 그 묵직한 배경음악 등으로 기억되지만 현세의 마피아들은 합법적인 그룹 내에서 부를 축적해 나가고 있으며 미국의 다른 시민들과 다를 바 없이 세무조사를 가장 겁내하고 있으며 우리가 알고 있을 법한 성공적인 기업들을 이끌고 있다.

 

 

저자 루이스의 분석처럼 마피아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삶은 사회 조직 속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행동대원/지부장/두목 이 새겨둬야 할 교훈은 일반직원/관리자/사장이 갖춰야 할 덕목과 정확히 일치했다.

 

 

책은 색다른 시선에서부터 출발했지만 그 신선도는 현장에서 팔팔하게 튀어오르는 생물고기마냥 천연 100%였다. 성공이 아니라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도 이 책은 분명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세상은 많이 변해도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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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배신 - 화이트칼라의 꿈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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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에 열광했던 독자들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체험기를 읽으며 다시 그 긍정의 힘을 의심할지도 모른다. 긍정적 사고가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고 있는지 그녀가 [긍정의 배신]이라는 책으로 화답해주었기 때문이다.

 

 

3년에 걸쳐 직접 체험했던 노동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미국에서만 15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는 바버라의 [노동의 배신]에서는 웨이트리스, 청소부, 파트 타이머등의 직종인들이 최저 임금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며 소리높인 질책질을 해냈다. 먹고 살기 힘든 그들의 고단한 하루하루를 대변해내면서.

 

 

물론 그녀는 잠시만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평생을 그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그들과는 다르다. 그래도 누군가가 세상에 알려 변화의 물고를 트는 것. 사회가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일을 바버라가 하고 있는 것이다. 워킹푸어를 체험한 그녀의 다른 도전은 “취업”이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는 지금 위기 속에 처해있다. 경제도 정치도 전반적인 대다수 국민들의 삶도 빚더미에 올라있고 가계빚은 날로 높아져만 가고 취업률은 낮아지는데다가 실업률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청년취업의 위험뿐만 아니라 한참을 달려나가야할 30~40대의 재취업도 닫혀 있는 상황이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스카웃 제의를 받아왔었는데 쉽게 이직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일자리는 쉬이 나지 않았다. 그런 내게 [희망의 배신]은 또 다른 무거움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느껴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태이구나 하는 절실한 깨달음을 주는 책. 때론 긍정의 힘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런 책이 현실감을 전달해주기도 하기에 당근과 채찍은 인생에 있어 동반자 같은 역할을 하나 보다 싶어진다. 이제는-.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희망의 배신]에서 다루고 있는 타깃은 노동계급이 아니다. 충분히 교육받았고 어렵지 않게 학업을 마친 이들인 화이트 칼라층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스스로의 신분위장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준비했는데, 처녀적 성인 바버라 알렉산더로 개명하고 사회보장 카드 및 각종 개인 이력을 다시 준비했으며 사회경험이 미약했던 스스로의 이력서는 약간 거짓을 보태 꾸미기 시작했다. 행복한 가정주부로서 사회생활을 병행하고 싶다는 사연에서 출발하였으나 도중에 이혼의 위기에 봉착하여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어야만할 절박한 사정이 더해졌고 3명의 커리어코치를 거쳐 이력서의 수정요령, 대화법 등을 익혀나갔다. 그들이 원하는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자, 취업박람회도 둘러보았으나 잔디 관리, 청소부, 가사 도우미, 고기 포장 등 생존용 일자리를 제외하니 회사형 인간이 취직할 자리는 도무지 눈에 띄이지 않았다.

 

 

바버라는 구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유료 코칭을 받았고,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호감가는 인재상이 되기 위해 애썼고 많은 책을 읽어냈고 여러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하지만 화이트칼라층이 중시하던 “존엄성”을 지킬 자리는 좀처럼 나타나주지 않았다.

 

 

국가가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할 때는 기업이나 조직화된 개인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충성의 끝은 “토사구팽”이 되고마는 계층이 바로 화이트칼라 계층이었다. 단기간이긴 하지만 글을 쓰고 자료를 모으고 직접 그 입장이 되어 보기 위해 발로 뛰었던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우리의 일상이 정말 이러함을 책 한 권이 대변해주는구나 싶어서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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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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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인이 아닌 내게 김수환 추기경을 알기 전 “추기경”이라는 단어는 “중세”, “종교개혁”, “십자군 전쟁”, “리슐리외”, “체사레 보르자의 아버지” 정도가 떠올려지는 단어였다. 한마디로 부정적인 의미가 가득한 단어였던 것이다. 막강한 권력을 뒤에 엎고 세상을 좌지우지하며 종교를 무기삼아 왕권과 맞서고 종교를 이용하여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부인과 아이들이 줄줄이 있는 권력가. 그들이 보여준 인생은 그러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국민적 멘토였던 김수환 추기경으로 인해 이 모든 이미지가 한 톨의 의문도 없이 철저히 분쇄되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여러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그와 다르게 이렇듯 모든 사람들이 쌓아올린 이미지를 부셔주는 것 또한 그의 영향력이요, 힘인 것이다.

 

 

“카리스마”의 시대가 지나고 “부드러움”이 대세가 되었던 지도자상에 가장 어울리는 분 역시 김수환 추기경이셨다. 1998년 76세로 교구장직에서 은퇴하시면서 그의 여정이 끝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었음을 우리 역시 익히 잘 알고 있다. 추기경님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분의 말씀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시금 되새김질 하게 만드는 촌철살인의 말씀 속 유머때문이었다. 그분의 여유는 말씀 중에도 웃음을 만들곤 했다. 가령, 누군가

 

 

“혹시 추기경님 아니세요”라고 하면

“나도 그런 말을 많이 듣습니다”라고 답하셨다고 한다.

2008년 사경을 헤매다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에도

“짠, 내가 다시 살아났어요!”하셨다니,

 

 

그분의 심적 여유는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향해 열려 있기에 더 겸허하게 만든다. 머리로 산 삶이 아닌 가슴으로 산 삶의 증인이셨기에 나는 종교를 떠나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기도에 주저함이 없어졌다.

 

 

건국이래 최초의 추기경 서품을 받으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평화로운 시대의 선봉장이 아니었다. 고난과 시련이 가득했던 일제시대에 수학했으며 광복 이후에도 70~80년대로 이어지는 굴곡의 시대 서울대 교구장에 임명되었고 90년대를 지나 선종에 드시기 전까지 이 시대는 혼란 속에서 그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었다.

 

 

책의 말미에 적혀진 것처럼

 

“위대한 인물은 자주 나오지 않는다”

 

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그분을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스님 같은 분은 다음 세기에도 만나뵐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다. 국민적 멘토를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두 분이 없는 세상이 더 어둡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그리움이 있기에 [친전]을 통해 만나뵙는 그분의 지난 발자취는 그리움이 물씬 담겨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의 일생이 이토록 여러 사람에게 배움이요, 그리움이 될 수 있다니.....인간의 삶이란 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오늘 나의 기도는 길어질 듯 하다. 좋은 말씀으로 아름다움이 마음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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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배우는 게 아니다 - 작품으로 읽는 연암 박지원 산문.시편 작품으로 읽는 연암 박지원
주영숙 엮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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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은 참으로 특이했다.

 

 

경기대 외래교수이자 한국화 화가이면서 전통 공예가인 그녀는 소설,시조,평론으로도 수상 이력이 화려한 문인이었던 것이다. 하늘이 이토록 한 사람에게 많은 것을 허락해도 좋은가. 부러울 따름이다.

 

 

그런 그녀의 눈에 왜 하필이면 “연암 박지원”이 꽂힌 것일까. 이전 작품 중에도 [작품으로 읽는 연암 박지원 소설편]이라는 책이 있는 걸 보면 어제 오늘 가졌던 관심이 아닌 듯 했다.

 

 

학창시절 배웠던 연암의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해학적인 소설들만 떠올려졌는데 어려운 한문문학으로 쓰여진 연암의 문학은 그녀는 소설은 배제시키고 산문편과 시편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에 수록된 연암의 작품들은 내게는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연암 박지원.

 

 

엄격하고 꼬장꼬장한 얼굴 뒤로 한번씩 웃어주는 미소가 부드럽게 느껴질 빼빼마른 할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되던 것과 달리 스스로를 소개하는 글 속 모습은 여러 날 세수도 않고 망건도 쓰지 않은 게으른 양반이며 몸이 비대하고 여름 더위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런 그의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아 웃음이 나면서도 참으로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협곡에 있는 거처명을 호로 삼았다는 연암은 다리 다친 새끼 까치에게 밥알을 던져주며 이야기를 걸기도 했고 [제망매가]가 떠올려질만큼 누이와의 이별을 슬퍼하며 시를 짓기도 했다. 남긴 작품과 달리 그의 삶은 꼿꼿한 양반의 그것이라고만 생각해왔던 내게 [눈물은 배우는 게 아니다]속의 연암은 양반이 아닌 인간으로 다가왔고 그의 에세이를 읽는 것처럼 편안하고 가까운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게 만들기도 했다.

 

 

조선시대 양반의 하루가 충과 벼슬에만 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일상에도 걸쳐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들도 사람이었음을, 사극 드라마를 통해 본 삶이 다가 아니었음을 이제사 알게 된 것이다. 어리석게도.

 

 

사육신의 죽음 이전에는 그들의 평범한 삶이 있었을 것이고, 연산군의 광폭이전에는 웃음짓는 일상이 있었을 것인데 우리는 후대의 평가잣대 그대로만 그들을 평가하고 그 순간의 그들 모습만 알 뿐임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일상 속 연암의 모습은 누가 “연암”이라는 언질을 미리 주지 않고 미스터리 원고로 툭 던져 주었다면 결코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것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머리 빗고 세수하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진다고 고백하질 않나 친구가 죽은 뒤로는 경조사를 모두 외면해버리기도 했다. 감정적이지만 인간적인 그의 모습 뒤로 물론 학식 가득한 양반의 모습도 덧대여져 있긴 했다. 자신의 일화 뿐만 아니라 황희 정승의 고사나 중국의 고사도 여러 편이 소개되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 발췌본 뒤로는 반드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이 덧대어져 있으며 왜 소개되었는지도 알게끔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글쓰기에는 “빛깔과 소리”가 공존한다.

 

 

국어시간에 배웠던 연암의 모습 외엔 아는 바도 관심도 없었던 내게 연암의 새로운 글들은 좋은 자극제가 되어 주었다. 분명 어려운 구석도 있었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읽어야 될 페이지에는 따로 표식을 해 두기도 했는데 글 읽기란 이렇듯 단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기에 남겨둔 숙제처럼 즐거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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