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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배신 - 화이트칼라의 꿈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 ㅣ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시크릿]에 열광했던 독자들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체험기를 읽으며 다시 그 긍정의 힘을 의심할지도 모른다. 긍정적 사고가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고 있는지 그녀가 [긍정의 배신]이라는 책으로 화답해주었기 때문이다.
3년에 걸쳐 직접 체험했던 노동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미국에서만 15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는 바버라의 [노동의 배신]에서는 웨이트리스, 청소부, 파트 타이머등의 직종인들이 최저 임금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며 소리높인 질책질을 해냈다. 먹고 살기 힘든 그들의 고단한 하루하루를 대변해내면서.
물론 그녀는 잠시만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평생을 그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그들과는 다르다. 그래도 누군가가 세상에 알려 변화의 물고를 트는 것. 사회가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일을 바버라가 하고 있는 것이다. 워킹푸어를 체험한 그녀의 다른 도전은 “취업”이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는 지금 위기 속에 처해있다. 경제도 정치도 전반적인 대다수 국민들의 삶도 빚더미에 올라있고 가계빚은 날로 높아져만 가고 취업률은 낮아지는데다가 실업률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청년취업의 위험뿐만 아니라 한참을 달려나가야할 30~40대의 재취업도 닫혀 있는 상황이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스카웃 제의를 받아왔었는데 쉽게 이직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일자리는 쉬이 나지 않았다. 그런 내게 [희망의 배신]은 또 다른 무거움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느껴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태이구나 하는 절실한 깨달음을 주는 책. 때론 긍정의 힘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런 책이 현실감을 전달해주기도 하기에 당근과 채찍은 인생에 있어 동반자 같은 역할을 하나 보다 싶어진다. 이제는-.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희망의 배신]에서 다루고 있는 타깃은 노동계급이 아니다. 충분히 교육받았고 어렵지 않게 학업을 마친 이들인 화이트 칼라층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스스로의 신분위장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준비했는데, 처녀적 성인 바버라 알렉산더로 개명하고 사회보장 카드 및 각종 개인 이력을 다시 준비했으며 사회경험이 미약했던 스스로의 이력서는 약간 거짓을 보태 꾸미기 시작했다. 행복한 가정주부로서 사회생활을 병행하고 싶다는 사연에서 출발하였으나 도중에 이혼의 위기에 봉착하여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어야만할 절박한 사정이 더해졌고 3명의 커리어코치를 거쳐 이력서의 수정요령, 대화법 등을 익혀나갔다. 그들이 원하는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자, 취업박람회도 둘러보았으나 잔디 관리, 청소부, 가사 도우미, 고기 포장 등 생존용 일자리를 제외하니 회사형 인간이 취직할 자리는 도무지 눈에 띄이지 않았다.
바버라는 구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유료 코칭을 받았고,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호감가는 인재상이 되기 위해 애썼고 많은 책을 읽어냈고 여러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하지만 화이트칼라층이 중시하던 “존엄성”을 지킬 자리는 좀처럼 나타나주지 않았다.
국가가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할 때는 기업이나 조직화된 개인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충성의 끝은 “토사구팽”이 되고마는 계층이 바로 화이트칼라 계층이었다. 단기간이긴 하지만 글을 쓰고 자료를 모으고 직접 그 입장이 되어 보기 위해 발로 뛰었던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우리의 일상이 정말 이러함을 책 한 권이 대변해주는구나 싶어서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