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 물음표 위에 서다 - 빛나는 삼십 대를 위한 현실적인 멘토링
권은아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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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이나 한 회사를 꾸준히 다닌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예전 남자들이야 한 회사를 다니면서 뿌리를 내리고 중역이 되어가다보면 저 정도 시간이 흘러 버렸을지 몰라도 요즘 같은 세월에는 사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한 회사를 꾸준히 다닌다는 일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광고쟁이로 17년을 살아오면서 그녀는 유학도 다녀오고 가방 끈도 길게 늘여놓았으며 커리어는 높이 쌓여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이쯤되면 좀 잘난 척해도 되지 않나? 그러나 저자는 마흔 한 살을 기점으로 해서 멘토링을 시작하며 그 어떤 자세보다도 겸손한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으며 서른 넷을 타킷으로 잡아 이야기한다. 여전히 고달프고 힘겹고 아무것도 손에 쥔 것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그 나이를.....!

 

스무 해를 부산에서 보내고 그 다음해 부터는 서울에서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애써온 시간들에 대한 회상, 유난히 사이가 좋았던 아버지와의 추억, 언제나 예스맨이었던 일터,가족 친구 동료 들에 대한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고만고만하게 실려 있지만 그녀 역시 평범한 우리와 같았다. 단 한번의 충동으로 삶을 마감할뻔 한 적도 있었으니, 자살에 대한 충동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구나 싶어졌다. 그녀나 우리나 그 순간을 잘 모면했기에 지금 이 순간 서로 살아 숨고 있는 것이리라.

 

그 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가슴아픈 배신은 가까운 사람으로 부터의 배신이라고 했는데, 아버지의 장례식에 가까운 친구들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함이 그녀의 마음을 후벼파고 있었다.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나 역시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하는데 그 때의 서운함은 생일을 잠시 잊어버렸다거나 약속을 잊어버렸다거나 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다. 가장 필요한 순간의 배신이랄까. 그 기분 잘 안다. 그 페이지를 읽으면서 "역시 사람은 같은 상황에선 같은 마음일 수 밖에 없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이에 따라 사람에게 주어지는 고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극복해야하는 방법도 모두 제각각이다. 다만 그 순간순간이 비슷해서 공감이가고 나보다 먼저 겪은 일들에 대해 내겐 대비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인생멘토들의 충고는 약이 되고 처방이 되는 것이 아닐까.

 

서른을 지나고 서른 넷을 지났다. 아직 마흔 하나가 오진 않았지만 그 시간도 곧 내게 다가오리라.....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까. 마흔이 멋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전처럼 마흔이라는 나이가 그리 끔찍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데, 멋질 수만 있다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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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들 6 - 인구 경찰이 된 아이들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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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셋째 아이들은 태어나고 인구경찰들은 그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낳은 아이를 버리는 부모도, 그 아이를 지키다가 죽임을 당하는 부모도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의 힘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에 우리가 지켜봐야할 세 아이가 있다.

 

마티아스,퍼시, 알리아가 학교에서 잠을 자다가 인구 경찰의 습격을 당했을 때 수중에 그들을 보호할 물건은 단 하나도 쥐어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트럭에 태워져 가면서도 탈출에 대한 열망을 놓치 않았고 마티아스는 결국 그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세 남매를 태우고 가던 트럭이 나무와 충돌하고 쓰러진 나무가 트럭을 덮치면서 많은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하지만 세 아이는 이를 계기로 탈출할 수 있었고 그들은 멀리 떨어진 오두막까지 이동했다. 트럭이 충돌할 때 알리아가 머리를 다쳤기 때문에 두 아이는 어서 빨리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나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구하는 것이 시급했다. 그 급한 마음이 그만,

 

퍼시를 총에 맞게 만들었다. 오두막은 셋째 아이들을 위한 위조 신분증을 만드는 곳이었고 그곳 열 일곱명이 몽땅 인구 경찰들에게 사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던 퍼시는 총을 맞았고 더 멀리 갈 수 없게 된 마티아스는 오두막 내부에서 비밀의 공간을 찾아내 아이들을 숨겨두고 도움을 요청하러 헨드릭스 교장선생님 집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의사인 탤벗부인과 함께 다시 오두막으로 향했으나 아이들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인구 경찰,

 

탤벗부인의 안전을 위해 예기치 않게 돕게 된 인구 경찰관 티디는 사령관의 양아들이었고 그의 죽음 이후 마티아스가 그 자리를 물려 받아 인구 경찰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게 되었다. 겉모습으론. 그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니나,트레이,리,그리고 정확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니들리 경관까지. 이미 동료는 여럿이었다.

 

벌써 6권째다. 처음시작되었을 땐 장편화 될 수 있을까 의심했고 계속 출판되어 나올땐 각 권마다 그 재미가 여전할까 가 궁금했는데 마거릿 해딕스의 필력에 나는 이미 맛들려 버린 듯 하다. 7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이며 대체 언제 인구 경찰들이 사라지게 될까. 셋째 아이들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들이 어서어서 다가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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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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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달과 게]를 보며 그 특유의 분위기가 이 작가의 전반적인 작가적 분위기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는 그의 소설을 읽은 바가 없었고 침울한 듯 하면서도 밝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으로 향하지도 않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이미지를 그려내면서 과연 원작이 영화가 되면 지루한 영화가 될까? 의외의 흥미성을 부여하게 될까 궁금했더랬지요.

 

그의 후속작 [물의 관]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답니다. 단 한 권을 읽은 것 만으로 작가의 세상을 다 봤다고 할 수는 없기에 미치오 슈스케의 다음 작품을 읽으며 같은 점은 무엇인지 또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파악해 내고 싶었답니다. 오랜 시간 재미난 책들을 읽어오며 생긴 버릇이라면 버릇이랄까. 분석이나 평가도 아닌 것이 내게 남긴 그 느낌들을 남기면서 읽는 버릇이 생겨버렸다고나 할까요.

 

[물의 관]은 참으로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핑크 하트가 뽕뽕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폭의 그림처럼 채색된 겉표지부터 시작해서 한 장, 한 장 넘겨질 때마다 인간의 잔혹성이나 욕망보다는 극복하고자하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하려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지요. 청소년 성장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너는 혼자가 아니야"가 아닐까요. [비너스에게]에서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하던 소년이 특이한 친구들을 만나고 오히려 그들을 돕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갔던 것처럼요.

 

[물의 관]도 마찬가지였답니다. 평범함이 답답한 소년과 결손가정에, 집단 괴롭힘이 싫어 삶이 외로운 소녀는 서로의 처지가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함께 하게 되지요. 초등학교때 묻었던 타임캡슐을 다시 몰래 캐내 그 내용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 것.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면서 평범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까지 얻게 된 이쓰오는 "2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바꿔치기하는데 동참합니다.

 

사실 어른인 채로 보자면 종이 쪽지 하나는 중요하지 않지만 결심을 바꾸고 자신의 생각을 바꾸겠다는 신념을 다지는데 그 필요성이 있겠지요. 청소년들에게 계기는 언제나 중요한 성장점인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면 청소년들은 고민이 참 많습니다. 교우관계, 학업성적, 가정사, 꿈과 사람, 사랑에 이르기까지 그 짧은 시기에 중요한 것들이 모조리 결정되는 것 같아 떠밀리듯 살아가는 것이 숨막힐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여러 성장 소설에서 주인공들이 그 고난을 극복해내고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가는 것처럼 이쓰오와 아쓰코도 함께여서 안심이 되더라구요.

 

소설을 읽으며 가끔 감정이 이입되기도 하는데 [물의 관]은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이웃집 아이들의 비밀을 살짝 엿본듯한 느낌이 들어 친근감이 들고 응원하게 되더라구요. 작가의 다음 작품도 크게 선을 벗어나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더 기대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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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의 여인들 - 역사를 바꿔버린
엘리자베스 케리 마혼 지음, 김혜연 옮김 / 청조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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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여인들이라고 하면 어떤 책이든 중복된 인물이 많아 지루했는데 [스캔들의 여인들]은 많은 인물들을 다루면서도 새로 알게 된 인물들이 더 많아 눈에 불을 켜고 읽게 만든다. 역사를 바꿔버린 여인들이지만 그 분류는 다루기 힘든 아내들 / 재기 넘치는 유혹녀들 / 싸우는 여왕들 / 요염한 예술가들/ 멋진 모험가들 / 서부의 거친 여성들 / 분투하는 숙녀들 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잔 다르크나 클레오파트라, 앤불린, 마타하리, 이사도라 던컨, 프라다 칼로, 등은 알고 있는 여인들이나 에밀리 뒤 샤틀레, 제인 딕비, 레이디 캐롤라인 램, 부디카,로라 몬테스, 거트루드 벨,사라 위네뮤카, 캐리 네이션 등등은 처음 듣는 이름들이었다.

 

가장 아름다웠지만, 재능을 충분히 타고 태어났지만 오히려 그 미모와 재능이 독이 되어 생을 일찍 마감해야했던 비운의 여성도 있었고, 오래오래 살았지만 삶이 비참했던 여인도 있었다. 또한 재력을 지녔으나 행복하지 못했던 여인도 있었고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으나 그 자유로움이 날개가 되어 타인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며 살았던 여인도 있었다. 각각의 삶의 패턴은 달랐지만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야할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여인들이기에 나는 몇날며칠을 나누어 읽으면서도 그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메모를 나누어 기재할 수 있었다. 과거가 중요한 이유는 타인의 삶이라할지라도 보고 배우고 실패한 방법은 걸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권력, 돈, 앞에서 여인들은 무력했다. 마구 주무르는 듯 했으나 언제나 권력자의 옆좌석이거나 섭정의 자리가 주어졌을 때 가능했고 그나마도 오래가지 못한 일이 허다했다. 볼테르의 정부로 알려진 에밀리 뒤 샤틀레 역시 물리, 화학, 수학, 실험, 문학에 지대한 업적을 남겼으나 여인이기에 묻혀졌고 그와 비슷하게 바이런의 연인이었던 레이디 캐롤라인 램은 날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나 사랑에 집착하면서 많은 것들을 잃어야 했다. 앤불린처럼 노력해서 모든 것을 이루었지만 천일동안이라는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헨리를 유혹하는 쪽을 택했을까 싶기도 했고 자신의 결말을 알면서도 잔다르크는 프랑스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을까 싶어지기도 했다.

 

반면 두 명의 왕과 결혼했고 그 아들들 역시 둘 다 왕위에 올려 놓은 행복한 여인 엘레오노르, 남자들조차 글쟁이로 살아가는 것이 어려웠던 시절 여인의 이름으로 베스트셀러를 쓰며 여성들의 권리 옹호를 위해 힘쏟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하늘을 나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에밀리아 에어하트까지... 행복한 일생을 살다간 여인들도 있었다.

 

매 순간이 격동의 시기였지만 각자의 매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며 성공의 길을 가고자했던 욕망이 강했던 여인들은 그저 평범하게 살다 이름없이 묻힌 필부의 삶보다 더 낫다 못하다라고 평할 수는 없다. 다만 한번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 자신의 뜻대로 살아보고자 요동쳤던 그들의 노력만큼은 이해하고 칭찬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과 바꿔 태어났다면 그들처럼 삶을 선택할 용기가 내게 있었을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오래오래 고민해야할 것 같은 화두 한문장을 얻는다. 나라면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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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보낸 일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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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나라는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는 학생 하노. 다가온 크리스마스 방학을 앞두고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또래보다 사색적이고 철학적이며 학구적이기까지 한 하노는 사람들보다는 책들과 가깝고 대화보다는 읽고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정립하는데 익숙한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친구들뿐만 아니라 가족들과도 당연히 코드가 맞지 않았다. 단 하나의 벗 마테오와 그의 여자친구 로사가 있긴 했지만 마음을 완전히 터놓을 수 있는 친구도 아니었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고전에 탐닉해 있는 하노. 이 나이때에 이런 아이가 정말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그 어린날 데미안을 만났을 때 보다 더 깊은 시름에 빠졌고 이해하기 위해 반복해서 읽기를 거듭했다. 그래도 역시 하노를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일반적이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하노의 지적 탐구 수준은 어른인 나의 것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하노에게 한 학년 동안 일어난 일은 결코 달콤하지 않았다. 정숙한 디아나를 멀리하면서 유혹적인 마르타와 가까이 지내고 있던 하노에게 "나에게 와줘"라고 애원한 디아나의 편지는 묵살되었고 학교에선 낙제 했으며 디아나의 죽음을 접하고 나서는 쓰러져 병마와 싸우게 되었다. 이 우울한 결말이 청소년의 방황과 성장에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 너무나 사색적이고 어렵고 그 나이때에 방황하고 고민할 주제로는 무거운 것이었기에 철학적인 면에서는 뛰어난 작품일지 모르지만 청소년들이나 평범한 일반인들에게 이 책은 쉽게 선택하기엔 어려운 책이 아닐까.

 

그래서 읽고나서 선물줄 대상도 고심고심하고 있다. 과연 누구에게 선물해야 이 책을 소화하고 뿌듯하게 소장할 것인지.....언뜻 떠오르는 인물이 정말 없다. 보통 쉽게 선물 줄 대상들을 떠올리곤 했는데 이 책은 정말 없다. 그만큼 어려웠다. 몇번을 읽어도.

스페인권 독자들의 지적 수준이 정말 이정도로 높단 말인가. 나는 이제껏 우물안 개구리고 살아왔음을 통감하면서 개구리가 할 수 있는 자책과 후회로 이 밤을 지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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