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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해즈 폴른
릭 로먼 워 감독, 제라드 버틀러 외 출연 / 아라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Angel Has Fallen, 2019
감독 - 릭 로만 워
출연 - 제라드 버틀러, 모건 프리먼, 닉 놀테, 대니 휴스톤
과거의 일에서 얻은 이상 증세로 상담을 받는 마이크 배닝은, 대통령이 된 모건 프리먼에게서 경호국장 자리를 제의받는다. 기밀이 새고 있다는 그의 말에 배닝은 제안을 수락하는데, 갑작스러운 드론의 공격을 받는다. 대통령은 혼수상태에 빠지고, 마이크는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감옥으로 호송되던 중, 의문의 단체가 호송차를 습격하고 마이크는 어디론가 옮겨진다. 거기서 그는 진정한 배후가 누구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정부의 지명수배를 뚫고, 그는 자신을 지원해줄 누군가를 찾아가는데…….
‘백악관 최후의 날 Olympus Has Fallen, 2013’과 ‘런던 해즈 폴른 London Has Fallen, 2016’을 잇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처음 두 편에서 대통령을 맡았던 배우가 하차하고, 부통령이던 모건 프리먼이 승진했다. 미국은 대통령을 두 번까지만 할 수 있으니까, 바꾼 모양이다. 쓸데없이 세심하다. 그 세심함을 다른 곳에다도 좀 써주지.
‘셜록 홈즈’나 ‘포와로’ 이야기를 읽어보면, 영국은 걸핏하면 중요 서류를 잃어버리곤 한다. 두 탐정을 너무 믿은 건지, 아니면 안보 의식이 흐릿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 의식의 흐름으로 이 영화를 보면, 미국 대통령의 안전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맡겨져 있는 것 같다. 세 번이나 같은 사람이 대통령을 구하는 게 우연의 일치일까? 아마 마이크 배닝과 대통령으로 이름점을 쳐보면 꽤 높은 궁합 지수가 나올 것 같다. 맞게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해봤더니 88이 나왔다. 역시, 마이크 배닝은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왜 이런 쓸데없는 얘기까지 하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그야 뭐, 할 말이 없으니까 그런 거지 다른 이유가 있을까?
추리 소설이나 형사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누군가 살해당했을 때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이 첫 번째 용의자라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세부 계획은 정교하고 세밀하게 짜여 있는데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허술하다면, 그것 자체가 함정이었던 예도 꽤 많이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해놨는데 제일 중요한 지점에서 멍청하게 행동했다? 이건 의심해봐야 한다. 그런데 작품에서 그런 부분에 의문을 품은 사람이 없다는 게 더 이상했다. 물론 그런 의문이 들지 않게 여러 사건이 동시에 벌어져서 정신이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다른 걸 돌아볼 여지가 없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또 너무 귀가 얇은 사람들이라서, 주인공이 뭐라 뭐라 하면 금방 믿어준다. 그제야 분노를 이성이 밀어낸 건지, 착한 건지, 그도 아니면 주인공의 진심 어린 눈빛과 말빨에 넘어간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영화는 비슷한 설정을 가진 작품 고유의 클리셰를 차근차근 잘 따라간다. 친구인 줄 알았던 사람의 배신, 누명, 애정 없던 가족의 화해, 끝까지 믿어주는 단 한 사람, 팔랑귀를 가진 여론, 그리고 언제나 주인공과 정의는 승리하는 법이고 말이다.
아, 왜 제목이 ‘Angel Has Fallen’인지는 영화 초중반에 나온다. 그가 체포당할 때, 뉴스에서 ‘대통령의 수호천사(Guardian Angel)가 추락했다.’라는 말을 한다. 하긴 두 번이나 대통령을 구했으니 수호천사라고 불릴 만하겠지.
그나저나 이 영화 중반 이후 등장하지 않는, 계속 삽질만 하던 FBI는 어디로 갔을까? 이 정도면 기관의 존재 의의가 궁금할 지경이다. ‘멀더’와 ‘스컬리’ 이후 FBI가 영 말이 아니다. 안타깝다.
‘닉 놀테’가 산타 할아버지 복장을 하면 어떨지 궁금해진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