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헐리웃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를 꼽자면, 나는 조지 클루니를 언급하고 싶다. '섹시한 진보주의자'라는 수사도 있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담담하게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낼 줄 알고, 스크린 밖에서도 의미있는 발언들, 행동들을 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클루니를 비롯하여, 헐리웃 셀레브리티들이 또 일을 냈다. 아이티 사태를 위해 비욘세가 미니 콘서트를 열었고, 팀 로빈스, 리즈 위더스푼, 스티비 원더 등등 많은 연예인들이 직접 성금 모금 전화원으로 봉사했다.
어떤 이는 아직 베풀어야 할 구조의 차원에서 미리 발을 뺄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먹고사니즘, 생활의 보수화에 따른 국제적 연대의 미흡은 매번 아쉽다. 예전에 일요일일요일밤에 <단비>란 프로를 보다가, 가슴 아픈 댓글을 봤다. 어떤 유저는 "우리 먹고 살기도 바쁜데, 왜 엄한 외국 아프리카에 가서 우물을 파줘"란 댓글을 남기더라. 솔직히 씁쓸했다. 우리나라 언론만큼 국제면이 부족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필요할 때만, 국제라는 말을 당겨 쓴다.
강심장이라는 프로가 케이블에서 재방송 분으로 나왔다.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이제 연예인들이 텔레비전에서 자신들의 고생담을 말하는 것을 중단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힙합하는 친구들은 그 놈의 '라면 먹고 헝그리 정신으로 버텼다' 등등의 가사는 그만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건 개인의 고생을 참고 버텨라고 하는 그런 냉정한 차원의 주장이 아니다. 대중들은 이미 그런 고생담쯤은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제 차라리 그런 자리가 마련되면, 좀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른 고생들'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미덕을 발휘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제 시상식이나,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자기 작품 홍보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차라리 그런 자리에서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영화계의 현실, 방송계의 현실들, 대중이 함께 지켜봐줬으면 하는 작품들에 대해 언급해보는 것은 어떨까. 몇 년 전, 메릴 스트립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상을 받았을 때, 그녀는 정말 인상적인 수상 멘트를 남겼다. 그는 자신의 영화도 소중하지만, '판의 미로'나 알모도바르의 '귀향'같은 좋은 작품이 있는데, 그런 작품들이 널리 상영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런 영화들이 좀 더 널리 대중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 놈의 고생담 좀 그만해라. 자신들의 먹고사니즘만 강변할 뿐이다. 차라리 당신들이 그토록 갈망하고 요구하던 그 '명성 효과'로 지금 연대가 필요한 땅에 씨를 뿌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