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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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전만 해도 마스크에 너무 적응 잘하는 나를 만나면 사람들이 어쩌면 그리 적응 잘 하냐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들 또한 너무 적응 잘 해갑니다. 가끔 투덜댈때는 물론 있지만요. 그렇게 만난 우리는 웃지만 가끔은 이보다 더한 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도 하는데요. 그런 우리기에 김초엽님의 "지구 끝의 온실"은 더 쉽게 다가오고, 그리고 더 걱정스런 마음으로 보게 됩니다.


예전 사람들이 이런 맛의 딸기를 먹었던거야?? 생태연구센타의 아영이 만들어 온 딸기를 시식하는 대목에서 왠지 슬퍼집니다. 이런 일이 진짜 일어난다면 그 때 우리는 (물론 나는 없겠지만) 도대체 뭘 먹고 사는걸까라는 걱정이 되니 말이죠. 이런 그녀에게 해월이란 곳에서 덩굴 식물 모스바나의 기이한 번식이 시작되고 있다는 연락이 오는데요. 그렇게 그녀가 우리를 과거 이희수란 인물과의 인연속으로, 그리고 그의 이야기인듯 싶은 더스트시대라 불린 그 때, 프림 빌리지에서 벌어진 일로 데려가게 됩니다. 돔 밖과 안으로 나뉘어진 사람들, 일은 안에서 저질렀지만 안전도 그들만의 것이 되는데요. 바깥을 맴돌던 이들이 더스트를 해결한것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아마 그럴 것이다"라는 희망으로, 그래서 "우리"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희망까지도 가지게 합니다.


3~40년후에 일어날지 모르는 일들, 인간을 똑닮은 기계화와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이 만들어낼지도 모르는 큰 실수가 가져올 위험이라는 가상현실안에서도 인간들의 특별함이 빛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서로 배신만 할 줄 알았던 인간들이였지만 프림 빌리지를 떠나며 했던 약속들을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지키려 노력했다는 것이나 특별한 하나도 나눌 줄 알았다는 걸 보면요.


"연구소들은 이제 돔 바깥의 더스트를 제거하는 대신, 돔 시티를 유지하는 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수는 정말로 종말이 코앞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직 자신들의 비참한 삶을 연장하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인공과 자연이 함께하는 레이첼의 온실이 빛났던 건 그 안에는 마음이 늘 함께 했기때문이구나 싶은데요. 미래에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았음 싶은 그것, 미안함을 담고 서로를 걱정하는 그  온기가 느껴져서  따뜻하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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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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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이름모를 여인"만큼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있을까 싶은데요. 그 여인이 가까스로 구조됐는데 기억이 없다니... 그런데 조회해보니 그녀의 지문은 그녀가 1년전에 비행기 사고로 죽은 피아니스트라는 겁니다. 이렇게 우리도 록산처럼 그 여인의 사연속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그 여인은 경찰서를 탈출하고 그렇게 잊혀질 사건이 될뻔하는데요. 어떻게 어떻게 BNRF(국립 도주자 수색대)에서 BANC(특이 사건국)으로 강제 전출한 록산 형사의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름만 그럴듯하지 조만간 사라질 부서로의 전출이 못마땅했던 록산은 이 사건이 자신을 다시 복직시켜줄거란 촉으로 사건을 파고들게 됩니다. 죽은 애인을 그리워하며 글쓰기 위해 정신병원에 들어가곤 한다는 어딘가가 벌써 이상한 작가 라파엘을 만나 죽은걸로 알려졌던 밀레나가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 말을 들은 라파엘은 허둥대기 시작합니다.


강이 있는 곳이면 있을법한 괴담이 당연히 파리에도 있구나 싶은데요. 19세기부터 내려오는 유명한 전설, 혹은 괴담이 있다고 합니다. 물에서 발견된 여인이 너무 아름다워 마스크 본을 뜬 이가 있었는데 ... 그 데스 마스크가 파리 유명 인사들의 집에 하나씩은 ... 하는 이야기들이요. (우리는 그녀가 강 근처로 오는 이들의 발목을 잡고 안 놓더라 하기를 기대하겠지만요) 그 전설에 디오니소스라는 술의 신으로만 알았던 이를 숭배라는 이름으로 매혹당한 이들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겹쳐지며 파리라는 도시의 매력을 더하게 하는데요.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했으나 제아무리 많이 이긴다고 해도 전쟁에서 궁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중에서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기대해서인지, 생의 진짜 자유를 목숨내건 쾌락에서 찾는 이를 평범한 이가 쫓고 찾을 수 있을까란 의혹때문인지 생각과 다른 결말은 나를 당황하게 하는데요. 허전과 허무함을 더 살린 기욤 뮈소의 이야기가 신의 눈으로 본다면 인생사 이 모든 게 연극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씁쓸함을 진하게 남겨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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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장마르크 로셰트 지음, 조민영 옮김 / 리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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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양을 지키는 할아버지와 늑대의 만남을 상상해보면 생각나는 게 있지않을까 합니다. 끊임없이 양을 쫓아다니고 괴롭히는 늑대와 양을 지키기위해 목숨까지 거는 인간과의 사투... 휘날리는 눈보라는 기본이고 말이죠. 그런 장면을 비슷하게 보게는 됩니다. 하지만 둘의 입장은 누구를 통해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고, 그런데도 그들 모두를 이해하게 됩니다.


"양치기가 어디 늑대랑 가까워질 수 있나."-20

라고 자신있게 말하지만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죠. 양 떼를 습격하던 굉장한 늑대(누군가는 여왕이라 부를만큼의) 를 죽인 가스파르는 엄마를 찾는 어린 늑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누가 엄마를 그렇게 만든 건지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치고 있는지도 모르는 아기 늑대는 순한 눈을 하고 그를 바라보는데요. 늑대라면 치를 떠는 그이기에 당연 총을 잡지만 아직은, 아직은 너무 어리기에 때를 기다리자 하게 됩니다.


겨울의 에크랑 국립공원 어딘가에 늘 있을 거 같은 한 떼의 양과 개 막스, 그리고 양치기의 모습을 거친 느낌의 그림으로 봐서 그럴까요? 인간이 자연곁에서 살아간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가스파르가 그 곳을 택한 건 인간과 자연스레 어울린다는 게 더 괴로워 택한 것일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구요. 누군가의 말도 안 듣고, 국립공원의 규칙 따위는 나 몰라라 하는 그, 혼자서라도 천 년 만 년 잘 살 거 같은 그가 엄마보다 더 영리한 늑대로 자라난 그 늑대를 따라가는 며칠 밤 동안 우리는 외로움이란 게 뭔지를 보게 됩니다.


목숨을 걸고 쫓고 쫓기는 관계에서 말하지 않아도 다 보이고 들리는 관계로의 전환은 안도감을 느끼게도 합니다. 서로가 가진 무게를 인간이고 늑대라는 선택하지 못할 선택지로 만났지만 앞으로는 멀리서라도 상대가 있음을 느끼며 덜 외로워하지 않을까 싶어져서요. 자연 앞에서는 뛰어나 보이는 인간이나 동물인 늑대나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같기도 하고, 누구에게서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같기도 하고,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은 서로의 마음속이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더 상상하게 되는데요. 길들여지지 않을 것 같은 노인과 늑대는 치열한 서로에게서 자신을 볼 수 있었고 그렇기에 이렇게 된걸까, 고독의 힘듦과 그걸 이겨내는 자의 뒷모습에서 "예기치 않은 생"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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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검사생활
뚝검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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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가 되자마자 갚았다... 그 이유는 자신을 고소한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기존에 받았던 집행유예까지 실효되어 수형생활을 해야하기때문이다... 이런 뉴스를 스쳐지나가며 볼 때도 가슴이 쓰라린데 직접 겪거나 재판과정에서 가까이에서 본 이들은 속이 터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인지상정인줄로만 알았는데, 더군다나 믿는 이였기에 자신 가족의 전재산을 맡겼는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이리 저리 도망다니기만 했으니 말입니다.


이런 사연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음모를 파헤치는 영화 같은 이야기는 아니라고 저자 뚝검 정거장님이 말하고 있는데요. 그는 사건을 담담히 써가고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영화보다 더 스릴있고 속터져 감정을 쏟아내게 하는 이야기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의 결말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우리는 이게 사실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이야, 저건 영화니까..라며 속에서 솟구치는 울분을 지우기가 그래도 쉬운데요. 상황을 본 것처럼은 알 수도 없는데다 속마음이란 건 더더욱이나 알 수 없는 인간들의 죄에 경중을 매겨야 하는 게 매일의 일과가 되면 옳고 그름의 기준이란 게 당연히 흔들리겠다 싶기도 하구요.


검사로서 보낸 시간들과 그 시간들이 겹쳐 흘러나온 공허를 이겨내고자 그간의 궤도에서 벗어나 지나간 시간들을 잡아보려는 일련의 기록들이라고 말하는데요. 뚝심있는 검사가 되자고 '뚝검'이라 방문 옆에 명패를 호기롭게 달았으련만 그의 말대로 경력을 쌓아가는 시간동안 마음의 무게가 상당했으리란 걸 알 수 있을 만한 사건들을 여기서도 계속 보게 됩니다. 자신이 한 행동은 생각지 못하고 상대의 이별통보에 자신의 상처만 돌아보고 울분을 터뜨리는 이, 사람을 다치게 했지만 불법 이민자라 병원에 신고할 수 없었던 이들, 그런 짓을 했을리가 없을 거 같은데도 결국은 사건을 벌인 이였다는 풀꽃 할아버지 사연도,글을 몰라 운전면허증을 딸 수 없다 생각해 계속 무먼허 운전을 했다는 것도, 안쓰러워 지갑을 털어 보태줬지만 결국 다시 검찰실에서 만나게 된 사연도...


형사소송법 제246조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

사건은 누가 어떤 순간에, 그동안에 어떤 일들이 있었고..뿐만이 아니고 누가 맡느냐에 따라 구형 자체가 달라지고, 그렇게 판결까지 달라지기에 무조건 엄한 눈으로 검사들도 볼 수 밖에 없다 싶었는데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검사들의 고충과 걱정을 약간이지만 들여다보니 그들 역시 법 앞에서 우리와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누구 하나 억울함이 없으면 좋겠다고 오늘도 간절히 바란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억울함은 없기를, 상황이란 걸 못 살펴 더 무겁게 벌을 받지는 않기를 말이죠. 일이 생겼을 때 나의 어려움을 법의 객관적 입장,어쩌면 기계적으로만 들어주는 것만 아니라 '이 일의 원인과 결과가 맞는걸까를 다시 생각해보는' 검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이렇게나 고마운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제는 5년이 지났으니 '척하면 착'하는 베테랑 검사님이 되었을텐데도 여전히 고민을 하는 뚝검님께 그동안의 한걸음 한걸음 뚝심으로  잘 지나 온  슬기로운 검사생활에 감사인사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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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윌리엄 브리튼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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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읽은 남자"는 추리물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렇게 다르구나 싶은 이들이 모여있습니다. 추리물을 좋아하는지라 가끔은 이런 비슷한 일을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긴 하는데요. 아쉽지만 사건을 못 만나 알 수가 없었다 싶었는데 사실 못 만난게 아니라 스쳐갔음에도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집니다. 여기 나온 눈매 날카로운 이들을 보니 말이죠.


별 생각없이 집어든 존 딕슨 카의 "철조망 새장의 문제"를 집어든 순간 인생의 방향과 목적이 결정되었다는 에드거 골트의 구멍 난 완전범죄, 어딜가든 앨러리 퀸 전집을 들고 다니다 드디어 양로원에서 사건을 만나 해결까지 하게 된 아서 민디의 "엘러리 퀸을 읽은 남자", 에드거 앨런 포의 "아몬티야도의 술통"을 읽었더리면 발 집어넣기가 꺼려졌을 곳에 스스로 들어간 뻔뻔한 남자의 불러온 불운 "읽지 않은 남자", 괜히 분노하면 결국 일을 그르친다는 걸 보여주는 "랙스 스타우트를 읽은 여자", 에르퀼 푸아로를 만난 후 총명한 머리에 예리한 분석력까지 갖게 된 자크의 "애거사 크리스티를 읽은 소년", 스파이가 관련 된 암호문 역시 다르게 풀어낼 수 있는다는 걸 증명한 "아서 코난 도일을 읽은 남자", 그는 브라운 신부인가 아닌가 헷갈리게 할만큼 침착하게 사건을 풀어낸 "체스터턴을 읽은 남자", 책을 좋아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응용도 한다는 걸 보여준 "대실 해밋을 읽은 남자", 매그레를 너무 사랑해 소년 시절의 이야기까지 궁금해하던 남자의 빛나는 눈썰미가 들어있는 "조르주 심농을 읽은 남자",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부럽다는 생각만 들게 하는 "존 크리시를 읽은 소녀", 숫자 다섯개를 찾아야 하는 게임에서 추리 모임 멤버들 코를 조용히 눌러버린 건 엉뚱한 이라는 "아이작 아시모프를 읽은 남자들", 그리고 알면 알수록 매력넘치는 스트랭씨 이야기가 들어있는데요.


짧은 단편들이지만 재치가 느껴져서인지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역시나 추리소설을 제대로 읽는 이들에게는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도 볼 수 있구요. 물론 제대로 안 읽고 사건을 벌인 에드거 골트의 이야기도 있지만 그가 제대로 읽었더라면 범인은 마지막 순간에 꼭 잡힌다는 걸 알 수 있었을텐데, 그걸 몰랐네 싶어집니다. 아주 사소한 거 하나로도 잡히는 게 당연한건데 사건 배치도만 신경쓰느라 밀실의 제일 중요힌 부분을 놓쳤으니 말이죠. 좋아하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의 추리를 보는 것도, 그들이 사랑하는 추리소설 이야기를 잠깐이지만 듣는 것도 즐거운데요.


극적인 사건없이도 일상생활속에서 만날 거 같은 사람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그려간 저자 윌리엄 브리튼의 실제 이야기까지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주는데요. 학교에서 아이들만 바라봐서 사건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 거같은 스트랭 선생님의 사건 해결 솜씨만 봐도, 세상에 탐정은 넘치니 범죄를 꿈꾸는 이들은 조심하라는 의미깊은 경고가 될듯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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