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장마르크 로셰트 지음, 조민영 옮김 / 리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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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양을 지키는 할아버지와 늑대의 만남을 상상해보면 생각나는 게 있지않을까 합니다. 끊임없이 양을 쫓아다니고 괴롭히는 늑대와 양을 지키기위해 목숨까지 거는 인간과의 사투... 휘날리는 눈보라는 기본이고 말이죠. 그런 장면을 비슷하게 보게는 됩니다. 하지만 둘의 입장은 누구를 통해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고, 그런데도 그들 모두를 이해하게 됩니다.


"양치기가 어디 늑대랑 가까워질 수 있나."-20

라고 자신있게 말하지만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죠. 양 떼를 습격하던 굉장한 늑대(누군가는 여왕이라 부를만큼의) 를 죽인 가스파르는 엄마를 찾는 어린 늑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누가 엄마를 그렇게 만든 건지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치고 있는지도 모르는 아기 늑대는 순한 눈을 하고 그를 바라보는데요. 늑대라면 치를 떠는 그이기에 당연 총을 잡지만 아직은, 아직은 너무 어리기에 때를 기다리자 하게 됩니다.


겨울의 에크랑 국립공원 어딘가에 늘 있을 거 같은 한 떼의 양과 개 막스, 그리고 양치기의 모습을 거친 느낌의 그림으로 봐서 그럴까요? 인간이 자연곁에서 살아간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가스파르가 그 곳을 택한 건 인간과 자연스레 어울린다는 게 더 괴로워 택한 것일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구요. 누군가의 말도 안 듣고, 국립공원의 규칙 따위는 나 몰라라 하는 그, 혼자서라도 천 년 만 년 잘 살 거 같은 그가 엄마보다 더 영리한 늑대로 자라난 그 늑대를 따라가는 며칠 밤 동안 우리는 외로움이란 게 뭔지를 보게 됩니다.


목숨을 걸고 쫓고 쫓기는 관계에서 말하지 않아도 다 보이고 들리는 관계로의 전환은 안도감을 느끼게도 합니다. 서로가 가진 무게를 인간이고 늑대라는 선택하지 못할 선택지로 만났지만 앞으로는 멀리서라도 상대가 있음을 느끼며 덜 외로워하지 않을까 싶어져서요. 자연 앞에서는 뛰어나 보이는 인간이나 동물인 늑대나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같기도 하고, 누구에게서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같기도 하고,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은 서로의 마음속이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더 상상하게 되는데요. 길들여지지 않을 것 같은 노인과 늑대는 치열한 서로에게서 자신을 볼 수 있었고 그렇기에 이렇게 된걸까, 고독의 힘듦과 그걸 이겨내는 자의 뒷모습에서 "예기치 않은 생"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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