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드문 천변옆을 달리는 차들의 불빛이 눈에 들어오는 시간입니다.  

알라딘에 들어온지도 오랜만이고, 글을 쓴지는 더 오래되어서 이제 낯가림조차 생긴 모양입니다. 

다들 안녕하신지요? 

대전에 내려온지 그새 2년이 후딱지나 건우는 어느새 징그러운 느낌도 뭉글뭉글 피어나는 육학년이 되었습니다. 

녀석은 예나 지금이나 착실한 에프엠 아들내미입니다. 

축구에 목숨거는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축구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진작에 깨달아, 엄마와의 갈등을 요령있게 피해가곤 하지요. 

세월은 건우에게나 제게나 공평히 흘러갔을 것인데, 제가 느끼는 시간은 저에게만 두배쯤 흘러거버린 것 같습니다. 

가끔 일산으로, 서울로 출장을 가다보면 경부선 저너머에 우리 가족이 십년가까이 살던 집이 보입니다. 

판교의 새건물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너머에 우리동네는 납작 엎드려 있습니다. 

그 아스라한 거리 너머에 남아있는 기억들을 더듬으며, 그 기억만큼 나이든 내 손등과 얼굴을 비빕니다. 

그러노라면, 추억은 때로 내나이를 일깨우고, 아직은 어린 아이들과 함께 걸어가야할 많은 길이 남아 있음을 일깨워주는 씁쓸한 그 무엇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들어 부쩍 발밑이 위태롭게 느껴지는 날들이 이어지는 것은 내 이웃같았던, 혹은 덜 낯선 전직대통령 두분이 유명을 달리하셨기 때문일런지 모르겠습니다. 

창창했던 젊은날엔 두려운줄 모르고 데모뒷자락을 밟기도 했었습니다. 

먼저 가신 분의 장례엔 학교수업 제끼고 건우를 제아빠와 손잡고 참석도 시켰습니다. 

그런데 또 한분이 마저 가니, 슬픔조차 맥이 풀려 망연합니다. 

세상은 진보하는 걸까요? 

누군가의 거짓말은 아닐까요? 

가슴이 쉬 뜨거워지지 않는 지난 일주일, 나는 더이상 눈물조차 뜨겁게 흘러내리지 않는 내가 가엾습니다. 

거기 누구라도 혹 지금 저같은 이가 있으신가요? 

나만 이렇게 망연한지,  

나만 이렇게 지나간 세월의 끝에서 넋을 놓고 있는지, 

조금도 겸손해보이지 않는 집권여당의 모습에 분노조차 더 이상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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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8-2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나선형으로 회전한다고 했던가요.
느리지만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비록 지금은 캄캄해도, 우리 희망을 버리지 말아요.

배꽃 2009-08-2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랫만에 님 글 보니 반가워요.
그저 맥 놓고 있을뿐..모두 공감할거에요.

건우와 연우 2009-08-25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세월을 견디는 것이 지금 제 몫일까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작아 슬프네요.
그래도 쉬 잠들지 않고, 두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기라도 해야겠지요...
조선인님, 배꽃님 고마워요.

프레이야 2009-08-2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오랜만에 반가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생각한 고인이
참으로 큰 그릇이다싶어요.

건우와 연우 2009-08-3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넴을 바꾸셨구나...
나이를 먹으면 저도 인생을 관조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나날이 불안만 늘어갑니다.
실천하지 않는 양심이 되어버린 탓은 아닌지, 자꾸 뒤를 돌아보게하네요...
 

두녀석 사교육비 지출이 얼마나되나 곰곰 따져보다가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란다.

인터넷뉴스에서나 보던 한녀석당 기천만원은 아니지만 두녀석을 합하니 일년에 돈천은 가볍게 넘어가는것 같다.

미쳤구나 미쳤어...

내 한달 월급이 얼만데 내가 이러고 살았으니 어깨근육이 뭉쳐 날마다 등짝이 찌릿거렸지...

정신차리자 벼르며 줄일 항목을 찾아보니 들어오는 것마다 이걸 안하면 왠지 안될 것 같은 두려움이 발목을 잡는다.

국제중학교 설립뉴스가 인테넷을 도배하고도 이젠 시큰둥해지기까지 한 이시점에서 없는사람이 자식을 낳는일은 이땅에 빈곤층의 숫자를 늘여놓는것 외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떤 놈이냐,

이나라의 빌어먹을 교육정책이 부의 대물림수단이라는 사실을 이리도 통렬히 알려주는 것들이...

 

영어학원에서 삼개월 천만원이 넘는 초등학생어학연수프로그램을 들고와 연신 침을 흘리며 들여다 보는 건우녀석의 뒷통수가 안쓰러워, 수월성교육을 주창해대는 대한민국 특별시 교육감의 인터뷰기사에 대뜸 육두문자가 입속을 맴돈다.

끝나가던 여름에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매미소리가 징그럽고도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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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8-30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사실은...
이제서야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거죠..
싹을 뿌리채 뽑아야 후환이 없다니까요..

건우와 연우 2008-08-3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나요....
진즉 잘못된 것들은 회생을 못하게 했어야 하는데...
다늦게 늙은 우리 부모님 투표한 손가락을 원망하자니 때늦은 일이고요...ㅜ.ㅜ
 

옮겨온 곳은 층층시하다.

부서가 좀더 큰 기관으로 이관되고 보니 윗분도 더 늘어나고 관리감독자도 많아졌다.

그래도 일만 잘 한다면야, 무탈한  나날들이 이어지리라고 방심했다.

과거, 워낙 거하게 찍혔던 전력이 있는지라, 어차피 총대만 메지 않으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는 예서도 여전 할 것이고 나는 정말이지 내 일에 너무나 자신만만했던 거였다.

그러나 세상 일이라는게 어디 그리 간단명료한게 흔하단 말인가, 단순한건 나만이었던거다.

사고는 의외의 곳에서 터졌고, 현재 내 업무가 아니어서 연락조차 받지 못한 사고가 경위조사과정에서 윗분께 업무설명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예사로 듣고 설명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그 사고의 주무 담당 관리자로 내가 보고되어 있었다.

머리검은 짐승은 키우는게 아니라더니, 머리 검은 짐승은 함부로 믿어서도 아니되는 것인지...

뒷통수를 맞은 사실보다 분했던건, 그런이들에게 내가 뒤통수를 쳐도 될만큼 만만히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속내를 아는 이들은 대부분 혀를 차기도 하고 어차피 간단한 경고차원에서 끝나리라고 하지만, 징계의 내용보다는 사람의 면면을 본것이 이 나이에도 생경한 허탈감을 불러온 것은 내가 아직도 유아적 사고 수준에 머물렀다는 반증일 것이다.

정치적인 처신을 좀 하라던 십년전 선배의 충고가 생각나는 가을,

나는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노회해지는 것일까....

가을은 노란 볏잎위에 날것같은 햇살로 다가오고, 나는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앞에 날것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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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0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오랜만이에요. 가을이 완연한데 반가워요^^
정치적 처신, 저도 참 잘 못하고 살지요. 그렇게 살래요, 그냥.
님, 진화하는 가을 되시길요.. ^^

치유 2007-10-05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네요..반가움에 달려와 빙빙맴돌며 서성이다 갑니다.

2007-10-05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5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7-10-0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아보니 제가 님 서재에 글 남긴지가 석달 가까이 되네요 --;;
어찌 지내셨는지요? 환절기에 감기같은 몹쓸 녀석과 동행하고 계시진 않으신지요?
정말 소소한 가족관계에서부터 정신없는 사회생활까지 모두가 내 맘 같다면 걱정이 없겠지요..
그저 흘릴것은 흘리고 챙길것은 챙기고 크게 맘 다치지 않고 베풀 만큼은 베풀수 있는 평온한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07-10-0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저라면 기회를 노렷다가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뒷통수를 가격할 껍니다^^
 

지난 두어주간 원인을 딱히 알 수 없는 우울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밥맛도 없고 미세한 몸살기는 몸에 딱 들러붙어 떠나지도 않고 ,,,

그 와중에 테레비에서는 연일 불붙은 아파트가격을 비교해주고 딱 그 다음날쯤이면 각종 부동산대책을 쏟아내곤 했다.

테레비나 컴퓨터를 켜면 켜면 광포한 부동산들의 외침이 들리는것 같아 방바닥을 굴러다니면서도 테레비도 인터넷도 하지 않다가 문득 이러다가 나만 영영 고립된 섬이 되는것 같아 무서웠다.

몸살기를 일주일이나 장식물처럼 붙이고 있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토요일엔 연우까지 대동하고 병원에 들러 삼일치 약을 받아오니 아이들이 열심히 달라붙어 안마를 해준단다.

 

연우: 엄마, 왜 자꾸 아파요? 우리도 빨리 부자가 돼서 엄마가 회사도 안나가고 집에서 맨날 놀고 편하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 나와 너의 영원한 로망이구나...^^

건우: 로또 당첨 이런거처럼요?

나: 그렇지. 이땅에서 합법적으로 우리가 부자가 되는 방법은 사기치는거 말고는 그것밖에 없는것 같네. 방법이 너무 치졸해서 기운이 좀 빠지긴 하지만...

연우: 그런데 엄마,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읽으면 그것 말고도 좋은 방법을 알 수 있나요?

나: 모르겠다. 읽어보고 엄마한테 요약해서 보고해라.

연우: 네...

 

그리곤 연우의 보고서는 소식이 없다.

이주일이 넘은 우울이 기세가 등등하게 머릿속을 휘젓는 오후, 정부는 조만간 또다시 신도시를 발표한다고 하고 삼개월치 140만원이 찍힌 연우의 유치원 고지서를 받아든 나는 잠시 망연자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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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6-11-1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유를 알수없는 우울이..ㅠ.ㅠ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것은 아닌데..이러다 영원히 중류층도 못되는 하층으로 밀려날까봐 걱정이 앞 선 달까요? 주위에서 일이년전보다 세배씩 집값이 뛰어버리니
정상은 아니다 싶네요.

Mephistopheles 2006-11-1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헨티나의 과거가 생각나는 대한민국입니다...

해리포터7 2006-11-1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부동산 대책이 수도 없이 나왔구만..왜 딱이다 쉽지 않을까요..
어쩜..님이 연우에게 하는 말씀이 제 남푠이 저에게 하는말과 비슷해요..요약해서 보고해라...ㅋㅋㅋ..

씩씩하니 2006-11-1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삼개월에 140만원이면 넘 비싸요,,님....아이들 교육비 정말 장난 아니에요...어쩌지...
부자가 되는 방법을 익혀서 따라가기도 전에 늘 저만치 보이지도 않는곳에 집값이 있으니....그쵸?
참,,무서운 세상에요,,,어쩌면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이...목적과 정반대의 결과를 이루는건지....
님 몸은 좀 좋아지셨어요??

2006-11-13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11-1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 ;04분 속삭여주신님/140만원도 우울하고 부동산도 우울하고 좀 그렇지요...그래도 희망은 애들이예요. 연신 달래주더라구요.^^
수니나라님/ 그러게요.전 요즘은 우린 중산층이 아닌 하층이다 하고 말해요. 분명 정부통계로도 중산층수입은 되는것 같은데, 사는걸 보면 아닌게 확실하거든요.ㅜ.ㅜ
메피님/ 정말 우린 남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걸까요? 정말 무서운 일이예요. 우린 남미보다 자원도 적고 땅도좁은데...
해리포터님/ 정말 정답이 뭘까요?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기는 한걸까요?
나침반님/ 유치원교육비, 정말 무서워요. 저거말고도 부수적으로 들어가는거까지 합하면 월 70만원은 되는것 같아요. 게다가 우리아이들은 모두 일반 유치원인데 영어유치원이나 몬테소리교육좀한다 이러면 유치원비만 월 70만원이 넘지요. 게다가 기타비용까지하면 끔찍하지요. 사립대보다야 싸지만 국립대교육비는 충분히 듭니다....
씩씩하니님/ 유치원비가 몇년사이 천정부지로 뛰더라구요. 제가 건우와 연우를 연속으로 보내다보니 정말 무섭게 변하는 유치원비를 근 7년간 체험하며 살았습니다ㅜ.ㅜ
17:44분 속삭여주신님/ 정말 세상꼴도 그렇고 내사는 꼴도 그래요. 그냥 남 사는거 모른체하고 내뜻맞는 사람끼리 재밌게 살아야지하다가도 자꾸만 구석으로 내몰리는 느낌이 들면 치밀어오르는 울화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그럴께요. 맛난거 먹여주며 좋은책, 영화 보여줘가며 잘 구슬러볼께요...^^
다들 위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06-11-14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11-1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55분 속삭이신님/ 바람처럼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시나요?
정말 겨울이 성큼이네요. 그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니시다가 몸살은 나지 않으셨나요?
예쁜 아들이랑 올한해 내내 여행소식을 알리시더니, 어느새 겨울초입인데 여전히 여행중이신가봐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종종 소식주시구요.^^
 

지난주 금요일오후 4시쯤, 건우가 학교에서 전화를 했다.

마침 전직원이 가을체력단련을 하는 날인데 허리를 다쳐 한의원을 다녀와야해서 행사에 빠졌더니 의외로 오후가 널널해져 연우를 평소보다 일찍 찾으러 가는 길이었다.

녀석의 목소리가 좀 자신없는게 뭔가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왜그러냐고 물으니 병원에 다녀와야겠단다.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축구를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반칙을 하면서 뒤에서 밀어 넘어질때 손을 짚은것이 잘못되어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심하게 다쳤다며 보건선생님이 응급치료를 해주셨는데 빨리 병원에 다녀오랬다는 것이다.

일단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하고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건우의 엄지손가락 윗부분이 검게 피멍이 들고 팔목밑까지 부어올라 있었다.

 

나: 건우야 점심시간에 다쳤다며, 왜 이렇게 늦게 연락을 했어? 담임선생님은 네가 다친거 모르셨니?

건우: 알고 계셨어요. 점심시간에 보건실에 갈때 다른 친구한테 대신 말씀드려 달라고 하기도 했구요, 오늘 체육수업이 있어서 줄넘기를 할때도 아파서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는걸요.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아이치료가 급한지라 인근의 정형외과에 가니3주는 깁스를 해야 한단다.

속모르는 녀석은 당장 오른팔을 못쓰니 숙제며 공부를 미룰수 있다는것과 토요일에 축구를 못한다는것에 대한 손익계산에만 열중해 있었다.

급한 치료를 대충 마치고 집으로 오려니 생각할수록 괘씸한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아이가 다친것을 모른것도 아니요, 한눈에 척 보아도 다친 정도가 심한데 연락한마디 없는것은 아무리 선생님들이 잡무에 치인다해도 심하다 싶었다.

다음날 아침 일부러 건우를 기브스한팔을 눈에 띄게 해 학교에 보내놓고 혹시나 연락이 올까 기다려봐도 종무소식이었다.

 

아무리 아이들끼리 장난을 치다 다쳤어도 학교내사고면 상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해주는 것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기관으로서의 의무가 아닌가.

치료비야 크게 문제될것 아니나 다친아이나 다치게 한 아이도 쌍방부모가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하고, 그과정에서 아이들은 일처리방식이라든가 놀때도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은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것이 아닌가 말이다.

상대편아이는 건우의 깁스를 보고 토요일에 사과를 했다하니 되었다했지만 선생님에 대한 서운한 마음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꽁한 마음을 삭히지 못 하고 급기야 어제는 일기장검사가 있다며 밀린 일기를 쓰겠노라는 건우에게 쓸필요없다고 하였더니 녀석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건우:  다친손으로라도 숙제랑 공부는 밀리지 않게 하라고 하셨잖아요?

나: 엄마가 일기장에 간략하게 메모를 해줄께...

건우: 뭐라고 쓰실건데요?

나: 건우가 지난주 금요일 점심시간에 학교에서 오른손을 심하게 다친것은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글씨를 쓴다든지 운동을하는등의 오른손을 사용하는 일은 많이 불편합니다.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3주 이상 깁스를 해야한다네요. 오른손이라 생활이 많이 불편하여 왠만하면 다음주중에는 상담을 해봐서 깁스를 풀수 있으면 풀어달라고 할 생각이지만 이후로도 당분간 오른손을 쓰는것은 주의해야 할 듯 합니다. 선생님께서 지켜봐주셔서 손사용에 무리가 없을때까지는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여러가지 업무로 바쁘실텐데 번잡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이렇게 썼어.

건우: 엄마 말투가 다른 때랑은 좀 틀리네요.

나:어떻게 다른데?

건우: 좀 짜증이 나신것 같아요.

나: 건우가 눈치가 빠르네. 그래도 이정도는 괜찮을것 같은데, 신경쓰이니?

건우: 괜찮아요. 선생님도 엄마처럼 학교가 직장이고 직장에서의 일처리의 댓가로 월급을 받는거다라고 하셨잖아요.

나: 응? 너 언제 그소리를 들었니?

건우: 저번에 엄마들끼리 얘기할때 엄마가 다른 엄마한테 그랬잖아요. 학부모는 죄인이 아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얼핏 그런 얘기를 했던것 같다. 훌륭한 선생님이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요즘 세상에 그런 요구는 좀 무리라고 본다, 그러나 교사도 노동자니 정당한 권리를 누려야하고 또한 의무도 깔끔하게 해줬으면 한다, 그러니 학부모도 당연히 당당해야 한다,등등의 얘기를 했던것 같다.

하지만 녀석이 어느틈에 그런 얘기를 듣고 있었던것인지, 한편으로 가슴이 뜨악했다. 엄마의 말을 들으며 건우는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나: 건우야, 선생님이 많이 바쁘셨나보다, 그치?

건우: 그래도 엄마, 좀 서운하지요?

나: 아이들이 워낙 많으니까...

건우: 그래도 밀린 일기 안써도 된건 천만 다행이예요....

 

애는 애인지라 이내 밀린 일기에 생각이 돌아갔나보다.

딱히 다시 설명해줄 마음도 들지 않아 책가방이나 잘 챙기라 이르고 아이들을 서둘러 재웠다.

소심한 에이형의 꽁한 마음이 두고두고 쉬 풀릴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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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0-24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심한 에이형이 한번 폭발하면 쓰나미급 태풍이 밀려온다는 걸
왜 사람들은 모를까요...그나저나 건우 많이 불편하겠네요...
-소심한 A형 메피스토-

카페인중독 2006-10-2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심한데...근데 A형은 아닌데...^^
애가 다치면 정말 속상할 거에요...그래도 건우 씩씩해요...^^

해리포터7 2006-10-2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그래도 선생님과 한번 통화해야하지 않겠어요? 전 정말 속상하고 분할거 같네요..세상에 얼마나 아팠을까요.건우...님이 이렇게 쌓이게 두시면 두고두고 그선생님에게 안좋은 인상만 오래 갈거 같아요..그분도 옳은것은 분별할줄 알터인데 말이죠..저 속상해요..정말..요즘 왜이리 맘에 안드는 선생님이 많아지신건지..애들앞에선 선생님흉을 되도록 안보고 싶지만 상식으론 그선생님 이해안되네요..

2006-10-24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6-10-24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속상하네요. 건우야..빨리 낫거라.
선생님 넘 하셨어요.ㅠ.ㅠ

건우와 연우 2006-10-2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35분 속삭이신님/ 그쵸, 학부모는 죄인이 아니지요. 근데 건우가 저말을 들었을줄은 몰랐어요. 뜨끔했습니다. 말조심해야지...^^
16:39분 속삭이신님/ 그동안에도 두어차례 황당한 경험이 있었는데 아이가 다쳐오니 더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도 덥지 않아 다행이긴해요.
메피스토님/ 안그래도 사람들이 저보고 화나면 맹수라고 합니다.^^
이 와중에도 건우는 답답하다고 압박붕대감아놓은걸 헐렁하게 자꾸만 늘이고 있더군요. 하는 모양을 보니 많이 아프진 않은가봐요.^^
카페인중독님/ 딱히 A형이어서라기보단 학부모는 일단은 소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애가 볼모같다는 생각도 들고...학부모들의 지레짐작이기도하고, 간혹은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두껑만 봐도 놀라는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해리포터님/ 수시로 만나는 이웃이나 동료같으면 털어놓고 얘기해야 오해도 풀리고 서로 고칠건 고치기도 할텐데 워낙 드문드문 만나는 사이다보니 선뜻 말이 안나오네요.
아이들앞에서 흉보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표정관리가 안될때가 종종 있더라구요.
ㅜ.ㅜ.
20:00 속삭이신님/ 그럴때 참 민망하더라구요. 간단히 목례만해도 되는데, 무슨 생각을 하신 걸까요? 많이 가르치는것 보단 일상생활에서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가르쳐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은 선생님들이 그렇게 하고 계시겠지만 가끔 황당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수니나라님/ 왼팔이면 좀 나았을텐데 오른팔이라 이래저래 지장이 좀 있네요...
그래도 오늘은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식판들고 가는거 다른아이에게 도와주라고 했다고 흐믓해하더군요. 확실히 애는 애지요?

씩씩하니 2006-10-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너무 화나셨겠어요,,,진짜,,,말두 안되는 일이에요...
어쩌면 아이가 다쳤는대...꼼꼼히 들여다보지도 않구 만일 들여다봐서 알았음,,당연히 학부모에게 알려야하는게 맞는거구,,
참,,그리고요,,
님....치료비 학교에 청구하세요..
어느 학교나 학교안전공제회에 가입이 되어있구 학교 생활 중에 발생한 모든 치료는 공상처리가 가능한걸루 알고 있어요,,
선생님께..아이 치료비를 안전공제회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구 하세요..........
우린..정말 아이를 볼모루 한 것도,,,,아니구...
그렇지만 혹시 선생님이 불쾌해하시면,,또 연우가,,좀 그럴려나요?
그럼 또 의견 개진을 못하는거겠지요...그쵸?? 저도 소심한 엄마네요,,
그래도 너무 억울하고 열받아요~
연우는 3주동안 얼마나 고생하구,,,,,,,암튼 연우,,빨리 완치 되길 빌께요~~

반딧불,, 2006-10-25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얼렁 완치되어야하는데요.
건우가 수난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10-2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안그래도 그래볼까했는데, 선생님이 좀 그러실것 같았어요. 당당해야한다고, 지레짐작하면 안된다고 다짐하면서도 결국 닥치면 소심해지네요. ㅜ.ㅜ
반디님/ 그러게말이예요. 운동을 좋아해서인지 자주 다쳐오네요. 녀석도 답답한지 엄지손가락쪽 붕대를 슬금슬금 늘여놓아 오늘 아침에도 다시 풀러 꽁꽁 싸매줬지요.
오른팔쪽이 살이 빠졌노라며 신나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