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어주간 원인을 딱히 알 수 없는 우울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밥맛도 없고 미세한 몸살기는 몸에 딱 들러붙어 떠나지도 않고 ,,,
그 와중에 테레비에서는 연일 불붙은 아파트가격을 비교해주고 딱 그 다음날쯤이면 각종 부동산대책을 쏟아내곤 했다.
테레비나 컴퓨터를 켜면 켜면 광포한 부동산들의 외침이 들리는것 같아 방바닥을 굴러다니면서도 테레비도 인터넷도 하지 않다가 문득 이러다가 나만 영영 고립된 섬이 되는것 같아 무서웠다.
몸살기를 일주일이나 장식물처럼 붙이고 있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토요일엔 연우까지 대동하고 병원에 들러 삼일치 약을 받아오니 아이들이 열심히 달라붙어 안마를 해준단다.
연우: 엄마, 왜 자꾸 아파요? 우리도 빨리 부자가 돼서 엄마가 회사도 안나가고 집에서 맨날 놀고 편하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 나와 너의 영원한 로망이구나...^^
건우: 로또 당첨 이런거처럼요?
나: 그렇지. 이땅에서 합법적으로 우리가 부자가 되는 방법은 사기치는거 말고는 그것밖에 없는것 같네. 방법이 너무 치졸해서 기운이 좀 빠지긴 하지만...
연우: 그런데 엄마,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읽으면 그것 말고도 좋은 방법을 알 수 있나요?
나: 모르겠다. 읽어보고 엄마한테 요약해서 보고해라.
연우: 네...
그리곤 연우의 보고서는 소식이 없다.
이주일이 넘은 우울이 기세가 등등하게 머릿속을 휘젓는 오후, 정부는 조만간 또다시 신도시를 발표한다고 하고 삼개월치 140만원이 찍힌 연우의 유치원 고지서를 받아든 나는 잠시 망연자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