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어주간 원인을 딱히 알 수 없는 우울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밥맛도 없고 미세한 몸살기는 몸에 딱 들러붙어 떠나지도 않고 ,,,

그 와중에 테레비에서는 연일 불붙은 아파트가격을 비교해주고 딱 그 다음날쯤이면 각종 부동산대책을 쏟아내곤 했다.

테레비나 컴퓨터를 켜면 켜면 광포한 부동산들의 외침이 들리는것 같아 방바닥을 굴러다니면서도 테레비도 인터넷도 하지 않다가 문득 이러다가 나만 영영 고립된 섬이 되는것 같아 무서웠다.

몸살기를 일주일이나 장식물처럼 붙이고 있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토요일엔 연우까지 대동하고 병원에 들러 삼일치 약을 받아오니 아이들이 열심히 달라붙어 안마를 해준단다.

 

연우: 엄마, 왜 자꾸 아파요? 우리도 빨리 부자가 돼서 엄마가 회사도 안나가고 집에서 맨날 놀고 편하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 나와 너의 영원한 로망이구나...^^

건우: 로또 당첨 이런거처럼요?

나: 그렇지. 이땅에서 합법적으로 우리가 부자가 되는 방법은 사기치는거 말고는 그것밖에 없는것 같네. 방법이 너무 치졸해서 기운이 좀 빠지긴 하지만...

연우: 그런데 엄마,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읽으면 그것 말고도 좋은 방법을 알 수 있나요?

나: 모르겠다. 읽어보고 엄마한테 요약해서 보고해라.

연우: 네...

 

그리곤 연우의 보고서는 소식이 없다.

이주일이 넘은 우울이 기세가 등등하게 머릿속을 휘젓는 오후, 정부는 조만간 또다시 신도시를 발표한다고 하고 삼개월치 140만원이 찍힌 연우의 유치원 고지서를 받아든 나는 잠시 망연자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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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6-11-1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유를 알수없는 우울이..ㅠ.ㅠ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것은 아닌데..이러다 영원히 중류층도 못되는 하층으로 밀려날까봐 걱정이 앞 선 달까요? 주위에서 일이년전보다 세배씩 집값이 뛰어버리니
정상은 아니다 싶네요.

Mephistopheles 2006-11-1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헨티나의 과거가 생각나는 대한민국입니다...

해리포터7 2006-11-1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부동산 대책이 수도 없이 나왔구만..왜 딱이다 쉽지 않을까요..
어쩜..님이 연우에게 하는 말씀이 제 남푠이 저에게 하는말과 비슷해요..요약해서 보고해라...ㅋㅋㅋ..

씩씩하니 2006-11-1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삼개월에 140만원이면 넘 비싸요,,님....아이들 교육비 정말 장난 아니에요...어쩌지...
부자가 되는 방법을 익혀서 따라가기도 전에 늘 저만치 보이지도 않는곳에 집값이 있으니....그쵸?
참,,무서운 세상에요,,,어쩌면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이...목적과 정반대의 결과를 이루는건지....
님 몸은 좀 좋아지셨어요??

2006-11-13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11-1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 ;04분 속삭여주신님/140만원도 우울하고 부동산도 우울하고 좀 그렇지요...그래도 희망은 애들이예요. 연신 달래주더라구요.^^
수니나라님/ 그러게요.전 요즘은 우린 중산층이 아닌 하층이다 하고 말해요. 분명 정부통계로도 중산층수입은 되는것 같은데, 사는걸 보면 아닌게 확실하거든요.ㅜ.ㅜ
메피님/ 정말 우린 남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걸까요? 정말 무서운 일이예요. 우린 남미보다 자원도 적고 땅도좁은데...
해리포터님/ 정말 정답이 뭘까요?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기는 한걸까요?
나침반님/ 유치원교육비, 정말 무서워요. 저거말고도 부수적으로 들어가는거까지 합하면 월 70만원은 되는것 같아요. 게다가 우리아이들은 모두 일반 유치원인데 영어유치원이나 몬테소리교육좀한다 이러면 유치원비만 월 70만원이 넘지요. 게다가 기타비용까지하면 끔찍하지요. 사립대보다야 싸지만 국립대교육비는 충분히 듭니다....
씩씩하니님/ 유치원비가 몇년사이 천정부지로 뛰더라구요. 제가 건우와 연우를 연속으로 보내다보니 정말 무섭게 변하는 유치원비를 근 7년간 체험하며 살았습니다ㅜ.ㅜ
17:44분 속삭여주신님/ 정말 세상꼴도 그렇고 내사는 꼴도 그래요. 그냥 남 사는거 모른체하고 내뜻맞는 사람끼리 재밌게 살아야지하다가도 자꾸만 구석으로 내몰리는 느낌이 들면 치밀어오르는 울화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그럴께요. 맛난거 먹여주며 좋은책, 영화 보여줘가며 잘 구슬러볼께요...^^
다들 위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06-11-14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11-1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55분 속삭이신님/ 바람처럼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시나요?
정말 겨울이 성큼이네요. 그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니시다가 몸살은 나지 않으셨나요?
예쁜 아들이랑 올한해 내내 여행소식을 알리시더니, 어느새 겨울초입인데 여전히 여행중이신가봐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종종 소식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