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책 속 늑대를 조심해! 국민서관 그림동화 56
로렌 차일드 지음, 고정아 옮김 / 국민서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라면 모르는 아이나 엄마가 없기에 '로렌 차일드'는 동화계에서 절대적 사랑을 받는 작가라 해도 이의 제기는 없을 듯하다. ^^ 바로 로렌 차일드의 '쉿 책 속 늑대를 조심해'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패러디 동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내가 또 패러디 동화라면 꺼벅 죽지만, 아이들도 상상으로 이야기 꾸미기를 좋아하기에 이 책에 쏙 빠지는데 특히 여자 아이들이 좋아한다.

음, 이 책은 그림이 좀 산만한 것 같아 별 하나 감정이다. 아마도 그림을 그려 테두리선을 남기고 잘라내어 배경에 붙이는 방식이라 그런 것 같다. 사실 테두리선을 남기고 잘라야 그림이 확~ 돋보이기에, 유치원 게시판 꾸밀때 신물나게 했던 추억의 작업이다. ^^ 이런 방식이 패러디 속에 등장하는 늑대와 못된 요정과 착한 요정을 살려내며, 허브의 꿈 속을 리얼하게 보여주긴 한다. 그럼 된 건가? ㅎㅎㅎ

허브에게 동화를 읽어주던 엄마가 전화를 받으러 가느라 깜박 잊고, 동화책을 허브의 방에 두고 나갔다. 동화 속 늑대가 나올까 봐 허브는 늑대가 나오는 책은 절대 방에 두지 못하는데 큰일이다. 아뿔싸~~ 걱정하던 일이 터졌으니 그날 밤, 허브의 꿈 속에 고약한 늑대 두마리가 나타났다. 침을 줄줄 흘리며 허브를 잡아먹으려는 늑대에게 허브는 어떻게 했을까?

"안돼~~~~~ 꼬맹이는 후식으로 맨 나중에 먹는거야!"

호호호~ 깜찍한 허브, '늑대에게 잡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역시 동화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똑똑해' 마구 감동이 밀려오는 장면이다. "그럼, 무얼 먼저 먹어야되는지 여러분은 아시나요?" 자, 허브의 상상력과 지혜가 발휘되는데, 먼저 무얼 먹어야 한다고 멍청한 늑대에게 대답했는지 책으로 확인하세요.^^

빨간 모자와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 개구리왕자 이야기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아이라면, 훨씬 재미있게 패러디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고약한 요정이 나타나 꼬맹이를 제일 먼저 먹는거라고 말해버리는데, 위기에 처한 허브를 구해줄 방법은 없을까? 숨죽이며 긴장한 어린 독자들에게 신데렐라 속 착한요정이 짠~ 등장한다. 일명 자뻑요정이라 할 수 있는...... 호호, 이 착한 요정이 늑대에게 멋진 드레스를 입혀 무도회에 보내버리는 장면에 아이들은 박장대소 한다. 우하하하~~ "내가 패션 감각이 좀 있단다, 하지만 늑대에겐 하나도 안 어울려" 자뻑요정 제대로 한 수 보여주신다.^^

그래 늑대 한마리는 궁전 무도회에 보내버렸고, 남아 있는 늑대는 더 고약한데 진짜 허브를 잡아먹으려는 찰나! 착한요정은 요술지팡이를 휘둘러 '애벌레'로 만들어 버리고 '퐁' 사라졌다. 허브는 이제 잠자기 전에 방에 있던 동화책을 모조리 가져다 쌓아놓고, 가장 무거운 침대를 그 위에 올려놓고 잔다. 동화책 주인공들이 나오지 못하게..... 첫장에 나오던 빨간모자의 늑대가 마지막 장에선 무엇이 되어 빨간모자를 겁 주려는지 확인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저마다 패러디 동화 하나 꾸며내는 상상력을 십분 발휘하게 된다. ^^ 이 녀석들 중에 훗날, 로렌 차일드 같은 작가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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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등 1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2-02 04:53 
    처음으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설레임과 더불어 걱정이 많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자칫 기쁨을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근심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테니까, 아이가 심리적인 불안을 갖지 않도록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용히 지며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옆에서 자칭 선배 엄마들이 이런 저런 말로 부추켜도, 삼임선생님에 대한 엄마의 믿
  2. 편식쟁이 아이를 고쳐주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10-12 13:24 
    어린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엄마라면 '로렌 차일드'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으리라. 물론 콜라쥬 기법의 그림이 좀 산만스럽고  캐릭터도 썩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로렌 차일드만의 매력까지 거부할 순 없다. 이 책도 그런 맥락에서 그림동화를 좋아하는 엄마들에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책이다. 게다가 편식쟁이 우리 아이를 고칠 수 있는 책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편식 문제로 한두 번 혹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던 경험은 다
 
 
마노아 2008-02-0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러디 동화의 진수라니, 제대로 궁금합니다. 그 전에 여기 등장하는 동화책 미리 섭렵시켜야겠습니다. 당근 조카에게요^^ㅎㅎㅎ

순오기 2008-02-02 14:05   좋아요 0 | URL
글이나 글이 산만하게 펼쳐지긴 하지만,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호호호~ 웃음이 절로 나온답니다. 더 이상 공개하면 스포일러 될까봐~~~~ ^^

마노아 2008-02-02 13:58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페이지가 짧더라구요. 교보 가면 스사삭 일단 눈도장부터 찍어야겠어요. 근데 '포스'란 '스포' 얘기한 거죵? ^^ㅎㅎㅎ

순오기 2008-02-02 14:45   좋아요 0 | URL
ㅎㅎㅎ맞아요. 고쳤어요~~ 역시 난 어쩔 수 없는 아줌마야! OTL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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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선님의 글맛과 이억배님의 그림이 어우러진 아주 아주 신나는 우리 이야기책이다. 그냥 그림만 봐도 입이 벙그러진다. 넉넉한 할머니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고, 옹기종기 모인 동물도 신명난 표정이다. 또한 이 책의 노랫가락은 어깨를 절로 들썩거리게 한다. 아이들도 반복되는 가락이 재미있는지 서로 따라하며 즐거워한다.

만두 만두 설날 만두 / 아주 아주 맛난 만두 / 숲 속 동물 모두 모두 / 배불리 먹고도 남아 / 한 소쿠리씩 싸 주고도 남아  / 일 년 내내 사시사철 / 냉장고에 꽉꽉 담아 / 배고플 때 손님 올 때 / 심심할 때 눈비 올 때 / 한 개 한 개 꺼내 먹는 / 손 큰 할머니 설날 만두 /

이 책을 보면서 '만두소, 만두피'라는 것도 알고, 만두 재료로 들어가는 '김치, 두부, 고기, 숙주나물'도 줄줄 읊어대게 된다. 또 '소쿠리'와 '함지박'이 어떻게 다른지 구분할 수 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날수를 헤아리는 것도 배우게 된다. 등장하는 숲 속 동물들의 이름도 줄줄이 꿰차며 자기 생김대로 만두를 만들었다는 것에 어린 독자들은 환호하며 부러워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압권은 할머니의 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만두소와 밀가루 반죽이다. 세상에 지붕으로 덮었던 함지박을 가져와, 삽을 들고 함지박 안으로 들어가 만두소를 버무린다니~~~ 게다가 밀가루 반죽은 방 문턱을 넘어 툇마루를 지나 마당을 지나 울타리 밖으로 한없이 밀려간다니 정말로 놀랄만한 큰 손이다. 아이들은 밀가루 반죽이 더러워서 어떻게 만두를 만드냐고 걱정이다! ㅎㅎ

  

신나는 옛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현대의 최신 장비 하나! 바로 망원경을 들고 나무 위에 올라가 지휘 감독하시는 우리의 손 큰 할머니,  아이들은 마치 비밀을 찾아낸 듯 즐거워했다. 이억배 화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

 

이레 동안 만두를 만드느라 지쳐버린 동물들, 할머니는 남은 반죽을 보자기처럼 펼쳐서 남은 만두소를 모조리 쏟아 부어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를 만든다. 어이쿠~~~ 이렇게 큰 만두를 어떻게 붙일까? 양쪽에서 만두피를 잡고 "야아~ 야아!" 함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달리는 동물들, 얼마나 신이 날까? 싸리비만한 돗바늘을 가지고 만두 입이 터지지 않도록 꽁꽁 꿰매는 장면도 재미있다. 엄청나게 큰 가마솥을 끌어 와 이 큰 만두를 삶아 다같이 나눠먹는 모습은 함께 나누는 기쁨을 절로 느끼게 된다.

중요한 건 만두를 먹고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아이들은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지, 왜 만두를 먹고 한 살 더 먹는냐고 따져 묻는다. 뭐라고 답해야 할까? ㅎㅎ 우리 어려서는 설날에 만두를 넣은 떡국을 먹었는데... 요즘엔 그렇게 하는 가정이 많지 않아서, 설날에 떡국만 먹는 것으로 아는 아이들이 많다. ㅠㅠ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손이 크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니, 이번 설날엔 나눠먹는 경험을 즐기지 않을까 싶다.

넉넉한 할머니처럼 우리네 손도 커서 이웃과 나눠먹는 풍경을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 이번 설에는 큰집에 가서 만두를 만들자고 해야겠다. 식구들이 좋아하는데도 혼자 하기엔 엄두가 안 나서 번거롭다는 핑계로 안 만들게 된다. ^^ 자~ 이번 설에는 아이들과 같이 우리도 만두를 빚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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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8-01-2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손큰 할머니 이시네요. 인정도 그 만큼 더 많겠죠?
저도 직접 만든 만두 먹고싶어요.

순오기 2008-01-20 11:58   좋아요 0 | URL
우리가 손 큰 할머니의 정신은 본 받아야겠죠? ㅎㅎ
저도 만두는 안 만들게 돼요~ 큰 동서한테 졸라서 만들어서 싸 올까봐요!^^

웽스북스 2008-01-2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상에서 만두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
고급 만두, 빚은 만두, 고향 만두까지 다 좋아요 ㅋㅋㅋ

순오기 2008-01-21 02:14   좋아요 0 | URL
님도 만두 팬이시군요. 우리 식구들도요~~ 문제는 내가 안 만들어준다는 것! ^^

마노아 2008-01-21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보니까 만두 먹고 싶어졌어요^ㅆ^

순오기 2008-01-21 02:14   좋아요 0 | URL
아~~~ 우리 실시간 댓글놀이 하는군요. 방가방가~~
난, 초저녁부터 자다가 일어났어요.^^ 광주에서 만나면 만두도 같이 먹어야겠당!

비로그인 2008-01-21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이 책이 생각났는데 마침 이 이야기네요.
저는 겨울방학마다 김장김치로 만두를 만들어요.
아이들은 만두만드는것 아주 좋아해서 애들시켜 함께 많이 만들지요.
집에서 만드는게 가장 맛있는듯 해요.

순오기 2008-01-21 14: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이들은 만두만들기 좋아하는데, 엄마가 귀찮아서리~쩝!
부지런한 승연님 집으로 만두 먹으러 가야겠다~~ㅎㅎㅎ
진짜 집에서 만드는 음식이 제일 맛있는데......^^

bookJourney 2008-01-2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설에는 저도 만두를 빚어보아야겠네요.
먼저 이 책을 보여주고 만두를 빚으면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겠지요?! ^^

순오기 2008-01-21 14:4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정말 좋아하더군요. 점토로 만두 만드는 놀이도 좋겠죠?
올 설에는 꼭 만들어서 사진으로 보여주세요! ^^

프레이야 2008-01-2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엄마가 만든 왕만두가 먹고파요. 이북식으로 명절때마다 빚었어요.
엄마가 재료 다 만들어주면 저랑 동생이 척척 빚었죠. 저, 꽤 예쁘게 빚었다우.
냉동실에 꽁꽁 얼려두고 만두국도 해먹고 군만두도 해먹었죠. ㅎㅎ
이 그림책 저도 무지하게 좋아해요. 넉넉해지잖아요.^^

순오기 2008-01-22 14:16   좋아요 0 | URL
이북식 만두가 왕만두? 흠, 맛있겠당~~~~ 왕만두 먹고 싶어요.
넉넉한 할머니와 넉넉한 만두~~~~~^^

실비 2008-01-2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잼있어보여요^^ 5,6살아이들이 보면 좋을까요?

순오기 2008-01-23 13:03   좋아요 0 | URL
실비님, 몸은 회복된거에요?
5~6살 아이들 이 책 읽고 찰흙이나 밀가루 반죽으로 쪼물락거리게 하면 최고죠! ^^

비로그인 2008-07-1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순오기 2008-07-18 06: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검색해 볼게요.^^
 
싸개싸개 오줌싸개 국시꼬랭이 동네 3
김정한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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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남자 어른들에겐 '불알친구'라 부르는 동무가 있다. 어려서 냇물에서 멱감고 과수원에 서리다니며 동고동락한 친구를 부르는 말일게다. 아마 그런 친구들의 추억속에나 있을 법한 '오줌싸개 키 쓰고 소금받으러 가기'는 이제 책으로나 접하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가 된 듯하다. 물론 요즘 아이들도 성장과정에 오줌싸서 지도 한 번쯤 안 그려본 아이가 있을까마는, 키 쓰고 소금 받으러 간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을거란 말이다. 니들이 오줌싸개의 비애를 알아~~ ^^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아침이면 키를 쓰고 소금 받으러 오는 녀석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고추를 버젓이 내놓고 오지는 않았다. 책에서처럼 바가지로 가리기도 했지만, 아이의 창피를 덜어주기 위해 바지를 입혀서 보냈다. 바지는 입었어도 키를 씌우는 것으로 오줌싸개라는 상징은 살아났으니까... 쭈뼛쭈뼛 말도 못하고 바가지를 내밀던 녀석들이 지금은 지천명이 가까우니,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이런 얘기들이 오가면 "난, 절대 아니야~ " 손사래를 치면서도 박장대소 한다. 이런 추억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어 어쩌다 만나면, 밤을 새우며 어린시절 이야기꽃을 피운다.

자~ 나의 추억여행보다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성냥으로 불장난을 하는 영섭이, 몸빼바지에 뽀글뽀글 파마머리 엄마가 부지깽이 들고 쫓아오는 꿈을 꾸더니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ㅎㅎ아무리 고추를 꽉 움켜잡아도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꿈값 제대로 치르게 생겼다. 요즘 애들은 이해못 할 상황이지만, 우리 땐 잠 자다 일어나 집 밖으로 한참 돌아가야 나오는 변소에 가서 볼 일 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방 윗목이나 방 밖에 요강을 들여놓기도 했지만... 잠자리 꿈속에서  그게 맘대로 조절되는 일이 아니다.

이 책 그림은 너무나 실감나서 마치 내 어린시절 고향마을을 재현한 듯하다. 어쩜 요리도 리얼한지...ㅋㅋ 영섭이나 엄마의 표정도 장난 아니지만, 헌 키와 새 키가 광 속에서 주고 받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새키에 밀려 쓸모가 없어진 헌 키는 꼼짝없이 엄마 손에 이끌려 오줌싸개 머리에 씌워진다. 키를 쓰고 나서자 따라오면서까지 놀려대는 악동들~~

"싸개싸개 오줌싸개, 영섭이 고추 물총 고추, 영섭이 고추 샘물 고추, 영섭이 고추 풋고추, 영섭이 고추 빨간 고추."

요즘에 이런 풍경이 연출된다면 아동학대로 처벌 받으려나~~~ㅎㅎ 하지만, 이런 풍경도 모두 가족같은 마음으로 그려내고 받아주던 정다운 시절이 있었다. 현지 엄마는 바가지에 소금을 담아주고 부지깽이로 키를 두들켜 패면서 내쫒았고, 기다리던 악동들은 또 다시 놀려대며 따라온다.

"헌 키는 까닥까닥, 고추는 달랑달랑, 걸음은 빼뚤빼뚤, 간다간다 잘도 간다. 오줌싸개 잘도 간다.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반복되는 노랫말에 아이들은 이 장면을 소리내어 읽으며 즐긴다. 같이 부끄럼을 당한 헌 키는 어느새 영섭이와 친구가 되어 마음을 나누고 위로를 주고 받는다. 집으로 돌아온 영섭이 눈물 콧물 범벅되어 다시는 오줌싸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다짐한다. 그림이 너무나 실감나고 익살스러워 오줌싸개라는 부끄러움보다 유쾌한 놀이마당을 거쳐온 느낌이다. 내가 오줌싸개 아니니까 동네 녀석들과 신나게 놀려댄 추억여행 한마당처럼.....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독자들도 제가 오줌 싼 건 잊어버리고 오줌싸개를 놀리는 그런 마음 아닐까? ^^

어린 독자들이 궁금해 할, '키'가 무엇이고 왜 소금을 얻어오게 했는지 뒷장에 설명해 놓았고, 오줌싸개 아이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은지 조곤조곤 설명해 놓아 젊은 엄마를 위한 가이드북으로도 좋겠다.

*사진은 '아씨방 일곱동무' 읽고 바느질한 걸 너무 좋아해 한 번 더 바느질한 부직포 오줌싸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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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1-06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릴때만해도 이런 장면 흔히 볼수있었는데요. ㅎㅎ(물론 저는 절대 아니예요 ㅎㅎ) 이 키를 쓰고 가게 하는 애들도 남자애들만 그랬던 것 같은데....
그건 또 왜그랬는지 모르겠네요. 여자애들이 키쓰고 소금얻으러 다니는 장면은 안떠오르니...^^

순오기 2008-01-06 22:34   좋아요 0 | URL
물론 저도 아니지요 ^^
여자애들은 밖으로 내돌리면 안된다고 그랬을까요? ㅎㅎ

마노아 2008-01-0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 부분이 부직포인가요? 그러니까 색칠공부도 하고 바느질도 한 거지요?
왜 소금 얻어오라 했는지 궁금해요. 저도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순오기 2008-01-06 22:37   좋아요 0 | URL
예, 마노아님 맞습니다.
음~ 동네방네 소문나서 창피함에 오줌을 안 싸게 하려는 뜻과, 소금이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민속적 의미와 오줌으로 빠져나간 염분을 보충해 준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군요. ^^

bookJourney 2008-01-07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 쓰고 소금 받아오기 ...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얘기네요.
제가 어렸을 때는 키까지는 아니고, 바가지 쓰고 소금 얻으러 다니는 애는 가끔 있었어요. ^^

순오기 2008-01-07 08:45   좋아요 0 | URL
ㅋㅋ 이런 것에서도 서서히 세대차가 드러나는군요! ^^

bookJourney 2008-01-07 17:32   좋아요 0 | URL
저 어릴 때에도 엄마가 키질하시는 것은 가끔 봤는데요, 왜 키 쓰고 소금 얻으러 다니는 아이들은 없었는지 모르겠네요 ^^
 
야광귀신 국시꼬랭이 동네 5
한병호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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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세상에서 나온 국시꼬랭이 자투리문화 찾기는 정말 좋은 책이다. 어느새 잊혀진 우리 풍습에서 조상들의 해학과 기지를 한껏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의 점잖은 성품이 이런 지혜를 만들어냈구나 싶어 참 감동을 받는다. 나는 시골에서 살았기에 대부분 체험했거나 기억하는 풍습이지만 요즘 젊은 엄마들은 거의 모를 것이다. 그러니 어찌 자녀들에게 알려 줄 수 있으랴! 하지만, 이런 책이 있어 잊혀져가는 우리 풍습과 조상들의 지혜를 재발견할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설날 아침, 구름에 올라타고 은실이네 마을을 구경하던 도깨비 키다리와 큰눈이는 신발 속에 복이 들어있다며, 아이들의 신발을 훔치러 옵니다. 문제는 집 앞에 구멍이 엄청 많은 체가 걸려 있어, 그 쳇구멍을 다 세어야 된다는 것. ^^ 호박에 구멍을 뚫어 세기 연습까지 하지만, 키다리는 하나 둘 셋도 몰라 엉터리로 세고 왕눈이는 눈만 컷지 밤눈이 어두워 잘 못 본다는 약점이 있답니다.

모든 게 귀하던 시절, 신발 한 켤레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아이들의 밤마실을 금하려던 어른들의 지혜가 모아져 '야광귀신'을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귀신 보단 도깨비가 더 친근할 텐데 여기선 야광귀신이라 이름 붙였답니다. 한병호 님의 그림인 '도깨비와 범벅장수'에 나온 도깨비가 여기서도 보여집니다. 어리벙벙한 모습이라 절로 웃음이 나오는 도깨비, 어린 독자들이 만만하게 여길만한 캐릭터라 생각됩니다. 검정과 회색이 주조를 이룬 배경이 한 밤중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시골집 풍경도 정겹게 다가옵니다.

집앞에 걸린 쳇구멍을 밤새 세다가 닭울음에 놀라 줄행랑을 치는 도깨비, 어린 독자들은 수도 셀 줄 모르는 멍청이 도깨비라고 깔깔댑니다. 그러면서도 '체'를 몰라서 그려진 그림이 배트민턴 라켓 같다고 하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건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으니 무리도 아니지요. ^^ 새해 첫 날에 신발을 잃어버리면 운수가 나빠 집안에 우환이 생기고 복이 달아난다고 생각한 조상들이, 새해에 닥칠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지키기 위한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답니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찰흙으로 도깨비를 만들면 아주 신납니다. 요즘엔 천사점토라는 게 있어 물감을 섞으면 맘대로 색깔도 낼 수 있어 좋아합니다. 사진은 아이들이 천사점토로 만든 도깨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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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등 1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1-30 01:21 
    처음으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설레임과 더불어 걱정이 많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자칫 기쁨을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근심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테니까, 아이가 심리적인 불안을 갖지 않도록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용히 지며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옆에서 자칭 선배 엄마들이 이런 저런 말로 부추켜도, 삼임선생님에 대한 엄마의 믿
 
 
마노아 2008-01-0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독후활동 정말 완소예요. 국시꼬랭이 시리즈가 조카한테도 있는데 저는 아직 똥떡 밖에 못 보았어요. 차차 보려구 해요^^

순오기 2008-01-04 17:52   좋아요 0 | URL
후후~ 똥떡은 애들이 우웩~~하는 책!! ^^

bookJourney 2008-01-0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너무 재미있었겠어요.
우리 아이들도 순오기님의 독후활동을 같이 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요 ~~

순오기 2008-01-05 00:05   좋아요 0 | URL
용이랑 슬이랑 같이 독서하는 것으로 후활동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엄마신데요!
엄마랑 같이 하는 활동이 더 의미있지요.^^
 
반쪽이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9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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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반쪽이'를 판매량순으로 검색하면 첫번째로 뜨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반쪽이라는 제목의 책이 많지만, 보림에서 나온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의 '반쪽이'만큼 사랑받는 옛이야기도 드물 것이다. 입말을 잘 살려낸 옛이야기라도 그림이 따라주지 않으면 독자들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이억배님의 그림으로 나온 옛이야기 책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이억배님의 그림인 '손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솔이의 추석이야기' 등을 본 독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우리 한국화의 특징을 잘 살려 해학적이며 정감있는 그림에 반하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ㅎㅎ

반쪽이도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신령님께 빌어 잉어 세마리를 구워 먹으면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점지에 잉어 세 마리를 먹다가~~너무나 배가 불러 마지막 한 마리는 반쪽만 먹었는데, 나머지 반쪽은 고양이가 날름 먹어 버렸대. ^^ 아주머니는 아들 하나를 원했지만 셋이나 주셨는데, 셋째는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다리도 하나씩, 입도 반쪽, 코도 반쪽이었으니 이를 어쩌랴! 현실에선 장애아가 태어났다고 통곡할 일이지? 하지만 이야기나 그림에선 그런 우울함을 찾을 수 없다. 얼마나 해학적인지~~ 아들 셋이 서 있는 귀퉁이에 엄마 고양이와 반쪽만 있는 새끼 고양이를 찾아낸 아이들은 박장대소한다. 잉어 반마리를 먹어 치운 고양이도 반쪽인 새끼를 낳았다니~~헉! ㅎㅎ 정말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라 반쪽이가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보이나요? ^^

  

반쪽이는 몸은 반쪽이지만 심성이나 힘에서 온쪽이인 형들보다 낫다. 질투하고 괴롭히는 형들을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고 처한 상황을 묵묵히 해결한다. 형들이 반쪽이를 묶어 논 밧줄도 '끄응' 힘 한번 쓰니까 툭툭 다 끊어졌다. 그때 호랑이가 달려들었고, 반쪽이는 첫째 호랑이 꼬리를 잡아 뱅뱅 돌려 휘익 던지고...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요 부분에서 아이들은 또 신난다. 마치 자기들이 호랑이를 잡은 양 동작까지 해 보이며 호랑이를 잡아 휘익 던져댄다. 반쪽이는 이렇게 호랑이를 잔뜩 잡아 가죽을 짊어지고 집으로 가는데~~~ 자, 이제는 욕심쟁이가 등장할 차례겠죠? ㅎㅎ

  

어떤 욕심쟁이가 나타나 반쪽이와 무슨 내기를 하는지 궁금하다면~~~^^ 호랑이 가죽이 탐이 난 부잣집 영감은 반쪽이와 장기 내기를 두는데 반쪽이가 이기면 자기 딸과 혼인을 시켜준댄다~ㅎㅎㅎ 내기는 삼 세번, 하지만 영감은 내기에 졌어도 딸은 못 주겠다 하고, 반쪽이는 오늘 밤 업어갈 테요~ 응수한다. 영감은 반쪽이한테 딸을 안 주려고 지붕 위, 대문 앞, 집안 곳곳에서 밤새 지키게 하지만....... 자, 반쪽이는 어떤 꾀로 부잣집 영감 딸을 업어다 혼인을 하는지 궁금하시죠? ㅎㅎ

이 책은 반복적인 이야기나 그림에서 재미를 더하고, 절묘한 구성에 또 한번 묘미를 느낀다. 우리 조상들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나 보다. 잉어 세마리, 아들 삼형제, 장기 내기도 삼세번, 사흘밤 딸을 지키는 사람들이 잠들어 버리고...... 반쪽이에게 업혀 간 영감 딸은 혼인을 하고 호호백발이 되도록 잘 먹고 잘 살았대로 마무리 되는 전형적인 옛이야기 구조에 흐흐 웃으며 책을 덮게 된다.

옛날이야기에서 엄마들은 꼭 교훈을 찾아내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넌즈시 던지는 질문으로 알려주려고도 한다. 하지만 옛날 이야기를 그냥 재미난 이야기로만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꼭 권선징악이니 효행이니 짚어내거나, 장애아에 대한 편견이 어쩌고 저쩌고 사설을 늘어놓아 아이들의 재미를 반감시키기엔 반쪽이는 너무 재미난 이야기다. 보고 또 보고 아이들이 빠져들면서 스스로 뭔가를 느껴 엄마에게 줄줄 이야기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엄마가 될 필요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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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03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번에 구입해야지...하고 보류하던 책이 바로 떠서 놀랐어요. 역시 뭔가 통하나봐요. 이 책 기대 이상으로 좋을 것 같아요. 아이 기뻐라^^

순오기 2008-01-04 09:10   좋아요 0 | URL
ㅎㅎ 통한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죠! ^^
보고 싶은 책 다 사려면? ^^ 저도 학교도서실에서 많이 빌려다 보는데, 이번에 받은 적립금은 거의 그림동화 사는데 썼어요! ㅎㅎ 이제 우리 애들은 다 컸고, 손주들을 위한 준비차원? 하하하~ 난 좋은 할머니가 될꼬얌!!

bookJourney 2008-01-03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 책을 읽으면서 꼭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으면 책이 재미없어지지요.
이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새해에도 읽을 책이 정말 많아요 ~~~ 기뻐라 ^^

순오기 2008-01-03 17:55   좋아요 0 | URL
읽을 책이 자고 새면 마구 늘어나지요~~~ㅎㅎㅎ
2008년에도 열심히 독서하는 아름다운 가정 만들어가요, 우리 모두!!

시골사람 2008-01-0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같은 조라서 들어와 봤는데 이 풍성한 정보란!
가끔 엿보기를 넘어 훔쳐가겠슴다...^^

순오기 2008-01-03 23:4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저도 같은 G조라서 방문하려 했는데 먼저 오셨군요. 감솨~^^
댓글 달고 숑==)) 달려가겠습니다!!

sooninara 2008-01-0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반갑습니다. 전에 몇번 눈팅만 했었는데..
이벤트를 기회로 이렇게 인사도 하게 되네요.
메피님이 이런저런 정보를 바탕으로 같은 조를 짜셨나 봐요.호호
앞으로 자주 놀러 올께요.

순오기 2008-01-03 23:50   좋아요 0 | URL
저도 몇 번은 님의 서재에 갔었는데, 댓글을 달았었는지? ^^
메피님 덕에 새로운 식구들을 알게 돼서 감사하지요.
님의 서재에도 종종 마실가렵니다!

프레이야 2008-01-0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우리조에요^^
반쪽이, 참 오래전 봤던 그림책인데 너무나 정겹고 재미나지요.~

순오기 2008-01-03 23:51   좋아요 0 | URL
옙, 혜경님과 같은 조라 반가웠어요~ㅎㅎ 따지고 보면 경쟁상대인데요...^^
요즘 책을 많이 못 읽으니까 아그들 그림동화라도 날마다 끼적여 봅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