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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ㅣ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9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평점 :
알라딘에서 '반쪽이'를 판매량순으로 검색하면 첫번째로 뜨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반쪽이라는 제목의 책이 많지만, 보림에서 나온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의 '반쪽이'만큼 사랑받는 옛이야기도 드물 것이다. 입말을 잘 살려낸 옛이야기라도 그림이 따라주지 않으면 독자들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이억배님의 그림으로 나온 옛이야기 책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이억배님의 그림인 '손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솔이의 추석이야기' 등을 본 독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우리 한국화의 특징을 잘 살려 해학적이며 정감있는 그림에 반하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ㅎㅎ
반쪽이도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신령님께 빌어 잉어 세마리를 구워 먹으면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점지에 잉어 세 마리를 먹다가~~너무나 배가 불러 마지막 한 마리는 반쪽만 먹었는데, 나머지 반쪽은 고양이가 날름 먹어 버렸대. ^^ 아주머니는 아들 하나를 원했지만 셋이나 주셨는데, 셋째는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다리도 하나씩, 입도 반쪽, 코도 반쪽이었으니 이를 어쩌랴! 현실에선 장애아가 태어났다고 통곡할 일이지? 하지만 이야기나 그림에선 그런 우울함을 찾을 수 없다. 얼마나 해학적인지~~ 아들 셋이 서 있는 귀퉁이에 엄마 고양이와 반쪽만 있는 새끼 고양이를 찾아낸 아이들은 박장대소한다. 잉어 반마리를 먹어 치운 고양이도 반쪽인 새끼를 낳았다니~~헉! ㅎㅎ 정말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라 반쪽이가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보이나요?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345968.jpg)
반쪽이는 몸은 반쪽이지만 심성이나 힘에서 온쪽이인 형들보다 낫다. 질투하고 괴롭히는 형들을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고 처한 상황을 묵묵히 해결한다. 형들이 반쪽이를 묶어 논 밧줄도 '끄응' 힘 한번 쓰니까 툭툭 다 끊어졌다. 그때 호랑이가 달려들었고, 반쪽이는 첫째 호랑이 꼬리를 잡아 뱅뱅 돌려 휘익 던지고...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요 부분에서 아이들은 또 신난다. 마치 자기들이 호랑이를 잡은 양 동작까지 해 보이며 호랑이를 잡아 휘익 던져댄다. 반쪽이는 이렇게 호랑이를 잔뜩 잡아 가죽을 짊어지고 집으로 가는데~~~ 자, 이제는 욕심쟁이가 등장할 차례겠죠? ㅎㅎ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345977.jpg)
어떤 욕심쟁이가 나타나 반쪽이와 무슨 내기를 하는지 궁금하다면~~~^^ 호랑이 가죽이 탐이 난 부잣집 영감은 반쪽이와 장기 내기를 두는데 반쪽이가 이기면 자기 딸과 혼인을 시켜준댄다~ㅎㅎㅎ 내기는 삼 세번, 하지만 영감은 내기에 졌어도 딸은 못 주겠다 하고, 반쪽이는 오늘 밤 업어갈 테요~ 응수한다. 영감은 반쪽이한테 딸을 안 주려고 지붕 위, 대문 앞, 집안 곳곳에서 밤새 지키게 하지만....... 자, 반쪽이는 어떤 꾀로 부잣집 영감 딸을 업어다 혼인을 하는지 궁금하시죠? ㅎㅎ
이 책은 반복적인 이야기나 그림에서 재미를 더하고, 절묘한 구성에 또 한번 묘미를 느낀다. 우리 조상들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나 보다. 잉어 세마리, 아들 삼형제, 장기 내기도 삼세번, 사흘밤 딸을 지키는 사람들이 잠들어 버리고...... 반쪽이에게 업혀 간 영감 딸은 혼인을 하고 호호백발이 되도록 잘 먹고 잘 살았대로 마무리 되는 전형적인 옛이야기 구조에 흐흐 웃으며 책을 덮게 된다.
옛날이야기에서 엄마들은 꼭 교훈을 찾아내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넌즈시 던지는 질문으로 알려주려고도 한다. 하지만 옛날 이야기를 그냥 재미난 이야기로만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꼭 권선징악이니 효행이니 짚어내거나, 장애아에 대한 편견이 어쩌고 저쩌고 사설을 늘어놓아 아이들의 재미를 반감시키기엔 반쪽이는 너무 재미난 이야기다. 보고 또 보고 아이들이 빠져들면서 스스로 뭔가를 느껴 엄마에게 줄줄 이야기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엄마가 될 필요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