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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개싸개 오줌싸개 ㅣ 국시꼬랭이 동네 3
김정한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남자 어른들에겐 '불알친구'라 부르는 동무가 있다. 어려서 냇물에서 멱감고 과수원에 서리다니며 동고동락한 친구를 부르는 말일게다. 아마 그런 친구들의 추억속에나 있을 법한 '오줌싸개 키 쓰고 소금받으러 가기'는 이제 책으로나 접하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가 된 듯하다. 물론 요즘 아이들도 성장과정에 오줌싸서 지도 한 번쯤 안 그려본 아이가 있을까마는, 키 쓰고 소금 받으러 간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을거란 말이다. 니들이 오줌싸개의 비애를 알아~~ ^^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아침이면 키를 쓰고 소금 받으러 오는 녀석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고추를 버젓이 내놓고 오지는 않았다. 책에서처럼 바가지로 가리기도 했지만, 아이의 창피를 덜어주기 위해 바지를 입혀서 보냈다. 바지는 입었어도 키를 씌우는 것으로 오줌싸개라는 상징은 살아났으니까... 쭈뼛쭈뼛 말도 못하고 바가지를 내밀던 녀석들이 지금은 지천명이 가까우니,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이런 얘기들이 오가면 "난, 절대 아니야~ " 손사래를 치면서도 박장대소 한다. 이런 추억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어 어쩌다 만나면, 밤을 새우며 어린시절 이야기꽃을 피운다.
자~ 나의 추억여행보다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성냥으로 불장난을 하는 영섭이, 몸빼바지에 뽀글뽀글 파마머리 엄마가 부지깽이 들고 쫓아오는 꿈을 꾸더니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ㅎㅎ아무리 고추를 꽉 움켜잡아도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꿈값 제대로 치르게 생겼다. 요즘 애들은 이해못 할 상황이지만, 우리 땐 잠 자다 일어나 집 밖으로 한참 돌아가야 나오는 변소에 가서 볼 일 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방 윗목이나 방 밖에 요강을 들여놓기도 했지만... 잠자리 꿈속에서 그게 맘대로 조절되는 일이 아니다.
이 책 그림은 너무나 실감나서 마치 내 어린시절 고향마을을 재현한 듯하다. 어쩜 요리도 리얼한지...ㅋㅋ 영섭이나 엄마의 표정도 장난 아니지만, 헌 키와 새 키가 광 속에서 주고 받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새키에 밀려 쓸모가 없어진 헌 키는 꼼짝없이 엄마 손에 이끌려 오줌싸개 머리에 씌워진다. 키를 쓰고 나서자 따라오면서까지 놀려대는 악동들~~
"싸개싸개 오줌싸개, 영섭이 고추 물총 고추, 영섭이 고추 샘물 고추, 영섭이 고추 풋고추, 영섭이 고추 빨간 고추."
요즘에 이런 풍경이 연출된다면 아동학대로 처벌 받으려나~~~ㅎㅎ 하지만, 이런 풍경도 모두 가족같은 마음으로 그려내고 받아주던 정다운 시절이 있었다. 현지 엄마는 바가지에 소금을 담아주고 부지깽이로 키를 두들켜 패면서 내쫒았고, 기다리던 악동들은 또 다시 놀려대며 따라온다.
"헌 키는 까닥까닥, 고추는 달랑달랑, 걸음은 빼뚤빼뚤, 간다간다 잘도 간다. 오줌싸개 잘도 간다.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반복되는 노랫말에 아이들은 이 장면을 소리내어 읽으며 즐긴다. 같이 부끄럼을 당한 헌 키는 어느새 영섭이와 친구가 되어 마음을 나누고 위로를 주고 받는다. 집으로 돌아온 영섭이 눈물 콧물 범벅되어 다시는 오줌싸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다짐한다. 그림이 너무나 실감나고 익살스러워 오줌싸개라는 부끄러움보다 유쾌한 놀이마당을 거쳐온 느낌이다. 내가 오줌싸개 아니니까 동네 녀석들과 신나게 놀려댄 추억여행 한마당처럼.....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독자들도 제가 오줌 싼 건 잊어버리고 오줌싸개를 놀리는 그런 마음 아닐까? ^^
어린 독자들이 궁금해 할, '키'가 무엇이고 왜 소금을 얻어오게 했는지 뒷장에 설명해 놓았고, 오줌싸개 아이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은지 조곤조곤 설명해 놓아 젊은 엄마를 위한 가이드북으로도 좋겠다.
*사진은 '아씨방 일곱동무' 읽고 바느질한 걸 너무 좋아해 한 번 더 바느질한 부직포 오줌싸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