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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귀신 ㅣ 국시꼬랭이 동네 5
한병호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언어세상에서 나온 국시꼬랭이 자투리문화 찾기는 정말 좋은 책이다. 어느새 잊혀진 우리 풍습에서 조상들의 해학과 기지를 한껏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의 점잖은 성품이 이런 지혜를 만들어냈구나 싶어 참 감동을 받는다. 나는 시골에서 살았기에 대부분 체험했거나 기억하는 풍습이지만 요즘 젊은 엄마들은 거의 모를 것이다. 그러니 어찌 자녀들에게 알려 줄 수 있으랴! 하지만, 이런 책이 있어 잊혀져가는 우리 풍습과 조상들의 지혜를 재발견할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설날 아침, 구름에 올라타고 은실이네 마을을 구경하던 도깨비 키다리와 큰눈이는 신발 속에 복이 들어있다며, 아이들의 신발을 훔치러 옵니다. 문제는 집 앞에 구멍이 엄청 많은 체가 걸려 있어, 그 쳇구멍을 다 세어야 된다는 것. ^^ 호박에 구멍을 뚫어 세기 연습까지 하지만, 키다리는 하나 둘 셋도 몰라 엉터리로 세고 왕눈이는 눈만 컷지 밤눈이 어두워 잘 못 본다는 약점이 있답니다.
모든 게 귀하던 시절, 신발 한 켤레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아이들의 밤마실을 금하려던 어른들의 지혜가 모아져 '야광귀신'을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귀신 보단 도깨비가 더 친근할 텐데 여기선 야광귀신이라 이름 붙였답니다. 한병호 님의 그림인 '도깨비와 범벅장수'에 나온 도깨비가 여기서도 보여집니다. 어리벙벙한 모습이라 절로 웃음이 나오는 도깨비, 어린 독자들이 만만하게 여길만한 캐릭터라 생각됩니다. 검정과 회색이 주조를 이룬 배경이 한 밤중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시골집 풍경도 정겹게 다가옵니다.
집앞에 걸린 쳇구멍을 밤새 세다가 닭울음에 놀라 줄행랑을 치는 도깨비, 어린 독자들은 수도 셀 줄 모르는 멍청이 도깨비라고 깔깔댑니다. 그러면서도 '체'를 몰라서 그려진 그림이 배트민턴 라켓 같다고 하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건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으니 무리도 아니지요. ^^ 새해 첫 날에 신발을 잃어버리면 운수가 나빠 집안에 우환이 생기고 복이 달아난다고 생각한 조상들이, 새해에 닥칠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지키기 위한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답니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찰흙으로 도깨비를 만들면 아주 신납니다. 요즘엔 천사점토라는 게 있어 물감을 섞으면 맘대로 색깔도 낼 수 있어 좋아합니다. 사진은 아이들이 천사점토로 만든 도깨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