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 작가와의 만남 스케치
2009년 7월 31일 금요일
한비야, 그녀(언니)를 만나기 위해 나서는 순오기의 가슴은 마치 어린이날의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월드비전을 통한 그녀의 구호활동에 경이로움과 고마움까지 담았어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1시 45분 광주고속버스에 올라 다 읽지 못한 '그건, 사랑이었네'를 펴들었다. 옆에 앉은 나이 지긋해 할머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계속 전화통화를 하는데 너무 신경 쓰여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세 번이나 반복되기에 정중하게 부탁드렸는데 듣는 척도 안했다. 이런 모습도 비야언니가 말한 '후지게 나이 먹는'거 아닐까? ㅜㅜ
알라딘의 친절한 약도대로 디지털미디어 역에 내려 상암초등학교를 거쳐 누리꿈 스퀘어에 도착했다. 여기는 생전 처음 와보는 곳이었지만 약도가 훌륭해서 찾는데 무리가 없었다. 아마도 이 동네가 신영복 선생님의 '청구회 추억'에 나오는 그 동네 아닌가 생각되던데...맞나? ^^
누리꿈스퀘어 18층, 입구에서 출석체크하던 알라딘 직원(이름을 알려줬는데 까먹음)에게 '순오기'라고 말했더니 급방긋 "아~ 순오기님!" 하면서 알아주셨다.^^ 자칭 '알라딘 리포터' 순오기, 행사장에 못 오신 알라디너를 위해 최대한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시시콜콜한 것들도 찍었다. 입구의 안내표시와 전면에 현수막도 붙이는 직원들. 자~ 이제는 우리의 주인공 한비야 언니가 등장할 차례, 기대하시라~~~~^^
큰딸이랑 같이 가려고 2명 신청했는데 월욜 집에 내려온 큰딸이 하루라도 더 쉬고 싶다며 동행을 사양해서, 소통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내 친정 근처에 산다는 '같은하늘'님을 오시라 했다. 나비님과는 두번째 만나지만 같은하늘님은 처음 보는 사이다.^^
신청자 1,000명중 당첨자 60명의 행운을 잡은 참가자들은 이미 자리를 꽉 채웠고, 월드비전 활동 동영상이 나오는 동안 뒤에서 지켜보는 비야언니를 찍었다.
쨘~~드디어 등장한 우리들의 언니 한비야! 프로정신이 투철한 혜자언니(탤런트 김혜자)의 조언으로 최근엔 그래도 멋을 낸다며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고 화장도 했단다.^^
지구를 세바퀴 반 돌았던 발, 9년 간 월드비전에서 세계 구호현장을 누비고 다닌 바로 그 발이다!
1996년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를 시작으로 꿈도 안 꿨던 작가의 길에 들어선지 14년째, 여덟 번째 딸 '그건, 사랑이었네' 를 낳았으니 막내가 잘 자라려면 독자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견문록' 이후 독자들이 개인적인 것을 질문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질문에 일일히 답할 수 없어 그들에게 공개적인 답변으로 속내를 털어놓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 많이 털어놔서 '이렇게 털어놔도 되나?' 싶어 쑥스럽지만 한편으론 '후련하다' 독자를 향한 사랑의 고백서인데, 독자들이 그 마음을 잘 알아줘서 고맙다"는 말로 막내 출산 소감을 피력했다.
집에 와서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이고 그런 분위기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으로 진행하자고 말했다. 첫번째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이주현기자(아래사진, 마지막까지 남았던 물귀신 멤버였기에 알아요)가 "생과 사를 넘나드는 구호현장에서의 독서가 가능한지, 그런 곳에서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는지?"를 물었다. ====> 구호현장에선 위험 수위에 따라 '코드 그린(안전함), 코드 옐로우(위험), 코드 레드(철수 준비)'로 나뉘는데, 현장의 긴장감을 풀기 위해서 30분이라도 독서를 하는데, 아주 유치찬란한 연애소설이나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읽어야 머리가 식는단다.^^ 또한 재난현장에선 먹을 것보다 먼저 '희망'이 필요하고, 아이들을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더구나 '나 때문에'라는 죄의식을 가진 아이나 부모에게, 누구라도 어쩔 수없는 상황이었다는 따뜻한 위로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치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우리 독서신문에 '일년에 백 권 읽기' 꼭 달성하자고 격려의 글을 쓰면서 '저도 꼭 할게요'라고 썼다며 다시 '저도 꼭 하겠습니다'로 써주는 친절한 비야언니!^^
두번재는 일상에 안주한 사람이 이루지 못한 것을 대리 실현해주는 비야언니라며,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은 말" 을 들려달라는 나비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꿈을 이루는 일에 늦은 때는 없다. 인생을 축구에 비유한다면 이제 10분, 40분 뛴 것에 불과하다. 전후반에 이어 연장전, 패자부활전 등 기회는 많이 있다. 이 일만큼 보람있고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이고, 내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으라. 취미든 직업이든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오늘밤 적어본다면 인생의 축구경기를 멋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알라딘이 떠들석한 해프닝을 벌인 나비님은 비야언니 사인을 받고 찐한 포옹을 했으니 충분히 독차지한 듯... 누군가에게 '고모'라고 써주니까 다시 '이모'라고 추가받은 사랑스런 나비님!^^
'중국견문록'을 읽고 중국어를 공부하게 됐다는 청년이, 어떻게 하면 그토록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가, 그리고 첫사랑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 노련한 사공을 만들기 위해선 인생에 어려움이 필요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지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존재감과 자긍심이 필요하다. 긍정의 힘과 무엇이 가슴을 뛰게 하는지 감잡은 사람은 그 일에 열정적으로 살 수 있다. 첫사랑의 추억이 훼손되는 게 싫어 더 이상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겠다는 말에 공감의 쓰나미가 밀려왔으니, 더 궁금한 분은 그건, 사랑이었네 52쪽부터 나오니까 보시와요~ ^^
비야언니는 한때 마라토너 이봉주 사진을 책상 앞에 붙여두었단다. 결승점에 골인하기 대여섯 발을 남겨 둔 순간, 일그러지고 팔다리 근육이 온통 드러난 그 사진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
끊임없이 움직여주는 역동적인 비야언니~ ^^ 이렇게 역동적인 삶을 사는 비야언니는 잠을 제대로 안 자면 눈에 실핏줄이 서고, 하품하다가 실핏줄이 터지면 그야말로 피눈물을 흘린단다. ㅜㅜ 나는 잠을 안자면 두피가 심하게 아프고 머리가 뭉텅 빠지는 원형탈모가 진행중인데...
내 앞에 앉았던 수능 104일을 남겨 둔 전사, 고3 여학생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주는 비야언니, 일단 꿈을 크게 꿔라~ 누가 당신의 꿈이 안 이루어진다고 말하는가? 해본데까지가 바로 그 사람의 한계다. 가능성은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선물이다. 한계까지 가지 않은 사람은 선물을 풀러보지도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순오기의 질문,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에서 비야언니가 걸었던 송정리에서 비아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집 앞길을 걸어갔기에 그 길을 즐겨 걷는다, 광주는 초.중.고에 학부모독서회가 있어 '책의 힘'을 얘기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여기서 비야언니가 읽은 책 중에 꼭 읽어야 할 책을 추천해달라는 게 요지였는데~ 그만 주절주절 삼천포로 빠지는 아줌마의 전형을 보였다는 것. ㅜㅜ 저녁에 전화한 우리딸한테 말했더니 "으~손발이 오그라든다, 엄마캐릭터는 그런 게 아니잖아?" 그래서 엄청 쪽팔리지만, 이실직고 내 입으로 자백하니 동영상을 보더라도 순오기가 좀 흥분했구나, 이해하시길...... 이렇게 가까이서 봤다는 것만으로도 흥분하기엔 충분하다.^^
비야언니 자신은 키우기 힘든 딸이었을거라며, 엉뚱한 짓을 하는 자신을 엄마는 말리거나 '하지마!'보다는 '해봐라!' 하셨고, 칭찬을 많이 받고 자라서 지금의 비야가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의 말을 인용했다. (그건, 사랑이었네 210~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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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놓고 가는 것
당신이 이곳에 살다 간 덕분에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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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큰소리로 말해서 마지막 질문자가 된 엄마, "당신의 멘토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특별히 한 사람을 찍어 말할 순 없고 '부모님의 유전자와 책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일거라고 답했다. 제2의 한비야가 되려고 하지 말고, 제1의 순오기, 제1의 현숙이가 되라는 말씀에 끄덕였다.
마지막 순서로 예고했던 퀴즈,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 국가 수를 맞춘 행운의 주인공은? 여러번의 대답으로 정답에 근접했을 때 운좋게 204개국을 콕 찍어 맞춘 이*연씨, 비야언니가 특별히 준비한 사인본을 받았다. 복도 많으셔~ ^^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분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푸른숲에서 준비한 기념촬영~~ 첫번째 팀(사진은 푸른숲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58년 개띠 남편과 산다는 내 말에 박장대소한 비야언니와 함께 같은하늘님과 나비님~ 그리고 뉘집 꿈나무 자매!
이 모임을 위해 수고한 푸른숲과 알라딘 직원들~ 고생 많으셨고, 덕분에 좋은 시간 고맙습니다!
앞줄 비야언니 오른쪽에 앉은 분이 입구에서 참가자 확인하던 분, 표종한 고객관리팀장님을 뵙고 싶었는데 안 오셨다는....
'그건, 사랑이었네' 라는 멋진 제목을 붙인 편집자를 특별히 소개했다. 총각이실까?^^ '그건 사랑이었네'가 아니고 반드시 '그건'에서 한 템포 쉬고 '사랑이었네' 라는 걸 잊지 마시라~~ ^^ 표지에 쏟아지는 보석은 축복을 의미한다니까, 다들 한아름씩 주워 담으시기를!
최근에 푸른숲의 '인류의 작은 역사' 시리즈 다섯 권 모두 리뷰를 썼기에 김혜경대표님께 특별히 친한 척하며 한 말씀 주시길 부탁드렸다. ^^
그리고, 물귀신 멤버들만 남아 장소를 옮겨 비야언니의 사인을 받는 시간!
'그건, 사랑이었네'는 예약주문으로 사인본을 받았기에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에 받았다.
역시 성격대로 글씨도 꼭꼭 눌러 힘있게 써주더라~ ^^
음~ 최영미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을 가져갔는데, 어쩔지 몰라 내밀기를 망설이다 책갈피만 주고는 돌아와서 엄청 후회했다. 세계적인 인물 비야언니에게 시집 한 권 줄 기회를 날려버리다니~~ '두드리라, 열릴 때까지!' 는 말이 무색하구나! 결국 그 시집은 친정언니를 주고 왔으니...
과천시 정보 과학 도서관의 김*숙님, 포항에서 왔다는 아가씨들~ 역시 전국구로 모인 비야언니 팬들은 확실히 물귀신 정신을 아는 듯..
같은하늘님도 사인을 받았고 푸른숲 김혜경 대표님과도 한 컷! 이분은 꼭 나의 큰언니 같더라~ ^^
정말이지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사랑과 정성으로 사인해주는 비야언니가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 분에겐 무슨 일이든 '건성건성'이라는 건 상상할 수 없을 듯... 네 권을 가져오신 푸른숲인가 알라딘 직원이었나~ 그 아들 도훈이에게 특별히 '고모가'라고 사인해줬다.^^
친절한 알라딘 직원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으로 나와서 택시를 타고 월드컵경기장 지하철역으로~ 나비님과는 지하철 문이 잠기기 직전 찐한 포옹으로 헤어졌고, 같은하늘님은 나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렸다. 친정엄마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 50분, 비야언니를 만난 일정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비야언니는 '그건, 사랑이었네' 110쪽에서 본인 글쓰기의 비밀을 알려준다. 좋은 글쓰기를 위한 기본적인 삼다-다독, 다작, 다상량 외에 다록(多錄)을 추가했다. 기록은 감성의 카메라와 같다며, 기억은 지나고 나면 뼈대만 남기지만 기록은 감정까지 고스란히 남긴다고... 나도 내 기억력의 용량과 한계를 아는지라 열심히 메모했는데도 빠진 게 많다.
그날 행운의 사인본을 받은 인터라겐님이 감상을 잘 남겼으니, 내가 빠뜨린 것은 그분의 후기로 보시면 좋을 듯...
한비야의 힘! 우리나라가 도움을 주기 시작하던 1991년에는 100명도 되지 않았던 후원자수가 2009년에는 33만이나 된다니 놀랍다. 비야언니의 월드비전 활동을 기록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80만부나 팔렸다니 기부문화를 바꾸는데 일조했음을 알만하다. 우리끼리 돕는 건 당연하고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을 구하는 일은 촌각을 다투는 일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8월 10일이면 미국 보스톤의 터프츠대학교에서 인도적 지원에 관한 석사과정을 공부하는 학생이 되기에 시험과 등록금을 걱정하는 일반학생들과 똑같은 신분이란다. 그 유명한 58년 개띠지만, 자신이 더 커서 뭐가 될지 기대가 된다는 비야언니!^^ 본인의 말처럼 100도로 끓는 삶을 살아봤으니 절대 그 이전으론 돌아가지 않을테고, '바람의 딸'에서 이젠 '빛의 딸'이 되고 싶다니 만나는 사람 누구든 밝고 따뜻하게 영향을 주는 비야언니가 되리라 믿는다. 나, 나의 한계, 사회의 통념과 편견이라는 지도 밖으로 나가서,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세계지도를 가슴에 하나씩 품으라고 당부했다.
앞으로 '일년에 100권 읽기 운동 본부'를 만들어 '책의 힘'을 기꺼이 권하는 본부장을 하고 싶단다. 자신이 읽은 책이 너무 좋아서 누군가에게 권하지 않으면 속이 터질것 같단다. 성인 26%가 독서를 안한다는 우리나라지만 독서의 바람만 붙이면 모두 읽게 될 거라며, 좋은 도서목록을 정해 권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으니, 훗날 '한비야가 추천하는 책 100권' 이런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위에서 한비야가 추천한 책 24권과, 보너스로 한 권 더 추가한 책과 지하철에서 읽다가 내릴 곳을 지나쳤다는 '채링크로스 84번지'까지 담아본다. 마을도서관을 꿈꾸는 순오기집에 있는 책 여덟 권 빼고 다 구입해 '한비야 추천도서 코너'를 마련하면 명실상부한 마을도서관이 될 듯....^^
<종교. 영성분야>
<구호. 개발 분야>
<다른 사람에게 권하면 좋은 교양서>
<누구나 한 번은 읽었으면 하는 고전>
채링크로스 84번지
독자들에게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는 한비야,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비야언니와의 멋진 추억을 선사해준 알라딘과 푸른숲에 감사하며 '한비야, 작가와의 만남 페이퍼를 마감한다.^^